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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필 의혹' 드러난 오송역 명칭개정 여론조사

업체 "요원 대면조사로만 실시"
마을 이장 설문조사 직접 관여
주민 "공정성 상실·재조사 하라"

  • 웹출고시간2018.09.04 18:44:16
  • 최종수정2018.09.05 20:05:39
[충북일보] 속보=조작 의혹이 불거진 'KTX오송역 명칭개정 여론조사' 일부가 대면조사가 아닌 마을 이장의 '대필 조사'로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9월 4일자 2면>

지난 8월 28일 조사 대상자 10명 중 7명꼴로 오송역 명칭개정에 '찬성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여론조사는 시가 전문 업체에 의뢰해 1·2차로 나눠 진행했다. 1차는 청주지역 43개 읍·면·동 주민 1천586명, 2차는 오송읍 13개 리 주민 872명이 참여했다.

1차는 대면·온라인·전화조사로, 2차는 조사요원이 13개 리를 돌며 직접 설문지를 돌리는 대면조사로 진행됐다.

여론조사 업체는 "오송읍 주민만을 상대로 한 2차 조사는 조사요원의 대면조사로만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는 조사요원이 아닌 마을 이장이 설문조사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확인 결과 오송읍의 한 마을 A이장은 2차 조사 기간(8월 6~17일) 특정 주민들에게 전화를 걸어 설문지를 대신 작성해줬다.

전화통화 당사자뿐만 아니라 남편·부인 등 다른 가족들의 의견도 물어 한번에 2~3명분의 설문지 만들어 냈다.

설문과정에서 A이장은 설문 당사자에게 "오송역 개명에 찬성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문 대상자를 골라 조사부터 문답지 작성까지 역명 개정에 찬성하는 이장 한 사람의 손에서 마무리된 것이다.

이 마을은 오송역 개명 반대여론이 분분한 지역으로 알려졌으나, 설문 결과 찬성비율은 오송읍 전체 평균(79.7%)보다도 높게 나왔다.

A이장은 "시에서 설문조사를 한다기에 찬·반을 물으려 전화를 걸었고, 찬·반 의견 그대로 반영해 설문지를 대신 작성했다"고 전했다.

이를 확인한 오송읍 일부 주민은 평소 오송역 개명에 찬성 의견을 낸 해당 이장이 자신에게 우호적이거나 비슷한 성향을 가진 주민을 골라 설문을 진행하는 방법으로 찬성비율을 높이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공정성을 상실한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 같은 허술한 여론조사에 혈세를 낭비한 시는 조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관계자는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조사업체에 확인을 의뢰했다"며 "일단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하기 때문에 재조사는 검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이번 여론조사는 시 의대도로 찬성 의견을 끌어내기 위해 반대 여론을 '고의 누락'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명칭 개정에 찬성하는 지역은 표본 수보다 2배 이상 많은 설문지를 받아냈고, 반대 지역은 절반도 안 되는 조사만 이뤄졌다.

/ 박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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