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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양간 잘 고치자" 백신정책 개선 촉구

농가, 연례행사 된 구제역에
백신 효능 불신감 증폭
방역 당국 "고깃값 하락 등
부작용 우려로 접종 기피"

  • 웹출고시간2017.02.08 21:54:40
  • 최종수정2017.02.08 21:54:40

충북 보은군에서 최초로 발병한 구제역이 전북 정읍과 경기 연천에서 추가로 확인되면서 확산세를 보이는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가 전국 소 314만 마리를 대상으로 구제역 백신 일제접종을 실시했다. 8일 괴산군 괴산읍 신기리의 한 한우농가에서 수의사가 소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 충북사진공동취재단
[충북일보] 정부 구제역 백신정책의 보다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구제역 부작용 논란 속에 백신 효능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에 이어 8일 경기 연천 지역에서도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서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 지역이 각각 150~200㎞ 이상 떨어진 지역이어서 이미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국에 퍼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제역 첫 확진 판정을 받은 보은의 젖소농장을 중심으로 축산농가들 사이에 백신 효능에 불신감이 증폭되고 있다.

반면 당국은 소 사육농가들이 유산과 원유생산량 감소 등을 우려해 백신접종을 기피하는 사례를 탓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논란의 구제역 백신 접종은 2010년 12월 시작됐다.

같은 해 11월 발생한 구제역이 전국 곳곳을 강타하는 등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비상조치가 취해진 것이다. 이때부터 이듬해 4월까지 348만 마리의 소·돼지가 살처분돼 그 피해가 역대 최대 규모에 달했다.

백신 접종이 이뤄진다고 해서 구제역이 잦아든 것은 아니다.

2014년 12월 충북 진천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이듬해 2월 28일까지 무려 147일간 전국 곳곳을 휩쓸면서 196개 농가의 소·돼지 17만3천마리가 살처분됐다. 2000년 3월 국내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이후 2014년에 이어 2번째로 큰 피해였다.

백신 접종이 이뤄지면서 발생이 좀 뜸해졌을 뿐 터졌다 하면 그 피해는 오히려 더 커진 셈이다.

항체 형성률은 전국적으로 모두 높게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평균 항체 형성률은 소 95.6%, 돼지 69.7%이다. 이 기준 충북의 소·돼지 평균 항체 형성률은 75.8%를 나타냈다.

평균 항체 형성률이 60%를 웃돈다는 점에서 구제역 차단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30%를 밑도는 농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 젖소 사육농장의 항체 형성률은 19%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 젖소농장의 반경 500m내에 있는 한·육우 농가 9곳의 항체 형성률이 평균 54.4%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반경 3㎞내에 있는 젖소 농가 11곳의 항체 형성률도 평균 73%로 조사됐다.

항체 형성률 조사는 농가당 10마리 안팎의 소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소의 항체 형성률이 80% 미만일 경우 구제역 감염 가능성이 커지는데, 이들 농가는 기준치를 밑도는 것이다.

이들 농가 중에는 항체 형성률이 0%인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백신을 제대로 놓지 않았거나 접종 과정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보은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방역 당국이 바짝 긴장하는 이유이다.

방역 당국은 이 농장이 백신을 냉장 보관하지 않고 상온에 뒀다가 접종했거나 주사를 제대로 놓지 못해 약효가 떨어졌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백신 접종을 원치 않는 농가도 있다. 백신을 제대로 놓지 못하면 접종 부위에 종양이 생겨 고깃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칫 새끼를 유산할 수 있다는 걱정도 한다.

충북도 관계자는 "백신을 접종하면 스트레스 탓에 살이 덜 찌고 우유도 적게 나온다"며 "이런 이유로 접종을 기피하는 농가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봉균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8일 기자 브리핑을 통해 "젖소는 백신을 접종하면 원유생산량이 감소한다는 게 보편적으로 나오는 의견"이라며 "한우의 경우도 임신한 소에 백신을 접종했을 때 주저앉고 유산했다는 보고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농장들이 백신접종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고 덧붙였다.

반면 백신 접종 효과에 대한 농민들의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빠른 속도로 다른 형태로 변이를 되풀이하는 데 비해 백신 개발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의 한 축산농은 "축산농가에서는 백신 효과를 믿지도 않아요.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백신이 도대체 효과가 제대로 있는지 오히려 의문스럽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축산농 A씨(62·보은군 산외면)는 "5개월 전에 가이드라인에 따라 모두 예방접종을 마쳤지만 불안한 상황이다"며 "언제 우리 농장으로 불똥이 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보은 내북면에서 한우를 키우고 있는 B씨(56)는 "축산이라는 것은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것보다 더 정성을 들여야 하는 직업이다. 아침 저녁으로 돌봐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때 맞춰 예방백신 놓아야 한다"면서 "구제역 발생 원인을 농가로 돌리는 듯한 당국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항체 형성률이 소는 80%, 돼지의 경우 30%를 밑돌면 구제역 백신 접종 소홀의 책임을 물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보은 / 장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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