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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누들' 면(麵) 탐미 - 청주 우암동 '삼미족발'

단순함의 미학(미(味學)), 삼미족발 수제비의 철학

  • 웹출고시간2015.12.10 17:54:51
  • 최종수정2015.12.10 17:54:50

꼬마족발로 유명한 삼미족발

[충북일보] 추운 겨울, 뜨끈한 국물의 수제비는 고향처럼 포근하다. 요란한 양념으로 부산떨지 않아도 한 번 맛보면 잊지 못하는 곳이 바로 삼미족발 수제비다. 삼미족발의 역사만 따져도 무려 38년이 됐다. 충북도에서 전통 대물림업소로 선정되기도 한 곳이기도 하다. 북부시장 입구에 위치한 삼미족발은 1977년도에 처음 고(故) 연규순 여사가 문을 열었다. 이후, 6년 후 며느리 황연옥(60)씨가 합류하면서 삼미족발의 명성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조그맣게 시작을 했는데 손님들 사이에서 '꼬마 족발이 맛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유명세를 탔다. 무엇보다 돌아가신 어머님의 손맛이 좋으셨다. 그 맛을 전수받아 지금까지 이어왔다. 수제비는 10년 전부터는 점심메뉴로 만들었는데 찾는 사람들이 늘어 지금까지 왔다."

수제비

며느리 황연옥씨는 이제 주방만 책임질 뿐 전반적인 운영은 이제 아들 김진성씨가 운영한다. 그렇다면 3대가 맛의 전통을 이어가는 셈이다. 현재 수제비는 점심때만 판다. 비나 눈이 오는 날이면 수제비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 집 수제비 맛은 단순하다. 하지만 그 맛은 질리지 않는 맛이다. 족발 반 접시에 막걸리 한 잔 그리고 마무리로 수제비 한 그릇이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단순한 맛'이라는 지인의 말에 묘한 힘이 느껴진다. 삼미족발 수제비의 음식재료는 간단하다. 맹물에 황태포와 콩나물 그리고 붉은 청양고추가 전부다. 30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절제된 맛이 그 안에 오롯이 담겨있다. 모든 것을 덜어낸 단순함의 경계에서 나오는 수제비의 맛이다. 그것은 간단하고 단순한 힘의 속성이기도 하다.

펄펄 끓는 물에 던져진 수제비 덩어리는 재료들과 한 몸이 되어 명품 수제비가 탄생되는 것이다. 수제비를 뜨는 황씨의 손길은 거의 달인의 경지다. 하얀 주걱 위에 얹어진 밀가루 반죽을 과일칼로 자르듯 뜨거운 육수에 던져 넣는 솜씨는 일품이다. 검객의 예리한 칼질처럼 일정하면서도 빠르다. 수제비를 주문한 숫자에 따라 그릇의 크기가 다르다. 눈대중이지만, 정확하게 인원수에 맞춰 재료를 넣고 수제비를 해 낸다. 적당한 크기의 수제비 덩어리는 끓는 물에 섞여 새로운 맛의 세상을 연다.

김치와 다대기

"애초에는 소뼈를 푹 고와 우려낸 육수를 썼다. 지금은 육수는 쓰지 않고, 깨끗한 물에 청양고추와 콩나물, 황태포만 넣고 맛을 낸다. 그랬더니 오히려 손님들이 더 깔끔하고 시원하다며 좋아한다."

양푼에 내온 투박한 수제비는 어쩐지 정감이 간다. 으슬으슬한 겨울추위와 허전한 마음은 수제비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나면 거뜬하다.

수제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시대의 수제비는 '운두병(雲頭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 수제비 모양이 마치 '구름을 닮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정말 수제비 모양은 구름모양을 하고 있다. 수제비인 '운두병'의 조리법을 살펴보면, '좋은 밀가루에 다진 고기와 파·장·기름·후춧가루·계핏가루 등을 넣고 되직하게 반죽하였다. 닭을 삶아낸 장국물에 이 반죽을 숟가락으로 떠 넣어 익힌 다음에 그릇에 담아 닭고기를 얹어 먹는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당시 귀한 밀가루에 고기가 들어 간 음식재료로 판단할 때 조선시대의 '운두병'은 서민들과는 거리가 있었다.

수제비가 서민의 음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6·25 이후 다량의 밀가루가 구호물자로 유입되면서였다. 배고팠던 시절, 흔한 김치와 고추장만 풀어낸 맹물에 밀가루를 적당히 반죽해 떼어 넣으면 배불리 먹을 수 있었던 음식이었다. 수제비의 종류는 재료에 따라 이름을 달리했다. 밀가루로 만든 밀수제비, 밀가루를 찌꺼기로 만든 노깨수제비, 통밀을 맷돌에 갈아 만든 막갈이 수제비가 있다. 이밖에 메밀가루로 만든 메밀수제비, 감자녹말로 만든 감자수제비, 칡뿌리녹말로 만든 칡 수제비, 어린 보리 싹을 볶아 찧어 만든 보리수제비, 보리쌀을 대낄 때 나온 겨를 반죽하여 만든 겨 수제비, 송기가루로 만든 송기수제비 등 다양했다.

후루룩 마지막 국물까지 시원하게 마신 손님 한명이 김 서린 안경을 닦으며 한마디 덧붙인다.

"어이, 시원하다. 우중충한 날씨에는 유달리 수제비가 더 맛있어."

삼미족발 메뉴는 수제비의 단순함처럼 그저 단출하다. 족발 한 접시가 2만2천원인데 반 접시(1만1천원)도 팔아서 좋다. 수제비는 5천원이다.

/ 윤기윤 기자

삼미족발 '수제비'

청주시 우암동/ 043)253-8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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