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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누들' 면(麵) 탐미 - 증평군 도안면 '모녀분식'

고향의 흙 맛이 느껴지는'우리밀 칼국수'

  • 웹출고시간2015.03.05 18:06:29
  • 최종수정2015.03.05 18:06:08
ⓒ 윤기윤기자
아무리 손님이 몰려와도 오후 2시면 어김없이 문을 닫는다.

저녁장사는 애초에 없었다. 편하게 영업을 하기위해서가 아니다.

2시에 마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내일 사용할 칼국수의 육수를 미리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육수를 우려내는 데만 장장 9시간의 정성과 인내가 필요하다.

오후 2시, 손님들이 모두 빠져나가면 주방 안쪽에서는 커다란 가마솥에 다시마와 멸치 등을 넣은 생수를 끓이기 시작한다.

6시간가량 끓여낸 뒤, 다시 건더기를 건져내고 3시간을 다시 더 끓인 후 서늘한 장소에 보관한다.

"보통 70~80그릇의 분량을 만들어. 주말에는 좀 더 양을 늘리고…. 어느 때는 20그릇 밖에 못 팔아"

매일 반복된 일과가 21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 윤기윤기자
이곳 도안에서'모녀분식'을 시작한 동기는 단순했다. 도안에서 밀농사를 짓던 '모녀분식' 주인 연춘호(67)씨는 틈날 때마다 집에서 이웃과 우리밀로 만든 칼국수를 즐겨 나눠먹었다.

맛있게 칼국수 한 그릇 먹고 나오면서 이웃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칼국수 장사해도 되겠어"

그 말을 믿고 칼국수 집을 냈다. 21년 동안, 한 장소에서 우리밀로 칼국수를 만들어 팔았다.

그러다보니 모녀분식에 오는 단골들은 보통 10년이 넘는 골수 칼국수 마니아들이다.

이 집 칼국수 맛에 빠진 사람들은 전국각지로 떠났어도 연어처럼 회귀하듯 다시 찾는다.

"왜'모녀분식'이냐고? 그냥 면사무소에 신고하러 가서 생각나는 대로 말한 겨"

주인은 무심하게 답한다.

'맛있으니까 한 번 차려봐!'란 말을 믿고 가게를 연 것처럼, 생각나는 대로 붙인 이름이'모녀분식'이다.

그 단순함이 칼국수 21년의 전통을 이어왔다니 쉽사리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벌써 15년째 단골이라는 지인은"그때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한 것이 없어. 단지 10년 전에는 할머니가 계셨는데 지금은 안 보이시네. 아마도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그 며느리가 이어 하는 것 같아"라고 추측할 뿐이다.

점심으로는 조금 이른 오전 11시쯤, 기세 좋게 문을 열자 벌써부터 한 테이블에서 손님이 땀을 흘리며 국수를 먹고 있었다.

허름한 간판과 넓지 않은 내부시설은 아주 기본적인 시설만 갖춘 허름한 시골식당에 불과했다.

주방 쪽을 슬쩍 건네 보자, 수십 그릇이 층층이 쌓여 있다. 곧 밀어닥칠 손님들을 대비해 미리 준비해 놓은 것이다.

뽀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칼국수 두 그릇을 들고 젊은 여인이 다가온다.

20여년 동안 변한 것이 없는 공간에 바뀐 것은 사람의 얼굴이다. 할머니에서 며느리로, 그리고 또 며느리의 며느리로….

생각의 끝자락을 밀어낸 것은 맑은 갈색 국수가닥에 까만 점이 콕콕 박혀있는 칼국수가 눈에 들어오면서였다.

우리 밀로 만든 칼국수의 특징인가보다. 얹은 고명도 인심만큼 푸짐하다.

다진 고기, 호박, 김, 당근이 갈색 칼국수와 어울려 은근히 식감을 자극한다.

젓가락으로 국수가닥을 건져 올리자, 스르륵 미끄러진다. 손끝에 약간의 힘을 주니 금방 뚝뚝 끊어진다. 수저의 도움을 받으니 그나마 수월하다.

아무래도 수입 밀에 비해 끈기는 떨어진다. 그동안 수입 밀로 길들여진 입맛과는 다른 고향의 흙 맛이 진하게 느껴졌다.

햇살과 들풀을 훑고 지나온 바람의 맛이라면 지나친 상상일까. 입안에서 감촉은 거칠지만, 개성은 강했다. 쫀득한 식감보다는 정제되지 않은 자연의 구수한 맛이 더 정겨워진다.

"이 집 칼국수를 먹으면 뱃속이 시원해. 숙취에는 최고여"

옆 테이블 손님이 국물을 양껏 들이켜며 한 마디 평을 보탠다.

수입 밀에 비해 우리밀은 글루텐 함량이 낮기 때문에 밀가루만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다는 이들도 속 편히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됐다.

"우리밀로 만든 칼국수는 홍두깨로 밀어야 제 맛이 나. 우리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여. 옛날에는 도안이나 내수에서 밀농사를 많이 했지. 지금은 찾아 볼 수가 없어. 요즘은 전라도 장성에서 1년에 한번 트럭으로 사서 실어와"

이곳에서 먹는 한 그릇의 칼국수는 기억의 회로를 열어준다.

함께 왔던 동료, 듣던 음악, 당시의 추억들이 칼국수를 맛보는 순간, 느린 필름처럼 서서히 재생될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오래된 음식점은 단순한 맛의 의미를 넘어 시공을 넘나드는 타임머신 캡슐과도 같은 마력이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음성에서 36번 도로를 타고 청주 방향으로 오다 증평과 도안 갈림길 전 300m에 허름한 단층 건물, 붉은 간판의'모녀분식'을 만날 수 있다.

모녀분식의 대표메뉴인 우리밀 칼국수는 5천원이다.

만두는 4천원인데 다진 고추를 많이 넣어 몹시 맵다. 영업은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2시까지만 한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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