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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누들' 면(麵) 탐미 - 칼국수 기행 '또아' 식당

1989년 개업해 27년 매일 새벽 사골 고아내
담백한 특유의 풍미 목젖 타고 뱃속까지 '사르르'
"1인분이 다른 집 2인분 양" 인심만큼 양도 푸짐

  • 웹출고시간2015.05.07 15:48:48
  • 최종수정2015.05.07 15:48:46

[충북일보=청주] "이집 칼국수는 1인분이 다른 집 2인분은 족히 돼"

제일 처음 '또아식당'을 소개한 지인은 '또아식당'의 장점으로 우선 푸짐한 양을 꼽았다. 양념처럼 곁들이는 말이 재미있다.

"처음 칼국수가 오면 '양이 너무 많아 이걸 다 어떻게 먹지·'하고 고민하다가도 먹다보면 바닥까지 비워지게 되는 곳이 이 집 칼국수의 힘이지"


오전 11시, 점심이라고 하기엔 이른 시간이다. 청주시 영운동에 위치한 '또아식당'에 도착했다. 의외로 몇몇 손님들이 어중간한 식사를 하고 있었다. 흔히 '아점(아침 겸 점심)'을 하는 중이었다. 아침부터 칼국수라니, 못 말리는 칼국수 마니아다.

칼국수는 말 그대로 '칼로 썰어 만든 국수'다.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일정한 간격으로 잘라 국수가닥을 만든다. 마땅한 반찬이 없을 때, 밀가루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칼국수'다. 하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격이 달랐다. 쌀농사를 주로 하는 우리나라 특성상 일반 서민이 밀가루 음식을 접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큰 잔칫날 국수를 나누던 풍습을 떠올리면, 밀가루 음식은 귀한 대접을 받았던 셈이다. 칼국수가 '귀한'에서 '흔한' 음식으로 대중화된 것은 바로 6·25전쟁 후 미국의 원조 밀가루가 넘쳐나면서다.


"아휴, 시원해라. 이렇게 땀 흘리며 먹어야 제 맛이 나."

한 그릇 뚝딱 해치운 옆 테이블 손님들이 두둑해진 배를 쓰다듬으며 습관처럼 이쑤시개를 입에 물고 나간다. 칼국수에 빼놓을 수 없는 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절인고추에 촘촘히 박혀있는 양념이 먼저 나오고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칼국수가 눈앞에 등장한다. 창을 넘어 온 봄빛이 칼국수 국물에 일렁인다.

널 다란 그릇에 담겨진 칼국수 분량이 장난이 아니다. 미음(米飮)처럼 껄쭉한 국물이 칼국수 가닥마다 엉킨 듯 스며있다. 고명으로 뿌린 김 부스러기와 당근, 호박, 파가 이웃처럼 조화를 이루며 입맛을 당긴다.


국물 한 수저를 입안에 살짝 넣으니, 사골국물과 밀가루 전분이 어울려 빗어낸 맛이 혀끝에서 살아난다. 담백하면서도 칼국수 특유의 풍미가 목젖을 타고 뱃속까지 번져온다. 칼국수에는 온기가 그윽하다. 즉흥적인 뜨거움이 아니라, 먹는 내내 쉬 식지 않는 은근한 정(情)이 배어있다. 그래서일까. 계절이 바뀌는 간절기에 먹는 맛은 남다르다. 지금처럼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순간, 혹은 늦가을 겨울로 접어들면서 알 수 없는 한기와 함께 쓸쓸함이 깃들 때 허전한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음식이 칼국수다.

"오래 있어 주면 고마운 거여. 힘들어도 버텨 줘 고맙고, 맛이 변치 않아 믿음이 가는 칼국수 집이 좋은 거지. 그래야 우리도 지난 시절 하나쯤 유적처럼 방문하는 거잖아."

'또아식당'은 89년 사직동에서 처음 차렸다. 95년도 지금의 영운동 자리로 옮겨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매일 새벽이면 그날 쓸 소뼈를 고아 국물을 낸다. 그렇게 우려낸 세월이 벌써 햇수로 27년째다. 메뉴판에 몇 가지 다른 음식이 있지만, 칼국수만한 것은 없다. 손칼국수 5천원, 콩나물 해장국 5천원이다. 여름이면 같은 가격으로 콩국수와 비빔국수도 한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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