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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삶의 양식이다 -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성악가 배하순의 추천도서
"하고픈 일을 신나게 하는 것이 청춘의 특권"

  • 웹출고시간2015.12.03 16:48:31
  • 최종수정2015.12.03 18:34:50
[충북일보] '나는 궤도에서 이탈한 소행성이야. 흘러가면서 내 길을 만들 거야.'

-황석영의 소설 '개밥바라기별' 中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얼마 전 이 땅의 청춘들을 사로잡았듯이 시절은 달라졌어도 청춘들의 고민은 늘 비슷하다. 삶의 속도가 빨라진 지금, 오히려 지금 중장년층의 젊은 시절보다 오늘의 청춘들은 더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개밥바라기별'을 들고 나타난 배하순 성악가의 얼굴에서도 문득 신산(辛酸)했던 지난 청춘의 한 자취가 묘하게 어른거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나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았어요. 비틀거릴 때 힘이 되어 주는 책이 '개밥바리기별'이다. 다 그렇잖아요. 돌이켜 보면 젊은 시절의 방황과 자유 같은, 어떤 가치가 혼재되어 있을 때 헝클어진 길을 찾기가 쉽지 않지요. 젊은이들에게 꼭 권해 주고 싶은 책입니다. 청춘은 특권도 있어요. 자신의 꿈이 아니라, 남의 꿈을 좇아 살아가는 것은 청춘의 모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따르고 싶은 가치와 하고 싶은 것을 하고자 하는 청춘을 응원하는 책입니다."
그럼 이 책을 권한 성악가 배하순의 청춘은 어떠했을까. 그는 지나간 청춘의 비밀한 창고를 다시 들여다보는 마음으로 담백하게 토로한다. 누구에게나 뒤돌아본 자리에는 크고 작은 흉터가 남아 있다. 그리고 마음속 깊은 곳에 감추어 둔 은밀한 방에는 잃어버린 꿈들과 희망 그리고 자신만 알고 있는 비밀들이 아직도 반짝이고 있다는 것을 우리들은 알고 있다.

'여름방학 같은 때, 장마 중에 비 그치면 아침인지 저녁인지 잘 분간이 안 되는 그런 날 있잖아, 누군가 놀려 주려고 얘, 너 학교 안 가니· 그러면 정신없이 책가방 들고 뛰쳐나갔다가 맥 풀려서 되돌아오지. 내게는 사춘기가 그런 것 같았어. 감기약 먹고 자다 깨다 하는 그런 나날.'

본인의 청춘을 말하면서 성악가 배하순은 책 속의 이 문장을 꺼내 들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청춘은 혼돈의 시절이기도 하지 않은가. 그는 말한다.
"지금 청춘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도, 혹은 이미 그 시절을 지나온 중년의 삶에도 한번쯤 자신을 성찰하게 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춘은 통제되지 않는 활화산 같잖아요. 남들이 내 준 길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가는 것도 청춘의 특권이니까요."

배하순 성악가는 애초부터 성악을 꿈꾸지는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음악시간, 그의 목소리를 들은 선생님으로부터 '너 성악해보지 않을래·'라는 그 권유의 말이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 당시 상고는 인기였어요. 경기가 좋은 시절이라 은행 취직은 따 놓은 당상이었거든요. 그런데 난데없이 성악을 한다고 하니 우려의 시선이 많았지요. 하지만 그 당시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옳다고 확신했어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아도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안정적인 은행 취업을 포기하고 들어선 성악의 길은 쉽지만은 않았다. 대학 성악과에 입학 후, 다시 유학길에 올랐다. 유학에 대한 열망도 남달랐다.

"이탈리아가 성악의 본고장이죠. 그래서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알아야 진짜 성악의 본질을 깨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5~6년 걸렸는데 도중에 가이드로 정착하는 유학생들도 많았어요. 다행히 저는 그런 갈등과 유혹들이 엉겨있는 시절을 지나 지금의 길을 가고 있어요."

그렇게 헤치고 달려온 청춘을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소설이 바로 '개밥바라기별'이다.
'사람은 ×팔, 누구나 오늘을 사는 거야.'

가슴을 후려치듯 일갈한 소설 속 대사 하나를 배하순은 가슴에서 꺼내 놓는다. 이는 결국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말한 '현재를 살아라'는 말과 같다. 삶의 정답은 바로 오늘을 사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에게 과거와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다. 늘 최선을 다해 누려야 할 오늘이 있을 뿐이다. 시간은 분절되어 있지 않다. 흘러온 과거와 살아 움직이는 오늘이 만나 삶이 이루어진다. 작가 황석영은 이 소설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삶에는 실망과 환멸이 더 많을 수도 있지만, 하고픈 일을 신나게 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태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때려치운다고 해서 너를 비난하는 어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다. 그들은 네가 다른,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이 지옥에 가깝고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의미의 '헬조선', 무능력한 부모를 만나 경제적인 도움을 전혀 못 받고 있는 자녀를 지칭하는 '흙수저' 등 젊은이들의 자조가 넘치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나를 바라보는 따스한 누군가의 시선이 있음을 잊지 말자고 다독이는 책이 '개밥바리기별'이다. 곱게 물든 서녘 하늘에서 고된 하루를 위무하듯, 선한 이의 눈시울처럼 따뜻하게 반짝이는 별 하나, 그것이 금성, 즉 개밥바라기별이다.

삶이 저무는 것처럼 쓸쓸하여도 내일이 있기에 청춘은 아름답다. 그것이 배하순 성악가가 가슴에 '개밥바라기별'을 소중히 안고 온 까닭이리라.

/윤기윤 기자

배하순 성악가 프로필

-청주대학교 사범대학 음악교육과 졸업

-이탈리아 비발디 국립음악원 졸업

-이탈리아 제노바 왕립 아카데미 졸업

-오리토리오 천지창조, 메시아 솔리스트 그 외 다수 미사곡 솔리스트

-오페라 'La Traviata' 'The little sweep' '직지' '봄봄' '쟌니스키키'

-'팔리앗치' '사랑의 묘약' '토스카' 주역 출연

-독창회 4회 및 수백여회 연주회

-청주시립합창단 테너 수석, 주성대, 청주대 출강

-현) 충청대. 청주 YWCA합창단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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