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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삶의 양식이다 -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권희돈 전 청주대 국문과 교수 추천도서
지친 영혼을 닦아내는 치유의 시집

  • 웹출고시간2016.01.14 15:39:23
  • 최종수정2016.01.28 15:20:08
[충북일보] '윤동주'라는 이름은 명징한 겨울눈빛이다. 겨울 밤 하늘에 소슬하게 빛나는 별이다. 끊임없이 푸르게 자신을 벼렸던 그는 삶과 시와 죽음이 일치한 보기 드문 시인이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바랐던 청년, 그리하여 권희돈 전 청주대 국문과 교수는 윤동주를 '부끄러움의 시인'이라 명명한다. 깊게 곰삭은 시의 말들이 등잔불빛처럼 내비치는 오래된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품에 안고 온 권 교수와 마주앉았다.
"민족시인 중 이육사가 남성적이라면 한용운은 연가풍이고 윤동주는 부끄러움의 시인이라 할 수 있다. 안으로 안으로, 속으로 속으로 들어가는 시인이다. 내면적으로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였다. 이 시집은 나를 비춰보는 맑은 거울 같다. 내가 누더기 같고 힘겨울 때, 내 영혼을 닦아내는 역할을 한다. 치유의 시집이다. 민족을 걱정하는 마음이 옹골차게 배어 있다. 시집을 보며 나의 편협함을 수정하곤 한다."

여기저기 시집 갈피에 파랗거나 노란 포스트잇이 끼워져 있다. 특별한 시에 대한 표식 같았다. 그것은 마치 시를 읽는 이의 마음이 새싹처럼 머리를 내밀고 있는 것 같아 시집을 든 노교수의 눈빛이 문득 청년처럼 싱그럽게 느껴졌다.
"70년대 학창시절부터 윤동주 시를 좋아해서 시집을 나오는 대로 구입했다. 이 시집은 30년 정도 되었는데, 서울 대성고 국어교사를 하면서 야간대학을 다닐 때 인사동 고서적에서 구입했다. 장정도 좋았고 여러 사람의 평이 좋았다."

민족적인 저항시인이라고 한다면 다른 이들도 꼽을 수 있겠는데, 그 중에서도 윤동주는 어떤 점에서 특별한가.

"일제 때 이 시집이 나왔으면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정말 소중한 작품이다. 윤동주를 좋아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29살에 요절했다. 영원한 청년시인이다. 우리 한국인이 갖고 있는 정서가 사단칠정(四端七情)인데 그 중 하나가 수오지심(羞惡之心)이다.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이다. 이는 지극히 아름다운 인간적 정서이고, 윤동주 시인이 대표적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교회 장로였던 윤동주는 어려서부터 기독교 신앙의 터전 위에서 성장했으며, 그의 시도 대부분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쓰여 졌다. 흔히 십자가는 예수가 인류의 죄를 대신하기 위해 매달린 형틀을 가리키는데, 그것은 사랑과 봉사와 헌신 등의 기독교 정신을 상징하는 것이다. 윤동주의 '십자가'는 일제 강점기에서 겪는 민족적 수난에 대하여, 시인이 스스로 그 비극의 속죄양이 되기를 원하고 나선 순교자적 심정과 염원을 잘 나타내고 있는 작품이다.
"윤동주는 49년 2월26일 후쿠오까 형무소에서 해방되기 6개월 전 타계했다. 해방 턱 밑에서 죽는다. 민족 시인들의 특징이다. 용정으로 전보가 온다. 시체를 갖고 가라고. 그 전보보다 10일 늦게 전보가 또 하나 온다. '동주 위독하니 보석할 수 있음. 만약 사망 시 시체를 갖고 가기 바람. 만약 시체를 갖고 가지 않을 시에는 구주제국대학에 해부용으로 제공함.' 이 전보의 내용을 상기할 때마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 감옥에 있을 때 윤동주를 끌고 나갔다 오면 피골이 상접해서 온다. '이상한 주사를 맞는다.' 라고 말했다. 혈액 대체물 실험을 윤동주에게 했다. 그렇게 체해부학 실험으로 쓰이며 죽어간 것이다. 예수 못지않게 참혹한 죽음이었다."

권 교수는 윤동주의 비장한 최후를 전하며 윤동주의 시들은 특별한 정화 작용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감옥에 있는 사람들에게 '서시'를 낭송하게 하면 자연스럽게 교화될 것 같다. 강도에게도 이 시를 외우게 하면, 마음이 돌아서지 않을까."

윤동주의 시들을 어설프게 읽은 사람들은 그의 시가 여린 감성으로 채워져 있다고 생각하기 싶다.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별 헤는 밤'을 그저 낭만적으로만 접한 결과다. 권 교수는 윤동주에 대한 그러한 편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윤동주의 최고 시 정신은 기독교적이다. 예수가 갖고 있는 올곧은 신앙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 외부세계와 내면세계가 편차 없는 삶을 살았다. 고통과 고독을 감내하는 인내의 소유자였다."

그의 시 정신을 대표하는 것이 '서시'외 또 무엇을 꼽을 지 궁금했다.

"식민지 상황에서 저항 한 번 제대로 못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의 시가 '참회록'이다."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사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 '참회록' 中

청소년들에게 윤동주의 작품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학생들의 피동적 삶을 윤동주의 시를 통해 일깨워 바꿀 수 있다. 자기 자신의 영혼을 가장 정확하게 비춰볼 수 있는 것이다. '서시, 별 헤는 밤, 참회록, 십자가, 쉽게 쓰여 진 시' 등을 외우고 깨닫게 하면 좋겠다. 상상력을 제한시키지 않는 최고의 교육이 문학에 있다. 그런 힘들로 인해 삶을 꾸려갈 수 있을 것이다. 윤동주의 시는 독자에 따라 펼칠 수 있는 시적 공간이 풍부하다."

시는 가장 아날로그적 문화이면서도 그 압축성으로 인해 디지털적인 요소 또한 갖추고 있다. 그런 특성을 활용해 청소년들에게 시를 가까이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 윤기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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