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충주 23.8℃
  • 구름조금서산 26.0℃
  • 구름조금청주 25.2℃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추풍령 23.4℃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홍성(예) 26.0℃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많음고산 25.8℃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제천 22.2℃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천안 24.0℃
  • 구름조금보령 26.1℃
  • 흐림부여 22.9℃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짜장면 봉사 10년, 성락원씨의 '흑장미 3만송이'

2002년부터 복지관 순회 자장면 3만그릇 대접
건강 악화로 가게 접었지만 봉사활동은 계속

  • 웹출고시간2013.04.28 20:44:3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편집자 註

펌프에서 물이 잘 나오지 아니할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위에서 붓는 물을 마중물이라고 한다. 충북일보에서 새롭게 연재할 '마중물 이야기'는 어려운 환경과 소외된 이웃들에게 마중물과 같은 역할을 하는 봉사자들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아냈다.

하얀 접시에 가득 담아낸 자장면이 봄날 환하게 핀 흑장미를 닮았네요. 짜장면 3만 그릇을 12년 동안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제공한 사람이 있어 눈길을 끕니다. 사람들이 '짜장면 아저씨'라고 부르는 사람은 바로 성락원(55)봉사자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중국집에서 각종 중화요리를 익힌 그는 청주에서 중화요리전문점 '청룡각'을 운영하면서 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생전의 아버지가 늘 봉사를 하셨어요. 침술과 한약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무료로 베푸셨지요. 아버지의 모습이 내 안에 생생히 살아있어 그리하라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성락원(왼쪽)씨가 자장면을 만들고 있다.

성락원 봉사자는 현재 청주시청 '120 콜센터' 생활기동대 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18살부터 익힌 중국요리로 영성관, 중앙반점, 청룡각을 운영했지요. 봉사활동은 89년부터 석교동 새마을봉사단체에 가입하면서 인연을 맺기 시작했습니다. 동네 방역활동과 청소, 꽃길 가꾸기, 농촌일손돕기지원, 독거노인 집 고쳐주기, 재난구조 활동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전개해 왔지요. 그러던 중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겼습니다. 오랜 기간 면을 직접 손으로 뽑다보니 팔에 장애가 왔던 것이죠. 일명 '무열성괴사'라는 병인데 뼈에 피가 잘 통하지 않아 뼈가 죽는 병이었습니다. 수술을 마치자, 병원 의사의 조언은 그야말로 청천벽력이 따로 없었지요.
 
"일을 그만 하십시오."
 
어쩌겠어요. 의사의 말을 따를 수밖에요. 17년 동안 운영하던 청룡각을 접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일을 접을 수는 있었지만, 봉사활동은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일을 그만두었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을 활용하고 싶었지요. 평생 짜장면 만들어 왔던 그였기에 용암동 새마을 협의회원들에게 '자장면 봉사'제안을 했답니다. 고맙게도 모두 좋은 의견이라고 반겼습니다. 그렇게 2002년부터 시작된 자장면 봉사의 긴 여정은 벌써 10년을 훌쩍 넘겼네요. 그가 12년 동안 이웃을 위해 제공한 짜장면 그릇을 계산해보니, 무려 3만 그릇이랍니다.

성락원씨.

"회원 중 한 분이 그러더군요. '우리 저녁회식을 하지 말고 그 돈으로 짜장면 재료를 사서 봉사를 하자. 그때 우리가 봉사하면서 만든 짜장면으로 회식하면 좋잖아·' 참 고맙고 정 많은 회원들입니다. 짜장면 봉사를 제안한 것은 저였지만, 함께 만들고 봉사를 유지한 것은 우리 모든 회원들의 힘이었습니다."
 
저녁회식 비용을 아껴 모은 돈과 주변의 협찬을 받아 구입한 짜장면 재료로 용암동 경로당, 다솜의 집, 성모요양원, 장암동 요양원, 현양원, 청천면 소망의 집, 문암리 요양원, 용암동 복지관 등을 순례하며 짜장면 봉사를 쉬지 않고 이어갔습니다.

"봉사를 하고나면 정말 행복합니다. 짜장면을 맛있게 드시고 나서 '고마워 정말 잘 먹었어요.'라고 등이라도 두드려주면 하루의 피곤이 금방 사라집니다. 그분들이 행복하면, 제가 더 행복해지거든요."
 
이웃이 행복하면 내가 행복하다고 말하는 성락원 봉사자입니다. 그가 고집하는 짜장면은 '옛날 짜장면'입니다. 지금의 짜장면에는 감자가 사라졌지요. 하지만 그가 만든 짜장면에는 옛날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감자, 호박, 배추, 오이, 고기, 새우, 해물'이 들어가 더욱 정겹습니다. 옛날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어르신들에게 즐겨 드시던 맛을 찾아주고 싶었습니다."
 
오늘도 어르신들에게 환한 미소와 함께 짜장면을 대접합니다. 따뜻한 마음이 담긴 하얀 그릇에 흑장미 3만 송이가 가득 피어난 듯 정겹고 아름답습니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