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다 김생수 충북시인협회 회원 대숲에 휘날리는 눈발 검은 머리도 흰머리도 지나가다 꽃잎도 낙엽도 언덕도 벌판도 달밤도 별밤도 지나가다 모든 지나간 것들이 처음부터 다시 지나가다 대숲에 몰아치는 눈보라 혜숙이도 금자도 지나가다 모든 형상 있는 것들이 형상 없는 것들이 태어난 것들이 죽은 것들이 처음이 되어 또다시 지나가다
갑진년을 보내며 山情 장광수 충북시인협회 회원 희망과 설렘으로 시작했던 갑진년이 저물어간다 봄을 지나 구슬땀 흘려가며 곡식을 심고 가꾸며 노력했던 날들 그 무더웠던 긴 여름을 건너 결실을 맺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가을 기대했던 성과는 올리지 못했지만 그 모든 시간들이 올해 아름다운 생의 한 장면으로 남길 바라며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다시 힘을 내어 봅니다.
섬 김일복 청주문인협회 사무국장 섬은 늘 아파서 아픈 사람을 보면 더 아프다 그래서 아픈 사람을 위해 파도처럼 운다 밀려오는 파도를 받아들이고 때로는 밀어내기도 하지만 섬은 아프니까 더 아픈 사랑을 기다린다 섬은 늘 외로워서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가며 기적을 이룬다 아픈 사람은 아프니까 아파하지만 섬은 아픈 사람 위해 물길이 되어주고 때로는 파도가 되어준다 사람이 섬이다.
밤이 아름다운 건 박별 충북시인협회 청주지회장 밤이 아름다운 건 한낮의 아픔이 스러지기 때문 사번스런 엄마의 손길도 잠시 누워 쉬기 때문 밤이 아름다운 건 그대 사랑 떨리던 몸짓 영화처럼 되돌려보고 또 한 번 꿈의 신새벽을 끝까지 기다리고 있기 때문
백로 김현순 충북시인협회 회원 물속 하늘도 흐린 날 잿빛 침묵이 땅거미처럼 내려앉는 시냇가 일순간 마력으로 끌어당기는 환한 빛 있어 그 해밝은 쪽 바라보니 어디서 왔는지 때 묻지 않은 오래전 새하얀 꿈이 눈부시게 펼쳐진 오늘이 되어 찰나에 내 곁으로 나타났다가 신묘한 꿈에서 깨어난 조용한 새벽처럼 미지의 자리로 홀연히 사라졌다 귓가에 흐르는 물소리만 남겨놓은 채
동지(冬至) 박찬승 충북시인협회 이사 작은 설 亞歲日에 팥죽대접 나눔풍습 새알심 풍족함은 가족인심 담겨있고 대문 앞 팥죽 뿌려서 액운을 몰아냈네 장독대 박샘옆과 외양간전 팥죽치성 중,노동지 동지염원 가족건강 가축번성 태양의 붉음의 시작 우리만의 유월절 천지신 팥죽봉신 조상님전 제향차례 작은 설 애동지엔 자녀들 좋지않다 팥고물 시루켜떡을 팥죽대신 먹었다네 새 태양 동지날에 팥죽먹어 액운떨이 올 동지 노동지라 새알심도 더 풍족히 양기를 흡족히 담아 음기를 덜쳐내세
노래여 노래여 지은경 신문예총회장·문학박사 '죽지 말고 잘 살아야 한다' 강가에 나와 강물을 들여다보며 방생한 내 분신의 이름을 불러본다 하늘 한번 쳐다보며 훨훨 날아가 잘 살아야 할 텐데…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궁금하고 걱정이 되어 날개 달아준 네 이름 불러본다 시집갈 때, 어머니 내 두 손을 꼭 잡고 하신 말씀 '가서 잘 살아야 한다' 살아보지도 않고 눈물만 흘리던 난 지금 눈물 같은 시를 쓰고 있다 내 분신, 내 詩들아! 어디에 있던 죽지 말고 꼭 살아서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는 노래가 되어야 한다
함박눈은 내리는데 ~ 김종례 충주문인협회 이사 하얀 은어 떼들 들러리로 앞장세우고 면사포 끌고서 소리 없이 님 오시는 날 이름 모를 아이들 불러 모아서 세월의 빗장을 열어젖혀 보리라 송사리 없는 검은 하천을 씌우시고 불도저 종일토록 우는 벌판도 덮으시며 모서리 없는 우주의 솜이불 지으시네 동구 밖 삽살개가 반갑다고 짖어대고 측백목에 숨어 울던 고 귀여운 참새 떼들 오늘 다시금 그리워지는 연유 무엔가 저녁연기 골목 안에 자욱이 잦아들면 타다 남은 청솔잎에 눈 시려 울어대던 그 영문이 다시금 궁금해지는 해거름에 내일 아침이면, 소복이 눈 모자 얹고 올 수국 같은 아이들을 기다려도 좋으련만 ~ 전설 같은 겨울 동화 도란도란 들려나 줄 추억 같은 겨울 놀이 왁자지껄 놀아나 줄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어느 강의실 김영희 충주문인협회 회원 학생들 앉은 책상에 볼펜 대신 빨대 꽂은 커피잔 학생 앉은 책상마다 노트 대신 켜져 있는 노트북 조는 젊음 몇몇 너머에 파랑 노트에 볼펜 들은 시니어 눈빛 가을 별빛 같아라
가을 시 민용태 고려대 명예교수 스페인 왕립 한림원 위원 가을 시를 쓰는 내 손가락을 본다. 마른 가지 손가락이 컴퓨터를 맡고, 나는 그저 나무 위에 올라앉은 가을. 서글프리만큼 고운 초승달을 본다, 그믐달 닮은 초승달은 현기증 나게 아름다운 소녀의 속눈썹 내 시는 다 잃고 우는, 웃는 산골짜기 물소리
[충북일보]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후 항공기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이용객들이 불안해 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30일 오전 10시 30분께 청주국제공항. 참사 여파 탓인지 대합실은 한산한 분위기였고, 이용객들의 얼굴에는 여행의 설렘보다는 불안한 모습이 엿보였다. 대기석에 앉아 있던 한 어린이는 TV 참사 뉴스 화면을 가리키며 부모에게 "우리는 저 비행기 타는 것 아니지"라며 우려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날 티웨이항공을 통해 가족 여행을 떠나는 성모(44)씨는 "지금도 아이가 뉴스를 보며 항공기 타는 것을 무서워하는데 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된다"며 "여행을 가서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용객들은 체크인을 기다리는 대기 선에서도 불안에 떠는 모습이었다. 수속을 기다리던 한 이용객은 가족의 안부 전화를 받으며 이들을 애써 달랬다. 오전 10시 45분 제주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던 박승환(41)씨는 "연말에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가족 여행을 가려고 두 달 전부터 계획했는데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것을 보고 여행을 취소할지 매우 고민했다"며 "대기 줄에 서 있는 지
[충북일보] 산에 나무를 심는 조림 사업에서 묘목의 위치를 알 수 있도록 꽂아두는 대나무 표시봉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나무 표시봉의 식별 용이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흰색 페인트가 환경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1일 충북도에 따르면 산림청은 목재 자급률과 국내 목재 이용 촉진 등 산림자원순환경영을 위해 경제림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제림이란 산림을 계획적으로 육성해 이를 경제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뜻한다. 조성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한국은 국토의 절반 이상이 산림으로 덮여있으나, 목재 자급률은 10%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산림청은 적합한 수목을 선정하고 벌채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목재를 자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묘목의 생장을 방해하는 잡초들을 제거하는 풀베기 작업이 진행되는데 대나무 표시봉은 예초 작업자들이 묘목의 위치를 파악하는 등 경제림 손실을 줄이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충북에는 조림사업을 통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약 2천890㏊ 규모에 대나무 표시봉을 설치했다. 1㏊에는 평균 3천 개의 대나무 표시봉이 사용된다. 이를 환산하면 도내에는 표시봉이 800여만 개가 설치된 셈이다.
[충북일보] 최근 건강수명 연장과 함께 평생교육 기회가 늘면서 성인 학습자, 즉 만학도들이 대학에 입학하거나 돌아오거나 사례가 증가하는 등 중고령층 평생학습 수요는 학위과정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성인 학습자를 심층 인터뷰해 효과적인 교육방법과 지원방안을 살펴본 논문 '안드라고지이론에 근거한 60~70대 만학도의 대학 학습경험 탐색-S대 라이프설계 전공을 중심으로'가 최근 한국노년교육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노년교육연구'에 실렸다. 논문 저자는 김영옥(사진) 서원대학교 비전학부 라이프설계 전공 주임교수다. 김 교수는 60~70대 성인 학습자의 대학 학습 경험을 탐색하기 위해 '대학의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LiFE)'으로 교육부가 선정한 서원대 성인단과대학 라이프설계전공 사례로 선정하고 학생 6명(60대 4명, 70대 2명)을 대상으로 질적연구를 실시했다. 성인 교육에 관한 이론인 안드라고지는 성인 학습을 돕기 위해 성인교육의 이론·과정·기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전국 대학의 성인 학습자 입학생 수는 2013년 3천521명에서 2023년 1만1천64명으로 7천543명(214.2%) 증가했다. 전체 입학생
[충북일보] "제 경영 철학은 단 하나입니다. 생명을 구하는 것." 김세나(41) 메디아크 대표는 단호하면서도 분명하게 메디아크가 나아가는 바이오 연구와 개발의 목적을 이야기했다. 메디아크의 시작은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이 계기가 됐다. 코로나19 초기 백신 공급이 원활치 않아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바라보며 김 대표는 연구한 바이오 소재 기술을 통해 백신 전달체 개발에 나섰다. 다음 팬더믹이 올 때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마음으로 창업을 했다고 한다. 메디아크 CEO를 맡고 있는 김 대표는 "서울대 박사과정 동안 항암제 개발을 연구해왔다. 일반적인 항암제가 아니라 환자에게 세포 독성이 전혀 없어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는 항암제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어 이를 메인으로 백신과 항암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디아크가 개발하고 있는 항암제 기술은 전이암과 재발암이 안생기는 기술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김 대표는 "원발암만 제거하고 난 환자들은 5년 후, 10년 후 재발암이 생길 것에 대한 걱정이 많으시다"라며 "전이암도 그렇고 원발암 부분을 제거하고 난뒤 해당 부분을 환자의 면역을 증강시킴으로써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