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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09.01 19:09:4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코스모스가 가을을 부른다. 귀뚜라미가 가을을 대표하는 동물 전령사라면 코스모스는 식물을 대표하는 가을 전령사이다. 코스모스가 필 무렵이면 삼복더위도 얼추 물러가고 서늘한 바람이 불며 가을이 성큼 다가선다. 하늘은 더 높아지고 에머럴드 빛을 더해간다. 하늘이 꽃잎에 내려앉은 것이 아니라 여름내 꽃봉오리에 꼭꼭 숨겨놓았던 가을을 슬며시 토해 놓는 것이 아닐까. 꽃잎에 갇혀있던 수많은 하늘조각이 풍선처럼 떠올라 공중에서 합성되어 푸른 하늘과 은하수, 그리고 수많은 가을 별들을 만들어 낸다.

가을 들녘은 코스모스가 피어 있어서 더욱 아름답다. 길가에 핀 코스모스는 단발머리에다 꽃무늬 원피스를 곱게 차려입은 소녀를 연상케 한다. 장미처럼 화사하지도 않고 철쭉처럼 요란하지도 않은 꽃잎은 사춘기의 몸살을 안으로 삭인 청순한 소녀 같다. 비록 멕시코가 원산이지만 바람결에 하늘거리는 담백한 꽃잎은 친정어머니를 향해 웃음 짓는 전형적 조선 여인이다. 귀화한 꽃잎이 어느새 한국인의 정서를 눈치 챈 모양이다.

사춘기의 열병을 앓던 지난 날, 어느 여학생이 보낸 편지엔 코스모스 꽃잎이 붙어 있었다. 그 여인의 향기에 취해, 꽃잎에 취해 잠 못 이루던 어느 가을밤, 귀뚜라미는 더 요란을 떨며 불면의 밤을 재촉했다. 찬바람이 불라치면 할머니는 서둘러 문살의 헌 창호지를 떼어냈다. 뜨락에 도열을 한 문짝 창호지에도 어김없이 가을이 배어들었다. 할머니는 헌 창호지를 뜯어내고 새 창호지로 문을 바를 때, 손잡이 부분에 코스모스 잎을 따다 원형으로 배치하였다. 꽃대를 떠난 코스모스는 안방과 뜰 마루 사이에서 다시 가을 향기를 뿜어냈다.

나는 시대에 맞지 않게 아내와 구식으로 교제했다. 혼기 찬 선남선녀가 맞선을 보기 전에 일본말로 '미아이'라고 하는 사진 맞선을 먼저 보았다. 서로 상대방의 사진을 교환하며 의중을 떠 보았던 것이다. 아내는 사진 속에서 웃고 있었다. 그냥 웃는 게 아니라 코스모스가 만발한 꽃 속에서 코스모스와 함께 웃고 있었다. 사진작가 오모 씨가 찍어준 사진인데 코스모스를 배경으로 하여 역광으로 찍었다. 꽃 속의 여인은 별로 예쁘지는 않았지만 덧니를 드러내고 미소 짓는 모습이 꼭 코스모스를 닮았다. 우리의 연분은 바로 코스모스가 맺어준 것이다, 그래서 가을이 오면 우리 부부는 코스모스 피어있는 한적한 시골길을 걸으며 옛 일을 더듬는다.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1960년~1970년대에는 별별 운동이 다 있었다. 초가집도 고치고 마을길도 넓히는 일 이외에도 쥐잡기 운동, 기생충 박멸운동, 조기청소 운동, 꽃길 가꾸기 운동에다 심지어 지나가는 차량에 손 흔들기 운동도 있었다. 이를테면 친절운동의 효시 격이다. 지나가는 차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다. 농부들과 학생들은 신작로 변에 코스모스 꽃길을 가꾸며 흙먼지를 뿌려대는 차량에 손을 흔들었다. 더러는 주먹손으로 쑥떡을 먹이는 부작용도 있었지만 승객과 농부는 코스모스 사이로, 흔들리는 차창 사이로 그렇게 인사를 나누며 교감했다.

그럴 때면 김상희의 노래가 낡은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며 가을의 정취를 돋우었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이 노래는 가을을 대표하는 대중가요로 지금도 불리어 진다. 가을이 오면 "주여, 가을이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라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구가 생각나고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라고 읊은 김광균의 추일서정(秋日抒情)도 떠오르지만 가장 대중적인 것은 역시 김상희의 노래 '코스모스 피어있는 길'이다.

코스모스는 다이어트에 성공한 키다리 아줌마다. 보통 1m안팎이지만 2m가 넘는 키다리 코스모스도 수두룩하다. 나는 누님과 술래잡기를 할 때, 뜰 앞에 피어있는 코스모스 꽃밭으로 곧잘 숨었다. 그리고 코스모스 꽃잎을 따서 빙그르르 돌리는 게임도 했다. 하늘을 향해 코스모스를 돌려 올리면 어느새 낙하산이 되어 떨어진다. 코스모스는 한방에서 추영(秋英)이라 하여 눈이 충혈되고 아플 때 달여 먹는 약재로도 쓰인다. 꽃말은 소녀의 순정, 애정, 조화 등을 뜻하며 그리스어로는 '장식'이라는 의미가 있다. 코스모스는 해맑은 여인의 숨결이다. 지치고 때 묻은 영혼을 걸러주는 시각적 청량제요, 여과장치다.

복잡한 일들로 꼬여가는 세상사에 코스모스는 여유와 조화를 선사한다. 청초한 꽃잎을 들여다보노라면 속세의 수많은 번뇌와 티끌이 꽃잎 속으로 잦아드는 듯하다. 산업화의 틈바구니에서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코스모스는 잊혀진 계절을 선사하고 있다. 이 맑은 계절에 한번쯤은 코스모스가 만발한 가을 길을 걸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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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署 '병영문화 개선' 시대흐름 역행

청주청원경찰서 방범순찰대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운동장으로 사용하던 경찰서 내 1천21㎡ 규모의 테니스장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청원서는 예산 19억원을 들여 내달 3일부터 오는 4월(예정)까지 민원실 이전 공사에 들어간다.민원인의 원활한 업무처리 등을 위해서다.문제는 민원실 신축 예정 부지인 테니스장을 방범대원들이 체육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현재 청원서에서 생활하고 있는 의무경찰은 모두 123명(방순대 107명·타격대 16명).복무 특성상 활동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대원들에게 작은 공간이지만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중요 시설이다.하지만 민원실이 이전할 경우 체육활동 공간이 사라지게 되고 청원서는 청주지역 3개 경찰서 중 외부 운동공간이 없는 유일한 경찰서가 된다.일각에서는 문화·체육 시설을 확충하는 등 병영문화를 개선하려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경찰 관계자는 "경찰서에 체력 단련실이 있긴 하지만 민원실 이전 공사가 시작되면 외부 운동장은 이용이 어려울 것"이라며 "외부 운동장 등에서 주 1회 정도 대원들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운동장을 이용할 때 마다 외부기관의 협조를 얻어 사용한다는 얘기다.이 때문에 일부 대원들은 평일 체육활동 등 자유로운 체육활동을 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한 방순대원은 "복무 중이기 때문에 활동이 제약될 수밖에 없는데 체육공간까지 사라진다니 아쉬울 따름"이라며 "경찰서 외부 운동장을 사용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 박태성기자 ts_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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