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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덕

미래과학연구원 고문

요즘 '리씽크(Rethink)'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오래된 생각의 귀환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입니다. 말하자면 최고의 아이디어라고 하는 것도 알고 보니 오래전에 여러 사람들이 내놓았으나 그 당시에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무시당한 채 묻혀버렸었다가 다시 받아들여지게 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입니다.

하늘에 떠있는 태양과 달, 그리고 별들은 지구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당시 모든 사람들이 확고히 믿는 천동설을 반대하고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지동설은 지금이야 상식이라 하겠지만 그때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간주되었습니다. 이것이 받아들여지기까지에는 유명한 갈릴레이를 비롯한 수많은 과학자들이 관측과 이론을 통하여 지동설을 오랜 시간 뒷받침함으로써 이젠 코페르니쿠스법칙으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고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르네상스시대 몽테뉴 같은 철학자들이 아이디어는 과거에 존재했으며 앞으로 수많은 다른 시대에도 계속 재생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아이디어는 종착점 없는 점진적 진화과정을 끝없이 거치게 되고, 그러는 가운데 아는 것, 모르는 것의 균형을 이루어 간다고 합니다.

2000년 이상 인정되어온 4체액설(혈액을 비롯한 몸 안의 네 가지 액체의 불균형으로 병이 생긴다는 이론)도 이런 과정을 거쳐 현대의학으로 대체되었다고 봅니다.

오랜 기간 평범한 재료로 금을 만든다는 연금술은 물질의 기본단위인 원소라는 존재가 확인되자 말도 안 되는 이론으로 제쳐졌었습니다만, 연금술이 무조건 반과학적인 미신이 아니라 당시 실행가능한 최선의 과학으로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류사를 보면 주요 과학이론은 대부분 틀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틀린 이론에서 옳은 이론이 나왔다고 봅니다. 과학은 아주 불합리한 이유로 옳을 수 있고, 합리적 이유로 틀릴 수 있다고 합니다. 과거의 획기적인 이론은 틀린 이론이 옳은 이론을 압박하여 옳은 이론의 수준을 높여 일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뉴턴의 이론은 우리 일상생활에 대부분 유용하지만 아주 빠른 속도와 강력한 중력이 있는 세계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유용합니다. 또한 양자물리학은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근거하면서도 오히려 아이슈타인의 지지를 받지 못하였지만 닐스 보어를 비롯한 소장학자들의 끈질긴 연구와 확인과정을 거쳐 오늘날 현대물리학의 주류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절대 불변이라는 확고한 과학이론도 이러한 검증과정을 거치고, 그 과정은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과학이 아닌 사회과학에 있어서는 어떨까요.

특히 인물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요.

얼마 전 가장 위대하면서도 불쌍한 노벨상 수상자로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에 관한 글을 썼습니다. 인류를 기아에서 구해낸 질소비료를 만든 위대한 공로, 그 이후 1차세계대전에서 자기 조국이라지만 독일군에 들어가 독가스를 만들어 수많은 인명을 빼앗은 무자비한 전범이라는 양면성을 보았었습니다.

또 산욕열로 목숨을 잃는 수많은 산모들을 손소독이라는 간단한 방법으로 구했지만 무시당하다가 죽은 뒤 한참 지나 평가를 받은 헝가리 출신 의사 제멜바이스도 생각납니다.

이런 과학자들도 그 공과가 극에 달하는데 한 나라의 지도자는 더할 것입니다.

세계사에서 정복전쟁을 일으켜 자기 나라 영토를 넓혀 영웅으로 불리는 알렉산더, 칭기즈칸, 나폴레옹도 그 전쟁으로 전화를 입은 사람들에게 영웅으로 찬양받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미국을 최우선으로 위대한 아메리카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과연 어떨까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시국도 지도자 문제입니다.

오래된 생각을 돌아보면서 우리 시대에 맞는 지도자를 다시 생각해 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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