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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사람 이야기 - 청주북부시장 '북일곰탕'

코로나19 사태 속 '꾸준한' 발길 이어지는 맛집… '북일곰탕' 이도화·길민준 모자
정육점 운영 함께해 맛 보장은 물론 저렴한 가격까지
10년 넘게 따뜻한 사랑 나눔 실천
"힘든 시기 겪어본 만큼 주변 둘러보며 살고파"

  • 웹출고시간2021.08.29 16:36:55
  • 최종수정2021.08.29 16:36:55

청주시 청원구 북부시장 내 북일곰탕을 운영하고 있는 이도화·길민준 모자. 북일곰탕은 이도화씨 부부와 아들 길민준씨 부부가 함께 정육식당과 곰탕집을 운영하며 단골고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 김용수기자
[충북일보]"지금까지 청춘과 세월이 이 자리에 녹아있습니다."

'북일곰탕'은 청주 북부시장에서 이도화(64)씨 부부와 아들 길민준(41)씨 부부가 정육점과 함께 운영하는 맛집이다.

북일곰탕의 시작은 도화씨와 남편 길선복씨가 운영 중인 '북일정육점'부터다.

도화씨가 정육점 일을 시작한 것는 28살 결혼 후 시부모님이 하던 정육점을 남편과 이어 받으면서다.

정육 일을 하던 부모님 영향으로 낯선 일은 아니었지만 막상 본인이 직접 작업을 하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도화씨는 "남편과 정육점을 시작한 이후 10년 동안은 '이렇게 장사가 안되나'싶을 정도로 어려웠다"고 운을 뗐다.

청주시 청원구 북부시장 내에서 북일곰탕을 운영하고 있는 이도화 사장이 기계를 이용해 삼겹살을 자르고 있다.

ⓒ 김용수기자
처음 정육점을 시작한 가게의 양쪽에는 건어물 가게가 있었다고 한다.

도화씨는 "두 가게 모두 장사가 잘 되던 집이었다"며 "그 손님들만 받아도 우리 장사가 잘 돼야 하는데 참 쉽지가 않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남편은 우암산 꼭대기에 올라서서 산밑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집들이 많은데 왜 10년을 해도 내 집 한 칸 없을까'하며 한탄과 하소연도 해봤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하더라"라고 전했다.

가게 안 방 한 칸에서 자녀를 키우던 어려운 시기였지만 부부는 정육점 일 외에 다른 것은 생각지도 않았다.

10년간 묵묵히 버텨온 끝에 어느 순간 북일정육점 앞에 손님들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고 한다. 힘들고 안 된다며 포기했다면 만나지 못 했을 순간이다.

도화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사람마다 각자의 때'가 있다는데 우리에겐 그 때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육점만 운영하던 도화씨가 곰탕집을 생각하게 된 건 당시 남편과 10여 년 넘게 동네 노인들에게 1년에 두 차례 잔치를 통해 곰탕을 대접 해온 것에서 시작됐다.

아들 길민준씨에게 함께 가게를 운영해보자고 권유한 것도 이 시기다.

청주시 청원구 북부시장 내에서 북일곰탕을 운영하고 있는 이도화 사장이 정육식당 냉동 진열대에서 고기들을 정리하고 있다.

ⓒ 김용수기자
도화씨는 "보통 몇 백 명에서 많게는 1천 명 분을 마련해 10년 동안 주변 노인들에게 대접해왔다. 그러다보니 '식당을 해봐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가 고기를 취급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고 노하우가 많으니 이를 활용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처음 시도하는 음식 장사는 쉽지 않았다. 일정한 맛을 내기 위해 재료 양을 확인해가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그 결과 북일곰탕은 믿고 먹을수 있는 재료와 맛, 저렴한 가격으로 입소문이 퍼져 나갔다. 평일, 주말 점심시간이면 줄을 서는 손님들이 이어졌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단체예약 손님과 점심시간 줄서기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화요일 이벤트 날이면 가게 앞에서 줄을 서는 손님들을 만날 수 있다.

아버지가 아침부터 고기를 썰고 뼈를 준비해두면 아들인 민준씨는 곰탕을 끓이며 본격적인 장사 준비에 나선다.

청주시 청원구 북부시장 내에서 북일곰탕을 운영하고 있는 길민준씨가 주방에서 뚝배기에 음식을 담고 있다.

ⓒ 김용수기자
민준씨는 아침 7시 반 부터 장사 끝나는 밤 10~12시까지 쉴 틈이 없다. 더운 날씨에 야외 가마솥 앞에서 국을 끓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민준씨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었다"며 "장사 시작 초에는 3개월 만에 20㎏이 빠질 정도였다. 아침 7시부터 마감까지 일하고 배우는 것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곰탕은 물을 잡고 바로 끓이는 것이 아니다. 한 번 뼈를 끓여내 씻고 물을 다시 잡아 시간을 재가며 다시 국물을 내야한다"며 "지난 2018년의 엄청 더웠던 여름은 잊을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부모님과 함께 일을 하는 민준씨는 "부모님의 많은 걱정이 때론 잔소리 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부모님이 언제든 서포트 해주시는 부분에 대해 늘 감사하게 여긴다"고 전했다.

과거 어려운 시기를 겪은 만큼 북일곰탕 가족들은 주변인들을 돕는 데에도 꾸준한 실천을 이어오고 있다.

코로나사태 이전까지 꾸준히 해 온 마을 경로 노인 식사 대접과 어려운 이웃을 위한 쌀과 라면 기증, 연말 불우이웃돕기 등을 이어가며 늘 주변을 살핀다.

도화씨는 "남편은 '우리가 힘들게 살아 온 만큼 힘든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도와주고 싶다'라는 말을 항상 한다"며 "우리가 엄청 부자는 아니지만 밥을 먹고 살만 하다. 사람 죽으면 싸들고 갈 것도 아닌데 도와줄 수 있으면 돕고 살자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쩌면 그런 것들이 또 복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내가 좋은 일을 많이하면 자식들에게도 좋겠지라는 마음도 있다"고 설명했다.

도화씨, 민준씨 모자는 앞으로의 바람에 대해 "지금같은 시기에 장사가 잘 되고 있는 것 만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더 욕심부리지 않고 지금처럼 다들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 성지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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