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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3.21 13:30:19
  • 최종수정2018.03.21 19:43:52

이상순

즐거운교회 담임

인간은 관계(關係) 속에서 태어나고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처음 접하는 '엄마'와 관계를 비롯하여 생애동안 만나게 되는 가족, 친구, 선생님, 동료, 자녀 및 이웃 등, 많은 이들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자아가 형성되고 사회화 되어간다.

누구나 어떤 집단을 중심으로 해서 삶의 터전을 잡고, 그 속에서 때로는 웃으면서 희열을 맛보기도 하고 때로는 울면서 절망과 좌절을 겪기도 한다.

어느 집단이든 사람에 따라 호(好) 불호(不好)가 존재하고,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인류는 다수결(多數決)이라는 제도를 만들어내고 결과에 승복하는 '규칙(rule)'을 만들었다. 물론, 다수의 의견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최선의 방책이라고 할 수는 없고 말하자면 차선(次善)책인 셈이다. 그러나 소수보다는 다수인 편이 실패할 확률이 적기에 다수의 의견을 채택하고 있으며 인류는 아직 그보다 더 좋은 방안을 찾아내지 못했다. 사회적 합의를 중요시하고 승복해야 하는 까닭이다.

최근 전직 대통령들이 연이어 사법처리 되거나 수사대상이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왜 유독 한국에서는 이런 불행한 사태가 자주 발생하는 것일까. 첫 대통령은 '하야(下野)', 두 명의 대통령은 정치군인들에 의해 강제로 축출(逐出)되었고, 그 군부세력들도 결국은 살해되거나 법의 심판대 앞에 서야했다. 다른 대통령들도 자녀들이 구속되거나 스스로 자살하는 등, 한국의 정치사는 너무 가혹한 결과를 초래했다.

자신의 측근이거나 가신으로 불리던 인사들, 심지어 가족들까지도 마지막에 등을 돌리는 현실은 참으로 인간본성의 나락이 어디까지인지 가늠할 수조차 없게 만든다. 혹자는 제도적인 개선을 주장하나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법이 아니라 사람이다. 문제의 핵심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간의 소통과 신뢰의 문제다.

교회 내의 의사결정 과정도 그리 민주적이라고 할 수 없다. 목회자와 중직이라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신도들에게 무조건 따를 것을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성적(性的)'인 문제와 '물질(物質)'의 문제가 일부 목회자들의 문제라면 '소통(疏通)'문제는 교회의 규모 여하를 막론하고 모든 목회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라는 데에 그 심각성이 있다.

그 행태가 정치 권력자들과 흡사하다는 점은 참으로 소름이 끼칠 정도로 오싹함을 느낀다. 어찌 보면 소통과 신뢰의 문제는 정치인이나 목회자가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할 문제다. 정계와 교계가 왜 닮은꼴인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목회자가 오만불손한 정치인과 닮았다는 데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다르다면 정치인은 권력(權力)을, 목회자는 권위(權威)를 내세우며 군림하려 하는 데에 있다. 물론 둘 다 잘못된 의식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 진정한 권위는 자신이 세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이 세워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목회자들이 금전(金錢)문제는 '맘몬(Mammon, 우상)'으로 인식하면서도 잘못된 권위의식이 '맘몬'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우리 신체 구조에서 '귀'는 '둘'인데 반하여 '입'이 '하나'인 것은 "두 마디를 듣고 나서 한 마디를 말하라!"는 창조주의 뜻이라고 한다. 성경에서도 잘 듣고 가급적 말을 줄여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잘 경청하면 '소통'과 '민주화'의 문제는 한 번에 해결될 것이다.

(전 10:14) 우매한 자는 말을 많이 하거니와 사람은 장래 일을 알지 못하나니 나중에 일어날 일을 누가 그에게 알리리요.

(약 1:19)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너희가 알지니 사람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기도 더디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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