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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12.17 14:36:42
  • 최종수정2017.12.17 14:36:42

지명순

U1대학교 교수

[충북일보] 한 배 속에서 나온 형제라도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이야기 하는 게 극히 정상이다. 하지만 허정숙님과 나는 아무 혈연관계도 없으면서도 똑같이 느끼고 똑같이 표현할 때가 많다. 그건 음식 만들기에 취미가 있다는 공통점과 20여년을 보아온 사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화통 한번 잡으면 수다가 끝이 없다. 동짓날을 앞두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짓날이 다가 오는데 팥죽 쑤어야죠·"하니 "올해는 '애동지'라서 팥죽 쑤면 아이들에게 안 좋아~"하신다. 음력 11월 10일 이전에 들면 '애동지', 15일 이내에 들면 '중동지', 그 이후에 들면 '노동지'라고 한다. 팥죽은 동지에만 먹는 음식이 아니라 죽집에 가면 어제든지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으니 동지 전에 끓여 먹으면 괜찮을 거라고 억지를 부렸다.

ⓒ 이효선
찬바람이 쌩쌩 부는 추운 날인데도 맛있는 팥죽을 먹을 기대감에 크리스마스 캐롤 송까지 부르며 진천으로 차를 몰아간다. 아파트 문이 열리자마자 허 여사님과 뜨거운 포옹으로 밀린 인사를 나누기 시작한다. "남편은·, 애들은·"하면서 집안 식구들 안부터 물어보신다. "잘 지내고 있어요. 딸내미는 2월에 대학졸업이에요"하니 "언제 그렇게 되었나! 세월이 참 빠르네!" 그러고 보니 새해 떡국을 먹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연말이다.

동지는 겨울의 절정에 도달한 날, 동지를 기준으로 음양이 바뀌고 낮이 다시 길어지기 시작해 옛날 사람들은 해가 다시 살아나는 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지를 '작은 설' 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새해를 앞두고 동지는 큰 명절 중 하나로 동지를 지내야 한 살 더 먹는다며 팥죽을 끓여 먹었다. 24절기 중 행하는 풍속도, 먹는 음식도 가장 많은 절기가 바로 동지이다.

우선 팥을 푹 무르도록 오래 삶아야 한다. 편리한 가스레인지 위에서도 뭉근히, 오래 끓여야 하니 팥죽은 바쁜 요즘 사람들에겐 그림의 떡! 슬로푸드가 되었다. 무르게 삶은 팥은 체에 내려 찬물을 부어가며 걸러 찌꺼기는 버리고 앙금은 가라앉힌다. 찹쌀가루는 귓밥보다 약간 되직하게 익반죽을 하는데 생강즙을 한 방울 넣으신다. "새알심에 생강즙을·"생강즙을 조금 넣으면 씹을 때마다 향이 느껴져 훨씬 맛있는 팥죽이 된다고 하신다.

새알심이 들어간 팥죽

ⓒ 이효선
찹쌀반죽이 부드럽게 뭉쳐지면 동그랗게 새알심을 만든다. 새알심을 나이수 만큼 만든 이유는 병원이 없던 옛날, 한해 농사 애쓰신 노인들 새알 빚으며 손목이나 관절 건강이 괜찮은지 살펴보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하니 삶의 지혜가 대단하다. 냄비에 거른 팥의 윗물만 먼저 따라 붓고 끓이다가 불린 쌀을 넣고 서서히 저어가며 죽을 쑨다. 죽을 쑤다보면 끓이는 동안 수분이 날아가 되직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되직한 채로 끓여야 한다. 끓이는 도중에 물을 더 부으면 물과 죽이 겉돌아 엉망이 된다. 쌀이 푹 퍼지게 끓으면 남겨둔 팥앙금을 넣고 다시 한번 끓인 뒤 준비한 새알심을 넣고 떠오를 때까지 끓여 불에서 내린다.

팥죽상에 차릴 동치미를 준비하다. 국물을 맛을 보고 "동치미가 어쩜 이렇게 시원하고 맛있어요·" "동치미는 작고 단단한 무를 소금에 절인 뒤 하루가 지나 따뜻한 소금물을 붓고 실내에서 익히면 국물이 사이다처럼 톡 쏘는 맛이 나지~" 더 맛있게 만들고 싶으면 사과나 배를 껍질째 넣고 쪽파를 우거지로 덮어두면 더 맛이 있단다. 칼칼한 맛을 원하면 지고추를 넣으면 되는데 국물에 잠겨 있어야 무르지 않는다고 한다. 김치 맛에 있어서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솜씨, 1996년 광주김치축제에서 팔도김치부분 최우수상을 차지한 실력으로 담았으니 당연하겠지만 말이다.

한 김 나간 팥죽을 뜨는데 "새알을 나이수 만큼 뜰까요·"하니 "내 나이가 일흔 셋인데 어떡해 그걸 다 먹어 10분에 1로 줄려~" "그럼 선생님은 7개, 전 5개 뜰께요!" 새알심 동동 띄워 아삭아삭한 살얼음 낀 칼칼한 동치미와 곁들여 먹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내년도 건강하기만 하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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