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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대신 언니·오빠…서로 보듬는 아이들

버림받아 더 추운 아이들 -2. 요보호아동 위탁 시설 가보니
다문화 가정 이혼증가로 '다문화 아동' 증가
김영란법·정국 혼란 분위기에 후원 위축
가족의 품 돌아갈 수 없는 현실 '사회적 슬픔'

  • 웹출고시간2016.12.05 22:22:19
  • 최종수정2016.12.05 22:55:03

5일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에 위치한 충북혜능보육원에서 한 보육교사가 입소 영유아들과 함께 놀이 교육을 하고 있다.

ⓒ 최범규기자
[충북일보] 이제 막 뒤집기를 성공한 아이였지만 엄마, 아빠의 환한 웃음은 보지 못했다.

학교 전교 회장에 당선됐지만 임명장을 내보이며 자랑하지 못했다.

남들은 어렵다는 취업문을 겨우 넘었지만 가족들과 함께 외식 한 번 하지 못했다.

부모는 있지만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가족 해체, 경제적인 문제 등이 원인이었다.

이렇게 아이들은 본인의 의지나 의사와는 상관없이 보육시설로 들어오게 됐다.

5일 찾은 청주시 옥산면의 충북혜능보육원.

청주시내에서 30여분 떨어진 외진 마을에 위치에 있었다.

이곳엔 60여명의 아동이 입소해 있다. 옹알이를 시작한 영유아부터 사회 진출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까지 다양했다.

이날 취재진이 방문했을 당시에는 모두 학교에 가고 없었다.

다만 보육 교사에게 안겨 병원에서 막 도착한 20~30개월 남짓한 아이들만 반겨줬다.

이곳에서 만난 장애가 있는 한 아이는 최근 청주의 한 종합병원을 통해 입소했다고 했다. 병원과 지자체에서 위탁 가정을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이 아이를 선뜻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고 한다.

다문화 가정의 이혼이 증가하면서 다문화 아동들의 입소도 눈에 띄게 늘었다.

불과 4~5년 사이에 혜능보육원에 입소한 다문화 아동이 3~4명으로 증가했다.

후원 분위기는 주춤해졌다.

일회성일지라도 매년 이맘때쯤이면 각종 기관이나 기업체를 통해 후원 물품이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사회복지시설이 법정기부금단체에서 지정기부금단체로 바뀌면서 이런 후원 손길이 줄고 있다. 법정기부금단체가 지정기부금단체보다 훨씬 파격적인 세액 공제 등 기부금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이런 까닭에 특히 기업체의 직접 후원이 감소세다.

여기에 최근 시행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과 어수선한 정국까지 겹치면서 후원 문화는 더욱 위축됐다.

그나마 충북혜능보육원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과거에 비해 기부나 후원이 크게 줄기는 했지만,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부모의 관심과 보살핌의 부재를 입소 아동들이 서로 채워주고 있다.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주기적으로 연주회를 열며 사회성을 기른다. 이를 통한 사회 교류 활동에도 나선다.

생일을 맞거나 학교에서 상을 받아오는 날이면 파티를 열어 축하해준다.

남들처럼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지만, 주변을 생각하는 마음은 더욱 크다.

'사회복지사, 음악교사, 동물심리치료사'.

입소 아동들의 꿈에서 이런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떠밀리고 내몰린 아동들이지만, 이들은 어두운 사회를 밝혀주는 '촛불'이 되려 한다.

그래도 가슴 한 편은 여전히 허전하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보육시설은 통상 위탁의 가장 마지막 장소로 여겨진다.

가정으로의 복귀를 전제로 할 때, 위탁 우선순위는 가정위탁, 대리(친인척·조부모)위탁, 그룹홈 등의 순으로 고려된다. 이 모든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비로소 시설 입소가 추진된다. 때문에 시설에 입소한 아동들은 가정으로 복귀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 최범규기자 calguks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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