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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립무용단 20주년 기념·제32회 정기공연

팽팽한 긴장·절묘한 스토리 시종일관 관객 눈 사로잡아
"충북 빛낸 무용계 스타들이 함께 엮어낸 뜻 깊은 무대"

  • 웹출고시간2015.10.04 17:52:00
  • 최종수정2015.10.04 17:51:36
[충북일보] 기립박수가 객석을 달구었다.

청청춤춤 '어느 가을 이른 바람' 중 시인과 아내가 서로 위무하고 있다.

관객들은 무대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끊어질 듯 팽팽한 긴장과 절묘한 스토리로 시종 관객의 시선을 붙잡았다. 몰입과 감동이 어우러진 한바탕 꿈같은 공연이었다. 전반적으로 화려하면서도 절제미가 돋보였으며, 기다림과 한(恨)의 정서를 유려하게 풀어냈다는 평이다.

지난 1일 저녁 7시30분 청주예술의전당, 박시종 감독의 귀향을 알리는 첫 공연 '청청춤춤'은 만석(滿席)을 이뤄내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 고전과 현대의 조화

시작은 '울림'이었다. 22명의 무용수가 하나의 몸처럼 움직였다. 그들의 팔다리는 마치 한 몸의 지체인 것처럼 일체감과 역동성이 돋보였다. 이어 '한영숙류 태평무'에 등장한 춤의 명인 박재희 선생은 앞서 '울림'으로 달구어졌던 열띤 동(動)의 공간을 손놀림과 발동작 하나로 한순간 정(靜)의 세상으로 바꿔놓았다. 선생의 춤사위로 관객들의 얼굴에는 단풍빛처럼 따뜻한 미소가 감돌았다. 멈추고 비우는 동작 하나에 따라 관객의 마음은 고요히 출렁였다. 은은한 달빛 아래 펼쳐진 '화조풍월(花鳥風月)'은 국향(菊香)이 객석까지 번져나는 듯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그 무(舞)의 태(態)를 흠향할 수 있는 무대였다. 꽃잎이 된 부채가 바람에 흔들리고 우아한 학은 그 모습에 취해 노닐다 갔다.

서원대 윤덕경 교수가 중심이 된 현대무용 '어울촘촘'은 글이나 말보다, 몸을 통해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중력의 법칙을 벗어난 역동적인 남자 무용수의 모습은 가히 매력적이었다. 객석의 짧은 탄성이 그것을 증명했다.

청청춤춤 '어느 가을 이른 바람' 중 시인을 기다리는 아내의 모습

1부 공연에서 고전무용(태평무, 화조풍월)을 중심에 두고, 현대무용(울림, 어울촘촘)으로 감싸 안는 형국도 의미가 깊었다. 우리의 전통을 꽃술로 두고 화려한 꽃잎으로 감싸 한 떨기 아름다운 꽃송이의 무(舞)를 완성한 듯 했다.

박시종 감독은 "고향 청주로 다시 돌아와 올린 첫 정기공연 작품이다. 이 가을, 청주시민들께 따뜻한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며 "윤 교수님이 함께 한 '어울촘촘'은 현대와 고전의 무용이 다 포함되어 있는 작품이다. 충북을 빛낸 무용계의 스타들이 함께 엮어낸 뜻 깊은 무대였다."라고 말했다.

◇ 깊고 그윽한 격조의 세계를 보여주다

춤이 한 편의 드라마가 됐다. 드라마나 영화는 언어에 의한 의사전달이 명확해 상상의 폭이 한정된다. 하지만 춤으로 형상화한 작품은 관객마다 상상력의 폭을 무한히 확장시킨다.

2부 공연작품 '어느 가을 이른 바람'은 충북이 낳은 걸출한 시인 정지용의 시를 주제로, 시(詩)를 시답게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회화(繪畵)를 무대에 올렸다.

'당신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렵니까. 끝없는 울음바다를 안아올 때 포도빛 밤이 밀려오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렵니까.'
-정지용의 시 <풍랑몽> 中

청청춤춤 '울림'의 한 장면

오랜만에 귀향하는 시인 남편을 맞이하는 아내의 심정이 절절하면서 복잡하다. 박시종 상임안무가는 정지용의 시 '풍랑몽'을 기본으로 '지는 해' '산엣색시 들녘사내' 등 다섯 편의 시를 모티브로 사용했다. 무대배경은 시 '향수'에 등장하는 정겨운 고향이다. 시인(전건호 분)이 마침내 귀향을 하고 아내(김지성 분)의 복잡한 심경이 담긴 눈길과 반갑기만 한 누이(윤미라 분)의 몸짓은 서로 미묘한 대조를 이뤄 흥미로웠다. 아내의 율동에는 한과 애틋함이 혼재했지만, 누이의 도약에는 오직 반가움뿐이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음(音)에 끌려 다니지 않고, 오히려 음률을 몸에 실어 보내니 보는 이들의 감상이 편안했다.

커튼콜도 가슴 뭉클하게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번 공연을 올린 청주시립무용단 박시종 감독의 스승인 박재희 선생은 기꺼이 제자의 무대에 힘을 보탰다. 열띤 관객들의 환호에 박재희 선생과 윤덕용 교수를 앞세운 박 감독은 마중 온 시민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했고, 청주는 그녀를 한껏 반겨 주었다.

춤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박재희 선생은 "이번 공연에서 박시종 감독의 작품 '어느 가을 이른 바람'은 한국무용의 서정적 미학과 순백의 깨끗함을 바탕으로 정지용 시(詩)를 춤으로 풀어낸 격조 있는 작품"이라며 "특히 충북을 대표하는 무용인들이 한 무대에 올라 화합의 몸짓을 보여준 따뜻한 무대였다"라고 평했다.

시인의 귀향처럼 박시종 감독은 이 계절, 드높은 가을 하늘의 깊고 그윽한 격조의 세계를 풀어내고자 다시 청주로 돌아왔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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