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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립무용단 숲속콘서트 작품 '풍경 달다' 관객 몰입

소리·춤으로 풀어낸 가을 풍경 마음에 달다

  • 웹출고시간2015.09.13 18:43:31
  • 최종수정2015.09.13 18:43:18

루이스 초이(왼쪽)와 김지성 수석안무가가 숲속의 콘서트 '풍경 달다'를 공연하고 있다.

ⓒ 윤기윤기자
[충북일보] 지난 12일 저녁 7시 국립청주박물관 야외무대에서 펼쳐진 청주시립무용단 숲속콘서트는 가을비로 인해 준비한 공연이 아쉽게도 모두 선보이지는 못했지만, 관객들의 가슴에 잊지 못할 추억 하나를 선물했다.

공연의 시작은 나비와 꽃을 형상화한 부채춤 '화선무'로부터였다. 어둑어둑 해질 무렵, 나비와 만개한 꽃이 무용을 통해 형상화되자 달빛이 피어난 듯, 조명을 켠 듯, 사위가 화사해졌다. 이어 EDx2무용단의 창작춤'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대에 올라 역동적인 모습을 선보였고, 이어 숨을 고르듯'강강술래'가 포근한 밤의 정경으로 인도했다. 공연이 고조될 무렵, 야속하게도 하늘에서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때 청주시립무용단 박시종(49) 감독은 과감하게 순서를 바꿨다. 이번 공연의 킬러 콘텐츠인 작품'풍경 달다'를 무대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박 감독은"비로 인해 공연히 끝까지 지속될 수 없을 것 같았다. 카운터 테너 루이스 초이와 어우러진 김지성 수석의 안무'풍경 달다'는 청주시민에게 꼭 선보이고 싶은 무대"라며"이 작품은 김지성 수석단원이 앞서 간 언니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춤과 노래로 승화시킨 작품"이라고 밝혔다.

작품 '풍경 달다'에서 루이스 초이가 열연하고 있다.

ⓒ 윤기윤기자
비와 물안개가 혼재된 무대는 무희 김 수석의 처연한 마음을 더 애잔하게 만들었다. 격렬하면서 절제 있는 몸짓, 슬픔어린 눈빛의 춤사위가 공간 곳곳에 파고들자 마침내 언니의 혼령이 찾아왔다. 수국이 하얗게 흩어지는 무대 위로 검은 슈트를 입은 혼의 전령사'루이스 초이'가 어두운 산자락을 한 줌 베어 문 노래'한계령'을 허밍으로 읊으며 천계(天戒)를 이었다. 관객들은 소리에 빨려들었고, 춤에 몰입됐다. 어찌할 수 없는 아픔을'괜찮다, 괜찮다'쓸어내리는 진혼(鎭魂)의 손길에 관객도 함께 울었다. 호흡을 받쳐 머리끝으로 소리를 띄워 보내자, 천상의 소리로 카치니'아베마리아'가 씻김 춤과 어울려 응어리진 멍울을 씻겨냈다. 어두운 하늘을 찢을 듯 가녀림과 파워가 담긴 소리는 관객들을 마음껏 홀렸다. 공연을 중단시킨 가을비마저 오히려 훌륭한 조연으로 이끌어낸 무대는 청중의 마음까지 몽땅 훔쳐냈다.

우산을 쓰고 돌아가는 관객 한 명이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소름이 돋아. 혼령에 몸이 있다면, 저런 모습일 것 같아."

빗속에 돌아가는 관객의 가슴마다에 작품 제목처럼 풍경(風磬)이 하나씩 매달렸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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