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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중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최근 한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다섯 명의 어린이가 함께 손을 잡고 달리기를 한 사진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연골무형성증이라는 질환으로 장애를 갖고 있어 달리기가 늦은 한 친구를, 다른 네 친구가 결승지점에서 기다렸다 함께 달리기를 마쳤다는 내용이었다. 필자는 이러한 유사한 그림을 십 여년 전에도 봤는데, 그것은 과거 일본에서 과도한 평등 강조 교육의 폐해로 손잡고 달리기를 하는 운동회라는 냉소적인 설명과 함께 한 것이었다. 두 그림에 대해 전혀 다른 해석이 내려진 데에는, 손잡고 뛰는 것이 학생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한 것이었느냐와 손을 잡고 뛰는 집단이 갖는 평등의 가능성 정도일 것이다.

먼저 용인 초등학생들의 달리기가 감동을 준 것은, 아이들 스스로 인간이 그토록 열망하는 함께 하는 삶에 대한 실현을 개인의 성취를 희생해서 이루어냈다는 점에서일 것이다. 그리고 그 감동이 증폭된 것은, 달리기 시합 구성원 중에, 달리기 실력으로서는 도저히 동등한 경쟁 상대라고 여길 수 없는 달리기에 취약한 한 학생이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 사회는, 실은 한 가지의 잣대로 판가름 내기엔 서로 너무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음을, 그것은 불평등한 쪽의 당연한 패배를 요구하고 있음을 묵인해 왔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그것을 공정한 경쟁이라 여기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특히 질병이나 장애는 개인의 노력이나 방만의 결과가 아님에도 결과적으로 개인의 성취에 귀결되어 그 사람의 무능을 입증하게 되는 요인으로 인식되어 왔는지도 모른다. 이런 말도 안되는 현실을 이끌어온 어른들에게 아이들이 보여준 모습은, 진짜 공정한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었다.

학교 현장에서 보건교사로 일했을 때 업무의 대부분은 이런 질병과 장애에 대한 편견과의 싸움이었다. 아이가 몸이 불편할 때, 대부분의 어른들은 그 아이를 보호해주고 힘든 상황에서 열외를 시켜주는 것이 배려해야 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그리고 아이는 고통스런 질병 속에 있으므로 그것에 대해 함부로 질문받지 않아야 하는 존재라는 '낙인'을 받고 있다. 교사건 부모건 우리 사회 뿌리깊이 박힌 질병에 대한 그릇된 프리즘을 아이들에게 '사랑'이란 이름으로 덮어 씌운다.

그런 점에서, 초등학교 6학년씩이나 된 아이들이, 그것도 다섯 명이 이 거대한 대한민국의 무지한 질병 인식의 틀에 갇히지 않고 인간 가치에 대한 명확한 혜안을 실천할 수 있다는 점은 경이로움을 안겨준다. 나는 13년간 무수한 짝퉁 배려 속에 노출되어왔을 연골무형성증 아이가 친구들의 손을 눈물을 흘리며 잡았다는 것이 실로 감격스럽다. 한 친구의 말마따나 자존심상한다고 뿌리칠 수도 있는 것이 우리 사회가 제시한 배려의 결말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뿌리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염두에 둔 학생들에게 감사한 것은, 그들이 그냥 맑고 어린 아이일 뿐이기에 이런 행동이 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이미 이 사회의 인식의 틀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그것을 깨트리고 올바르다 여기는 행동을 했다는 점이다.

아이들의 난치성 질병에 대해 자유롭게 언급하는 부모는 생각보다 없다. 거의 대부분 그 사실을 외부에 은폐하기 일쑤고, 심지어 아이에게조차 병을 왜곡해서 알려주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 흔한 ADHD, 소아당뇨는 물론, 주변의 인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간질, 소아 우울증에 대해서조차 부모는 입을 닫고, 학교 교사와 아이들도 모른 척을 미덕으로 알고 지낸다. 그 안에서 아픈 아이는 자신의 존재를 그림자화하는 기술을 연마하게 된다.

용인 초등학교에서 다리가 불편한 아이가 가을운동회의 달리기 시합을 6년동안 출전했다는 것은 바로 그 점에서 놀랍다. 아이도, 부모도, 학교 교사도, 친구들도 그 아이가 '진정한' 경쟁의 틀에 설 수 있게 해줬고, 6년째 되던 마지막 운동회에서 그들의 경쟁은 어른들이 잘못 만들어놓은 질병에 대한 시각 따위에 굴복하지 않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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