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15.4℃
  • 흐림강릉 16.9℃
  • 흐림서울 16.6℃
  • 흐림충주 19.1℃
  • 구름많음서산 18.7℃
  • 박무청주 20.3℃
  • 대전 22.6℃
  • 흐림추풍령 19.1℃
  • 대구 21.2℃
  • 흐림울산 22.6℃
  • 박무광주 22.9℃
  • 천둥번개부산 23.1℃
  • 구름많음고창 23.4℃
  • 천둥번개홍성(예) 21.2℃
  • 흐림제주 26.2℃
  • 흐림고산 24.2℃
  • 구름많음강화 16.1℃
  • 흐림제천 17.8℃
  • 구름많음보은 21.7℃
  • 구름많음천안 19.5℃
  • 흐림보령 22.6℃
  • 흐림부여 22.9℃
  • 구름많음금산 22.4℃
  • 흐림강진군 23.9℃
  • 구름많음경주시 21.0℃
  • 구름많음거제 24.4℃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4.03.19 14:18:05
  • 최종수정2014.03.19 14:17:55

김호숙

이월초 교장·시인

아침 출근길은 도로위의 경주다. 질주하는 생, 낙오되지 않으려는 차들의 긴 행렬에서 정신을 모으고 앞을 주시한다. 1차선에서 따라오던 차가 크락션을 울려서 옆을 보니 조수석에 앉은 얼굴이 동그란 청년이 창문을 내리고 "차 문이 열렸어요"하고 외친다. 멈출 수도 없는 상황, 순간 머리가 다급해진다. 트렁크가 열렸다는 건가? 유리문은 확인해도 닫혀있고…. 이상을 알리는 빨간 불도 들어오지 않았다. 불안하다. 신호대기에서 서야겠다고 맘먹고 있는데 아까 그 차가 또 어디서 나타나서 더 크게 외친다. "차 문이 열렸다고요!"하며 손짓을 한다. 신호에서 비상 깜박이를 켜고 내려 보니 트렁크도 뒷문도 괜찮고 운전석 문이 제대로 안 닫친 걸 발견하고 아차 한다. "휴…." 열었다가 다시 닫고 지적해준 차를 찾아보니 이미 보이지 않는다. 위험한 것이 고쳐졌으니 맘 놓고 달려서 갈 길을 가 버린 것이다. 모르고 달렸으면 어쩔 뻔 했나.

안도하면서 고마운 마음이 들어찬다. 그 바쁜 시간에 옆 차에 이상이 있음을 알려주느라 두 번씩이나 고함을 친 그 청년의 태도에 잠시 멍해진다.

'정호승' 시인은 시 '빈틈'에서 '살얼음 낀 겨울 논바닥에/기러기 한 마리/ 툭/ 떨어져 죽어있는 것은/하늘에/빈틈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사람이든 하늘이든 살아가는 일에 빈틈이 있게 마련이다. 빈틈 있는 세상이 그래도 유지되는 것은 이렇게 미덕을 베푸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마운 사람들을 소재로 한 감동 영화가 스쳐간다.

'고수'와 '한효주'가 주연한 영화 '반창꼬'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작업을 펼쳐서 많은 생명을 구하는 장면이다. 소방관으로서의 사명감으로 자신보다 구조에 혼을 쏟는 이야기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재난영화 '해운대'에서 쓰나미가 덮친 부산의 처참한 현장에서 헬기로 구조하던 중 밧줄이 끊어지려고 해서 무게를 줄여야 할 상황이다. 이 때 같이 줄을 잡고 올라가고 있던 구조대원 '현석'이 자신의 줄을 자르고 바다에 떨어져 아스라이 물결에 휩싸이는 장면은 얼마나 가슴 뭉클하고 안타깝고 싸한 아픔과 감동을 주는가.

'학교에서 어린이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눴으면….' 하고 생각한다. "나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을까. 복잡한 도로에서 옆에 차 문이 열렸다고 알릴 수 있을까. '반창꼬'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목숨을 걸고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할 수 있을까. '해운대'의 구조대원처럼 내 목숨은 버리고 구조하던 사람만 살린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와 같은 토론을 벌이고 싶은 것이다. 서로 생각을 나누는 동안 감성이 길러지고 공감력이 자랄 것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출근길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생각하느라니 내 안에 여러 개의 꽃등이 켜진다. 나의 빈틈을 막아주던 그 이름 모를 청년에게 훈훈한 마음을 보낸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