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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주 청주시립무용단 감독의 무용극이 주는 의미

  • 웹출고시간2024.10.17 15:46:20
  • 최종수정2024.10.17 15:46:20

전애실

충북문화재단 문화예술본부장

지난 10일 청주예술의전당에서는 홍은주 감독이 이끄는 청주시립무용단의 50회 정기공연 '붉은 경계-in & out'이 열렸다.

한마디로 한국 전통춤을 기반으로 한 현대(Contemporary) 무용극의 진수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공간, 몸짓언어, 조명, 음악 등 종합예술의 모든 요소에 있어서 제목처럼 연극적인 융합과 다원성을 담아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이었고 시립단원들의 에너지는 객석 끝까지 흘러넘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만나 뵙고서야 과거 오태석 연출 등 연극인들과도 작품에서 공동작업을 많이 했다고 하며 독일에 1년 반 머물 때에도 피나 바우쉬의 부퍼탈 시립무용단(Tanztheater Wuppertal)의 모든 공연을 보며 드라마적 구상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형식뿐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홍 감독은 오랜 리서치를 기반으로 대본을 쓰고 조명 디자인까지도 직접 하는 작업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이번 붉은 경계 작품에서는 그녀 자신이 살아온 삶의 굴곡을 가득 담되 부조리, 욕망, 트라우마 등 삶의 고뇌와 경계선에서 갈등하는 군상의 모습들은 공간과 시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류애적 보편성을 시적 미학으로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치 최근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작품들처럼 말이다. 작품 중 나오는 텍스트도 그녀가 시인처럼 쏟아내는 글이자 말이었으니 노벨무용상이 있다면 홍은주 감독이 받으리라. 그래서 넥타이 살풀이 씬에서는 감정에 북받쳐 우는 관객들이 많았다고 한다. 고통은 있되 궁극의 절망은 없다는 듯이 참고 인내하며 사는 우리네 인생의 고통 그 불편함을 꺼내어 관조하게 하고 우리를 보듬어주는 공연이었기에 그 위로의 힘은 강렬했다.

부임한 지 1달 반 만에 정기공연을 만들어야 했기에 좋은 작품을 만들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음에도 그녀는 해냈다. 물론 이것은 애초 불가능한 일이었고 이번 작품도 '내일을 여는 춤' 포스트극장 소극장 무대와 프랑스 해외 공연에서 단초를 마련하여 대극장 무대로 확장한 공연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많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최고의 작품을 위해서는 예술가/단체들에게 구상화와 프리 프로덕션에 충분한 시간과 예산을 확보해 줘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충북문화재단에서도 올해 처음으로 공연장 상주단체와 창작집중사업에서 다년도 창작지원의 기틀을 마련했다.

청주시립무용단 정기공연 '붉은 경계-in & out'을 통해 무용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의 경계는 붕괴되고 기대와 관람 수준은 한껏 높아졌다. 홍 감독이 그 작품의 가장 마지막 씬에서 무대의 극장막, 다리막 등 모든 막을 올리고 무대의 날것을 보여주었듯이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청주시립무용단의 날 것 같은 차기 작품을 설레며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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