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4.0℃
  • 맑음강릉 6.3℃
  • 연무서울 6.9℃
  • 구름많음충주 5.3℃
  • 맑음서산 2.4℃
  • 연무청주 7.2℃
  • 연무대전 7.5℃
  • 구름많음추풍령 4.3℃
  • 맑음대구 4.7℃
  • 맑음울산 3.8℃
  • 연무광주 7.1℃
  • 맑음부산 7.2℃
  • 맑음고창 2.0℃
  • 박무홍성(예) 5.3℃
  • 맑음제주 7.1℃
  • 구름많음고산 8.4℃
  • 맑음강화 5.8℃
  • 맑음제천 1.8℃
  • 맑음보은 2.7℃
  • 구름많음천안 4.0℃
  • 맑음보령 2.9℃
  • 흐림부여 7.0℃
  • 흐림금산 7.5℃
  • 맑음강진군 3.1℃
  • 맑음경주시 1.5℃
  • 맑음거제 5.4℃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2.06.27 16:05:0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이혜진

옥천교육지원청 교육과장

친정어머니는 팔남매를 두셨다. 아들 못 낳는 칠거지악(?) 면하려고 내리 딸만 여섯을 두다가 일곱 번째로 아들을 얻었다. 여덟째인 막내를 혹여 아들인가 싶어 낳았다가 또 딸이라서 많이 실망 하셨다. 그래도 아들 하나 얻는 바람에 어머니는 아들을 버팀목 삼아 힘든 시집살이도 잘 이겨내셨다. 여덟 남매를 키우고 공부 시키느라 아름다운 청춘을 다 보내시고 이제는 병마와 싸우고 계신다.

시골에서 팔 남매를 도시로 유학 보내어 고등교육 시키기가 그리 쉽지 않았음에도 배움만이 살길이라고 남다른 교육열을 보이셨던 부모님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기에 감사 또 감사드린다. 이웃들이 많은 딸들을 고등교육 시켜서 무엇에 쓰느냐고 한마디씩 던질 때마다 못들은 채 하시고 묵묵히 뒷바라지에만 열중하셨다.

어머니는 바느질 솜씨도 좋아서 자투리 천을 모아 나와 동생들 옷차림에 신경을 많이 써 주셨다. 그래서 예쁜 옷 잘 입고 다니는 우리를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했었다. 젊었을 때 어머니는 아주 미인이셨다. 갓 시집 오셨을 때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물 길러 오는 어머니 얼굴을 보려고 우물가에 모이곤 하셨다고 한다. 힘겹게 병마와 싸우고 계시는 중에도 깨끗한 모습으로 앉아계실 때면 참 곱다고 느껴진다.

찾아뵈면 반갑다고 손을 잡아 주시지만 손에 힘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아기 손처럼 부드러움만 느껴질 뿐 스르르 힘이 빠진다. 그럴 때면 마음이 울컥해져서 어머니의 손등을 내 손등으로 비벼본다. 그러면 눈웃음 건네며 좋아하신다. 어머니는 말 수도 적어지셨다. 거의 말씀 안하시고 그 동안 참 많이 보고 싶었다는 눈빛만 보내시곤 하신다. 별 얘기 안 하셔도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은 바로 내 마음으로 전해지고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제 정말로 어머니께 그 동안 받기만 한 사랑의 일부라도 되돌려 드려야 할 때라 생각했는데 너무 늦어버린 것 같아 속상하다. 이승에서의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더 일찍 자식의 도리를 다 하고 효도를 제대로 했어야 함에도 무한정 시간이 남은 줄 알고 허송세월을 했다. 내가 좀 더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질 때 효도 제대로 잘 하리라 마음먹고 있었는데, 어머니는 기다려 줄 시간이 별로 없다는 신호를 보내오고 계신다.

이제는 병원비 외에 돈도 별로 필요하지 않게 되셨다. 입맛 당기는 맛난 음식도 별로 없다하시고 예쁜 옷도 필요치 않다고 하신다. 그저 몸 편한 옷이면 되고, 배고픔만 면할 수 있는 음식이면 족하다고 하신다. 다리에 힘이 적어 오래 걷지도 못하시고 당뇨도 있어서 음식도 가려 드셔야 한다. 여행도 귀찮아하시고 여기 저기 다니는 것도 싫다하시며 가끔씩 자식들 얼굴 보다가 적당한 때에 세상 뜰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아직 팔십도 안 되셨는데 참 허망하게 건강을 잃으셨다. 자식들이 살만해져서 효도하려니 받아줄 기운이 없어지셨다. 어떻게 무얼 돌려드려야 할지 막막하다. 뭔가를 해드려야 하는데 마음만 다급할 뿐 뾰족한 방법이 생각나질 않는다. 일에는 다 때가 있듯이 효도에도 다 때가 있다는 것을 좀 더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상대가 없으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 효도인데 말이다.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 곱고 아름답던 모습이 언제 그렇듯 변하셨는지 세월의 무상함과 안타까움만 커질 뿐이다. 많은 자식들 지저분하게 키운다는 소리 듣지 않으려고 정갈하게 살림하시던 모습이랑 부지런히 예쁜 옷을 만들어 우리들에게 입혀주시던 그 모습을 이제는 정말 더 이상 볼 수 없구나 하는 아쉬움 속에 슬픔이 함께 밀려온다.

어머니와 함께 도란도란 얘기하며 숲길을 함께 걸어보고 싶다.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할 것 같다. 나란히 손잡고 마음에 묻어둔 사랑을 전하며 그 동안 잘 키워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건강이 허락되는 동안만 함께 걸을 수 있다는 걸 진즉 알았어야 했는데. 언제쯤 어머니와 함께 손잡고 씩씩하게 걸어볼 수 있을까?

늦었지만, 그래도 아직 어머니가 이 세상에 존재함에 감사드리며 부지런히 사랑하리라.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