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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충북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책임연구원·경영학박사

얼마 전 서울에서 처음 들으면 언 뜻 이해하기 힘든 대회가 열렸다. 이른바 '멍 때리기 대회'라 불리는 이 대회는 2014년부터 시작 된 나름 역사를 가진 대회이다. 이 대회의 우승 조건은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대회가 시작되면 말을 할 수 없으며, 참가자들에게 심박 측정기를 나눠주고 심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사람이 우승을 할 수 있다. 이 대회의 목적은 간단하다. '한국인의 뇌를 쉬게 해주자' 로, 그저 그냥 아무 생각 없 이 '멍~'하게 있으면 된다. 마라톤 대회는 42.195km를 완주해야 하고, 미술대회에 나가면 예쁜 그림을 그려내야 하고 수학 경시대회에 나가면 미친 듯이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어내야만 한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대회라니... 처음에 접하면 언뜻 그 의미와 목적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수업시간 중에 쏟아지는 햇빛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떨어지는 낙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지나가는 청초한 여학생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선생님께 화끈한 뒷통수를 맞아본 경험들이 있으리라. 그동안 우리는 수업시간에 빽빽하게 적어내려 간 칠판에 필기내용을 한글자도 놓침 없이 받아 적어 내야 하고, 아침에 출근하면 퇴근할 때 까지는 자리를 뜨지 않고 업무를 해 내는 것이 정상이라고 여기고 살고 있는데...

그동안은 어떤 일을 훌륭히 해 내려면 그 일과 관련해서 온 신경을 집중하고 몰입해야만 한다고 생각 해 왔고, 많은 과학자들도 과업의 성공적인 결과를 '몰입'에서 찾아 왔다.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연구해야 하며, 잠시라도 그와 관련되지 않은 상황이나 생각을 끌여들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즉, 오롯이 몰입해야 성공적으로 일을 완수 할 수 있다고 생각 해 왔다.

현대사회는 많은 매체와, 환경과, 관계와 자본이 복잡하게 얽혀져 있다. 예전에는 이러한 여러 요인들을 처음부터 만들어내는 것이 능력이었지만, 이제는 이러한 여러 가지 요인들을 어떻게 묶어내느냐, 어떻게 연결하느냐,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시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그동안 우리 생각하지 못한 것들과의 조화를 생각하고, 협업을 생각해야 하는 창의성이 매우 중요한 능력이 되는데,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 의하면 창의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은 '몰입'의 과정에서 나오는 결과물일수도 있지만,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특히 그냥 멍때리는 과정에서 더욱 쉽게 떠오른다고 한다. 사실 너무 한 가지 일에 몰입하다 보면 그와 관련된 정보들만 수집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책하고, 사색하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아무 생각 없이 운전하고...의 일종의 멍을 때리는 행동을 하다보면, 그동안 내 머릿속에 입력 되어 있던 다른 정보들과 기억들이 스멀스멀 떠오르게 되기 때문에 몰입의 과정에서 미처 생각지 못했던 정보들을 활용 할 기회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을 하다가 '유레카'를 외친 것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과정에서 문뜩 예고 없이 떠오르는 일이 많다. 고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성이 요구되는 현대사회에서는 멍때리는, 뇌를 쉬게 해주는 일이 결국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주는 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격한 업무를 끝내고 퇴근하면 집으로 돌아와 피곤한 몸을 뉘이는 것처럼, 거창하게 멍때리는 대회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그냥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시원한 음료 한잔을 들고 시원한 길을 걸으면서 일이 아닌 초록색 풀잎을 생각하고, 하늘을 생각하고, 아니면 그냥 걷는, 잠시 내가 고민하는 일과 거리를 두고 나만 알 수 있는 내 머릿속의 '딴 생각'을 맘껏 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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