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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소풍길 - 음성 철박물관

철 구경 가서 철들고 오다

  • 웹출고시간2011.08.04 17:57:3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지난 겨울은 하얀 눈이 무진장 왔다.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에 포근한 날씨가 계속될 것이라는 예보와는 달리 징하게 춥고 삭풍까지 거세니 가난한 마음에 길고 긴 겨울날을 보내야 하는 사람들은 더욱 스산하고 외로웠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처럼 춥고 눈이 많이 오는 해에는 가슴 뜨거웠던 옛날 풍경이 더욱 그리워진다. 그 시절엔 모든 것이 힘겹고 고통스러웠을 것인데도 시간이 지나면 아름다웠던 것만을 기억하게 된다. 추억여행을 통해 잠시나마 거추장스럽고 고단한 삶,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수 있으니 디지털 시대일지라도 마음은 언제나 아날로그인 것 같다. 우리 몸속에는 옛 것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며 새로운 스토리로 재구성할 수 있는 서정적 에너지와 창조의 DNA가 있기 때문이다.

눈발이 꽃비처럼 뺨을 치고 바람까지 거세던 그 옛날, 시골에서는 어른 아이 모두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피고 무쇠솥에 쇠죽을 끓이며 누룽지 타는 소리로 새벽을 연다. 기와지붕 함석지붕 초가지붕 할 것 없이 골마다 고드름이 번쩍이고 꽁꽁 얼어붙은 골목길에는 행여 길 가던 사람 넘어지기라도 할까 연탄재를 뿌리는 미덕을 잊지 않았다.

아이들은 손발 동상 걸리고 코 깨지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뒷동산에서는 눈썰매를, 꽝꽝 언 시냇가에서는 얼음썰매 놀이에 하루해가 짧다. 사내아이들은 물코를 흘리며 딱지치기 자치기 구슬치기를, 계집아이들은 줄넘기와 공기놀이를 하며 온 동네를 바람처럼 햇살처럼 뛰어다녔으니 아이들은 겨울에 크고 자라는 것 같았다.

청년들은 장작을 패고 사냥을 하거나 사랑방에 모여앉아 가마니를 짜며 한 해 농사를 준비했으며, 아낙들은 화롯가에 옹기종기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다림질을 하고 바느질 뜨개질의 규방공예 삼매경이다. 이른 아침, 아궁이에서 불꽃튀던 숯을 화로에 담아 방안으로 가져오면 온 종일 방안 공기를 따뜻하고 포근하게 대펴 준다. 찌개를 데우고 고구마 감자 가래떡을 익혀먹고 담뱃불을 붙이는 등 생활의 지혜, 삶의 보고였다.

어떤 날은 마을 청년들이 모여 톱으로 시냇가의 얼음을 잘라내고 낚시를 즐겼다. 낚싯바늘을 내려 피라미를 잡기도 하지만 날렵하고 기운 센 장년들은 작살로 민물장어나 붕어 같은 큰 물고기를 잡는다. 그날은 마을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앉아 어죽을 끓여먹을 수 있었으니 겨울날의 보양식이며 시골만의 문화였던 것이다.

솥, 화로 등 옛 아련한 향수에 젖게 하는 물건들이다.

고요하기만 한 시골마을의 겨울 한낮을 깨우는 소리가 있었는데 굴뚝 청소부의 굴뚝 쑤시는 소리, 엿장수아저씨의 가위치는 소리, 튀밥장수의 튀밥 터지는 소리가 그것이다. 굴뚝청소부는 얼굴에 검댕을 묻히고 커다란 징을 치며 골목골목을 누볐다. 솔이 달린 기다란 대오리를 둘둘 말아 어깨에 메고 "뚤어~, 뚤어~"를 외쳐댔다. 한옥집에는 높고 큰 옹기굴뚝이, 초가집에는 작지만 아담한 흙벽돌굴뚝이 있었는데 검은 굴뚝에 대오리를 넣어 후비는 솜씨가 마술 같았다. 엿장수 가위는 크고 묵직하니 숙달된 사람이 아니면 가위치기를 쉽게 할 수 없다. 고철이나 빈병, 그리고 폐비닐 같은 것을 한 움큼 주면 쇠끌을 엿에 대고 가위 손등으로 내리치면서 엿판을 잘라 주곤 했는데 그 손놀림 역시 묘기나 다름없다. 도시든 시골이든 골목길 중간쯤에는 넓은 공터가 있기 마련인데 사흘이 멀다 하고 튀밥장수 아저씨가 찾아왔다. 묵은 쌀이나 가래떡, 콩이나 옥수수 말린 것을 주면 20여 분간 뜨거운 불구덩이 속에 있던 곡식들은 '호루루루....뻥!' 하는 소리가 나면서 뿌연 수증기와 함께 부푼 뻥튀기로 둔갑해 쏟아져 나온다. 춥고 배고팠던 시절 온 가족의 간식거리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이처럼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들도 서서히 내 마음속에서 멀어져 가고 있으니…. 인간이란 창조적 진화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문화와 문명을 만들고 옛 것을 통해 미래의 새로운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것인데 우리는 너무 쉽게 버리고 방치한다. 그러니 역사의 단절과 왜곡, 창조적 가치의 계승과 발전의 시계바늘이 여기서 멈출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철박물관 전시관에는 철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형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지금부터는 재미난 철 이야기가 시작된다. 철iron은 원소 기호 Fe, 원자번호 26번, 녹는 점 1,535도이며, 별들의 핵융합 반응으로 생겨난 금속 원소이다. 또 철은 우주를 구성하는 보편적인 물질이며, 지구 전체의 35%를 차지하는 주요한 원소다. 자구의 중심부는 철과 니켈의 합금으로 이루어졌으며, 지구 표면을 구성하는 금속원소 중 알루미늄AI 다음으로 많이 존재하는 것이 철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보통 다른 원소와 결합된 상태로 존재하며, 자성磁性이 있고 금속광택을 띠며 전기와 열을 잘 전달한다. 온도 변화에 따라 결정구조나 성질이 달라지며, 탄소C의 양에 따라서 단단한 정도가 다르다.

인류가 처음으로 사용한 철은 운석이었다. 운석은 별똥별, 유성이라고 부르는 우주의 물질이 지구의 대기와 충돌하면서 남은 것으로, 대부분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로부터 떨어진 자연물질이다. 약 45억 년 전 지구의 탄생과 비슷한 시기에 생긴 운석은 지구가 속한 태양계의 시작을 알 수 있는 과학적 연구의 대상이다. 특히 철운석은 운철隕鐵이라고도 하는데 인간이 광물에서 철 금속을 뽑아내는 기술을 발명하기 전인 기원전 3,000년 경 서아시아 아나톨리아 지역과 1,100년 전 중의 은殷나라 등에서 철운석을 사용한 증거들이 발견된다.

인류가 처음 철을 만들어 사용한 것은 기원전 3,000년경 서아시아지역에서였다. 이후 기원전 1,000년경 유럽에 철기문화가 전파되어 할슈타트Hallstatt와 라텐La Tene문화로 발전했다. 동양에서는 춘추전국시대부터 철을 만들었으며 진秦·한漢대에 철기문화가 발달했다. 이와함께 한반도에서는 중국 전국시대 연燕나라의 영향을 받아 철을 사용하였으며, 기원전 100년경에는 철을 직접 생산하였다.

철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1,500도 이상의 고온을 유지할 수 있는 불 다루는 기술이 필요하다. 사람이 만들어 낸 불 중에서 가장 높은 온도에서 녹는 금속인 것이다. 이 같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기 위해서는 화력을 세게 해주는 송풍장치가 필요했는데 풀무의 탄생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높은 온도를 낼 수 있는 연료로 숯을 사용했는데 숯은 열 효율성이 좋고 철광석에 탄소를 직접 공급하여 철광석이 쉽게 산소와 분리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숯 중에서는 참나무 숯이 으뜸이고 소나무, 밤나무, 상수리나무 등의 숯도 사용했다.

야외 체험장. 직접 철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철을 이용해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조나 주조의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단조는 불에 달군 철을 반복해 두드려 물건을 만드는 것이고, 주조는 형틀에 쇳물을 부어 물건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단조에 사용하는 철은 탄소가 거의 들어있지 않아 무르고 잘 늘어나는 성질이 있으며 단조 과정을 통해 철 속에 적당량의 탄소를 넣어주면 견고하고 충격을 잘 견디는 성질이 생겨 농기구나 무기 등을 만드는데 적당하다. 반면에 주조에 사용하는 철은 제련로製鍊爐에서 만들어진 선철을 용해로鎔解爐에 녹여 불순물을 없앤 주철이다. 주철은 단단하면서도 잘 부서지는 성질이 있어 솥과 같은 용기류나 큰 물건 등을 만드는데 사용한다.

산업화 이후에는 전기로 제강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철광석에서 분리한 철은 탄소함량이 깨지기 쉬운데 이런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탄소량을 조절하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제강기술을 만들었다. 현재 가장 많이 이용되는 제강법은 철광석을 녹여 얻은 용선을 주원료로 이용하는 LD전로법과 고철을 주원료로 하는 전기로법 두 가지가 있다. 이 중 전기로법은 주 원료로 고철을 이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사용량이 적고, 이산화탄소의 발생이 적은 장점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1963년 전기로 제강법이 처음 도입되었다.

돌이켜보니 우리의 삶에는 수많은 철들이 유기적으로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전통의 가치로, 삶의 일부로, 생활의 지혜로, 문명과 첨단의 산실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박물관 밖에는 각종 조경수와 호수와 설치작품들이 조화롭다.

음성군 감곡면 오향리의 철박물관을 가면 철에 대한 모든 것을 엿볼 수 있다. 가마솥 주전자 화로 고드랫돌 가위 약연 쇠절구 등 철을 소재로 한 옛것은 물론이고 자동차 등 최첨단 장비와 철을 활용한 조형물도 만날 수 있다. 생태숲, 조각공원, 분재원과 함께 숲속의 길에서 산책할 수 있으니 역사와 문화와 문명과 자연이 함께하는 곳이다.

그리하여 이곳을 방문하면 우리 것의 참다운 가치와 생활미학을 만날 수 있으며 새로운 미래가치와 호흡할 수 있다. 아이들은 낯선 물건의 신비함에 눈망울이 똘망똘망해지고, 어른들은 아련한 추억여행에 잔잔한 그리움과 감동이 밀려온다. 얼음썰매 타고 씽씽 달리던 그 겨울이 그립다면, 문명의 이기에 상처입고 가슴 시리다면, 구순하고 오달지기만 했던 그 옛날의 추억여행을 즐기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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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철 헌정회장 "개헌 방향 '정쟁 해소'에 초점"

[충북일보] 대한민국헌정회(회장 정대철)는 2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 대강당에서 '정치선진화를 위한 헌법 개정 대토론회'를 개최한다. 헌정회는 지난해 11월부터 헌법개정위원회를 구성해 개헌의 방향에 대한 연구를 통해 국가 100년 대계 차원의 조문을 만들었다. 이 연구에 이시종 전 충북지사도 참여했다. 정대철 회장은 "정쟁을 해소하는데 개헌의 방향의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헌정회가 개헌안 마련에 나서게 된 배경은. "헌정회는 오늘날 국민적 소망인 정치권의 소모적 정쟁 해소와 지방소멸·저출생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 적극 대처하는 것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헌법에는 이러한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구 유럽처럼 정쟁을 중단시키는 장치인 내각불신임·의회 해산제도 없고, 미국처럼, 정쟁을 중재·조정하는 장치인 국회 상원제도 없다보니, 대통령 임기 5년·국회의원 임기 4년 내내 헌법이 정쟁을 방치 내지 보장해주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헌법개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서 헌정회가 헌법개정안을 추진하게 되었다." ◇그동안 헌법개정은 여러 차례 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