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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벤처 바람 타고 飛上 꿈꾼다

매년 관련기업 꾸준히 증가
지난해 신규투자도 20% ↑

  • 웹출고시간2010.08.30 16:45:5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1990년 중순 불어닥친 인터넷 발(發) '닷컴 열풍'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야후·이베이·아마존과 같은 닷컴기업은 20세기 경제의 마지막 주역으로 등장했고, 국내에도 '벤처'라는 창업 깃발만 꽂으면 누구나 성공할 것 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 열풍은 2000년 이후 등장한 'IT 거품론'으로 막을 내렸고 벤처업계의 짧은 전성시대는 종언을 고했다.

이런 위기의 벤처업계에 희망을 불어넣은 기업은 구글이었다. 6년 전 구글은 나스닥 상장과 함께 시가총액에서 IBM을 넘어서는 파란을 일으켰고, 이후 매년 초고속 성장 신화를 이어갔다.

국내에도 여러 악조건을 극복하고 벤처기업 2만개 시대가 도래했다. 여기에 스마트폰·3D·의료·녹색바이오 등 첨단산업의 주가가 한껏 오르면서 벤처업계에 활력이 돌고 있다.

◇ 벤처기업의 수 해마다 늘고 투자도 늘어

10년 만에 다시 날개를 편 벤처업계의 현황은 숫자로 대변된다.

일단 벤처기업의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자료를 보면 작년도 한 해에만 3천492곳이 늘었다. 벤처기업이 호황을 누리던 2000년 벤처기업 증가 수(3천864곳)와 엇비슷하다. 올해도 증가세는 여전하다. 올 3월 200곳이 늘어난 데 이어 4월엔 557곳, 5월엔 812곳이 증가했다.

벤처기업 수만 증가하는 게 아니다. 벤처업계에 돈이 몰리고 있다. 벤처캐피털의 신규 투자는 2008년 7천247억원에서 2009년 8천671억원으로 20%가량 늘었다. 올해엔 '1조원' 벽을 돌파할 기세다.

외형도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매출 1천억원 이상을 돌파한 국내 벤처기업은 전년보다 20%(202곳→ 242곳) 증가했다. 특히 충청권 벤처기업의 경우 50%(28곳→42곳)나 늘었다. 지역별로는 충남이 21곳으로 가장 많았고, 충북 16곳, 대전 5곳 순이다.

더 두드러진 것은 분야별 증가율이다. 벤처기업의 1998~2009년 연평균 수출증가율은 15%로 대기업(10%)의 1.5배다. 1998~2007년 고용증가율은 연평균 20%로 대기업(5%)의 4배에 이른다.

벤처업계가 다시 꿈틀대는 것은 한국경제에 큰 득(得)이다.

◇제2의 벤처 붐… 이번엔 '탄탄'

더구나 이번 열풍은 2000년 당시보다 탄탄한 기반 위에서 불고 있다. 무엇보다 실무경험을 쌓은 창업자가 늘어났다. 단 한 번의 위기에 속절없이 무너지기 일쑤였던 벤처 1세대 CEO와 다른 점이다. 벤처기업협회 자료를 보면 창업 전 CEO의 실무경험이 2006년 9.7년에서 2009년 11.4년으로 늘어났다.

벤처 CEO의 '이전 근무지 현황' 자료도 비슷하다. 학생 창업은 2003년 1.7%에서 2009년 0.6%로 줄어든 반면 일반 기업체 출신 CEO는 72%에서 80%로 8%포인트 늘었다.

'준비된' 신생 벤처기업도 많아졌다. 1세대 벤처 열풍 땐 기술력만 믿는 '묻지마 창업'이 주류였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영업·마케팅·판로개척 분야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하지만 요즘 창업되는 벤처기업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영업·마케팅·R&D(연구개발) 부서를 대부분 갖추고 있다. 소규모 창업 트랜드도 '1인 창업'에서 '2인 창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벤처기업의 건전성도 개선됐다. 기술보증기금 사고율이 2004년 9%에서 2009년 2%로 7%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일반 기업의 사고율은 3%포인트(10.7%→7.7%) 감소하는 데 그쳤다. 퇴출 대비 신규 상장 비율도 1998~2003년 평균 24%에서 2004~ 2009년 55%로 두 배 이상 올랐다. 퇴출은 감소하고 신규 상장은 늘었다는 얘기다.

벤처기업의 업종이 다양화된 것도 이전과 다른 점이다. 옛 벤처의 주류 업종은 인터넷이었다. 그래서 비리가 난무했고 출혈경쟁이 판쳤다. 이번엔 녹색산업, 스마트폰·3D산업 등으로 다변화됐다. 중기청의 '벤처기업 4대 업종 분포 비중' 자료를 보면 2000년엔 IT의 비중이 30%에 달했지만 2009년엔 14%로 대폭 감소했다. 반대로 28%에 불과했던 첨단제조(에너지, 의료, 컴퓨터·반도체, 통신기기·방송기기)의 비중은 37%로 증가했다. 그만큼 활약할 수 있는 시장과 기회가 넓어졌다.

◇'제2의 벤처 붐'의 과제

제2의 벤처 열풍엔 아쉬운 점도 있다. 지나친 금융규제가 가장 큰 문제다. 벤처업계에 돈이 돈다지만 소규모 신생기업에겐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벤처캐피털의 신규 투자금액은 2008~2009년 20%(7247억원→8671억원) 늘었지만 수혜 기업은 5%(496곳→524곳) 증가하는 데 그쳤다. 투자금이 일부 기업에 편중되고 있는 것이다.

도전정신이 약해진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20·30대 벤처기업가의 비율은 1999년 58%에서 2009년 12%로 급감했다. 도전을 즐기는 젊은 창업자를 대신해 안전성을 중요시 하는 노련한 창업자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네오위즈넷의 김운홍 기획·관리팀장은 "2000년도 IT 거품현상을 목격한 요즘 대학생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며 "실패했을 때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이상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청년 창업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21세기의 경제 패러다임을 선도하고 있는 기술은 모두 청년의 머리와 도전정신에서 만들어졌다. MS의 빌 게이츠가 그랬고, 애플의 스티븐 잡스도 그랬다.

다행히 벤처 바람이 다시 분다. 'Again 2000'이라 할 만큼 제법 강력하다.

/ 김지훈기자 juku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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