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충주 23.8℃
  • 구름조금서산 26.0℃
  • 구름조금청주 25.2℃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추풍령 23.4℃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홍성(예) 26.0℃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많음고산 25.8℃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제천 22.2℃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천안 24.0℃
  • 구름조금보령 26.1℃
  • 흐림부여 22.9℃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0.05.18 19:34:2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 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 되어 젖어 있는 비애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 위에/ 애정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중략" (이수익의 우울한 샹송 중에서)

푸른 꿈을 키워나가던 학창시절, 관공서 중 가장 많이 찾던 곳이 우체국이었다. 군청이나 은행도 있었지만 학생 신분으로 이렇다 할 민원이 있는 것도 아니요 예금통장을 보유할 만치 여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청주우체국에서 밤새 쓴 핑크빛 러브레터를 보냈다. 입을 크게 벌린 빨간색 동네 우체통에서도 부칠 수 있었지만 청주우체국에서 부쳐야 배달시간이 조금 단축되었다.

우체국에서 10원짜리 우표를 사서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러브레터 겉봉에 침 바른 우표를 정성껏 붙였다. 받는 사람이 다른 시·군에 살면 2~3일이 걸렸고 청주시내면 당일 배달되었다. '미지(未知)의 소녀에게'라고 말머리를 꺼내고 "실례인줄 알면서도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라고 시작되는 당시의 러브레터를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었지만 사춘기의 열병을 앓을 때는 그야말로 밤을 새워 쓴 연모의 세레나데였다. 그리고 몇날 며칠 답장을 기다렸다. 배달부(지금의 집배원을 당시에는 그렇게 불렀다)가 큰 가죽가방을 메고 동네 초입에 들어서면 가슴이 설
레었고 행여 답장을 전해주면 담 모퉁이로 돌아가 몇 십 번을 읽고 또 읽었다.

외삼촌이 돌아가셨다는 전보도 우체국에서 받았고 서울 고모와 통화를 하려면 우체국에서 신청을 해놓고 나무의자에 앉아 한나절을 기다렸다. 좀 급한 사정이 있으면 '지급'으로 신청했는데 이럴 경우엔 요금이 더 비쌌다. 우표가 새로 나왔다고 하면 아이들은 앞 다투어 우체국으로 뛰어갔다. 휴대폰은 커녕, 집에 전화기도 없던 시대이니 의사소통의 수단을 우체국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우체국은 의사소통의 꼭지 점에 있고 너와 나를 연결해 주는 마음의 다리였다. 우체국이 시민생활의 중심축에 있으면서도 우체국 업무를 총괄하는 우체국장은 지역 기관장 중 항상 말석이었다.

친구 중에 우체국장이 있다. 동창회 술자리에서 그는 술잔이 안 온다고 투덜대었다. 이 때 한 친구가 "너 본래 우체국장이잖아..." 순간 웃음바다가 되었다. 시민의 마음이 되고, 발이 되어 소식을 전해주는 전령사의 책임자가 왜 기관장 중 끝자리가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올챙이 기자 시절에 우체국을 출입한 적이 있는데 당시 모 청주우체국장은 "일도 많이 하고 돈도 많이 벌어들이는데 관용 승용차도 하나 없다"고 푸념했다. 그 끗발 없는 자리에 대한 인식은 세월이 가도 좀체로 변하지 않는다.

청주 우체국은 성안길 중심에 있기 때문에 만남의 장소 역할을 했다. 약속의 장소가 마땅치 않으면 중앙공원의 돌 거북이나 청주우체국 앞에서 만나 인근의 돌체 다방 등지에서 커피를 마셨다. 1950년대 민병산, 신동문, 홍원길, 최병준 씨 등 청주의 문인들은 청주우체국 앞에 있는 오페라 다방, 리버티 등을 오가며 현 충북예총과 충북문인협회의 전신인 충북문화인협회를 결성했다.

청주우체국은 청주의 터줏대감이다. '사진으로 보는 근대 한국<서문당 간>'에 보면 청주목 동헌인 청녕각과 함께 기와지붕을 한 청주 우체국 건물이 선명하다. 청주목의 수많은 객사 가운데 간선도로에 위치한 건물을 우체국으로 사용하지 않았나 추정된다. 지금의 청주 우체국은 그때부터 1백여 년 간 제자리를 지켜왔다. 청주시민의 숱한 애환을 간직하고 있는 청주 우체국이 시 외곽으로 옮긴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폭주하는 우편업무, 택배 차랑의 진입 등에 있어 현 청사가 포화상태를 빚고 있기 때문이다. 청주의 이정표 격인 우체국이 이전하면 타 지역과의 거리 계산을 다시 해야 한다. 가령 '청주 기점 몇 km'하면 바로 청주 우체국에서 잰 값이다. 그런 수학적 수치 말고도 청주우체국은 청주시민의 사랑이 어린 추억의 장소다. 조금 불편하다고 해도 그냥 그 자리에 있을 수는 없을까.

주요뉴스 on 충북일보

thumbnail 148*82

청원署 '병영문화 개선' 시대흐름 역행

청주청원경찰서 방범순찰대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운동장으로 사용하던 경찰서 내 1천21㎡ 규모의 테니스장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청원서는 예산 19억원을 들여 내달 3일부터 오는 4월(예정)까지 민원실 이전 공사에 들어간다.민원인의 원활한 업무처리 등을 위해서다.문제는 민원실 신축 예정 부지인 테니스장을 방범대원들이 체육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현재 청원서에서 생활하고 있는 의무경찰은 모두 123명(방순대 107명·타격대 16명).복무 특성상 활동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대원들에게 작은 공간이지만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중요 시설이다.하지만 민원실이 이전할 경우 체육활동 공간이 사라지게 되고 청원서는 청주지역 3개 경찰서 중 외부 운동공간이 없는 유일한 경찰서가 된다.일각에서는 문화·체육 시설을 확충하는 등 병영문화를 개선하려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경찰 관계자는 "경찰서에 체력 단련실이 있긴 하지만 민원실 이전 공사가 시작되면 외부 운동장은 이용이 어려울 것"이라며 "외부 운동장 등에서 주 1회 정도 대원들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운동장을 이용할 때 마다 외부기관의 협조를 얻어 사용한다는 얘기다.이 때문에 일부 대원들은 평일 체육활동 등 자유로운 체육활동을 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한 방순대원은 "복무 중이기 때문에 활동이 제약될 수밖에 없는데 체육공간까지 사라진다니 아쉬울 따름"이라며 "경찰서 외부 운동장을 사용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 박태성기자 ts_news@naver.com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