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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2.27 17:10:08
  • 최종수정2025.02.27 17:10:08

김현정

문학평론가·세명대 교수

2월은 일 년 중 가장 짧은 달이지만, 다른 달보다 더 소중한 의미를 많이 지니고 있는 달이기도 하다. 오랜 겨울에서 벗어나 새로운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과 또 다른 새로운 길로 나아가기 위한 '졸업'이 2월(학교마다 다르기는 하지만)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2월은 많은 이들에게 생동감있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문득 30여 년 전의 일이 떠오른다. 1990년대 초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을 때 한 선배님이 특별한 제안을 했다. 그것은 졸업식이 끝난 주말에 1박 2일로 금강을 따라 걸어보자는 것이었다. 이미 졸업하여 어느 공기업의 사보(私報) 편찬하는 일을 맡고 있던 선배님의 뜻밖의 제안에 친구와 나는 흔쾌히 승낙하였다. 일기예보를 보니 떠나는 날이 매우 춥다고 하여 다소 걱정이 되었지만, 우리 일행은 예정대로 강행하기로 했다. 금강 천리 길 중 경관이 무척 아름다운, 충남 금산에서 충북 영동으로 흘러가는 금강 길 60리를 걷기로 했다.

2월 23일, 임진왜란 때 조헌과 영규대사가 이끄는 의병들이 싸운 곳으로 전해지는 제원 닥실나루가 보이는 금강 상류에서 집결했다. 입춘, 우수가 지났는데도 일기예보대로 무척 추운 날씨였다. 방한복을 입고 배낭을 메고 우리는 걷기 시작했다.

금강 상류를 가로지르는, 당시 충남에서 몇 번째 안 가는 긴 다리인 천내다리를 지나니 도로 곳곳에 눈이 쌓인 곳도, 빙판길인 곳도 보였다. 처음에는 많이 추웠는데, 계속 걷다 보니 몸의 열기로 점점 추위에 적응하게 되었다. 걸으면서 보는 겨울 금강의 풍경은 차를 타고 보는 금강의 풍경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얼음 사이사이로 유유히 흘러내려가는 강물과 바람에 산들산들 흔들리는 억새, 강을 가로지르며 유유히 나는 철새의 모습을 통해 금강의 아름다움이 새롭게 다가왔다. 한참을 걷다 보니 금강의 절경으로 알려진 원골의 월영산을 끼고 도는 금강이 보였다. 지금은 그곳에 출렁다리가 생겨 여러 각도에서 금강 줄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다소 병목처럼 강폭이 좁아진 그곳을 지나니 충남 금산과 충북 영동의 경계가 나왔다. 충북 영동의 첫 번째 마을이 가선리이다. 예전에는 오지였는데, 지금은 어죽집이 들어서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 되었다.

양문규 시인은 시 <외갓집>에서 가선리의 풍경을 아름답게 묘사한 바 있다.

엄니 따라 산 넘고 강 따라 걸어 걸어 이십 리, 다리가 아팠지만 갈 때마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우리 딸 새끼 데리고 친정 왔네" 입이 함박 같았다 강변 미루나무 꼭대기 까막까치도 꼬리를 치켜세우고는 깡충깡충 쌍나팔을 불었다.// 막내 외삼촌이랑 강물에 수제비를 뜨고 멱 감으며 노는 동안 엄니는 고딩이와 조개를 잡았다 큰외삼촌과 작은외삼촌은 간밤에 놓았던 통발을 건져 쏘가리와 꺽지와 빠가사리와 자가사리와 뿌구리와 통가리와 메기와 모래무지와 참마자와 끄리와 갈겨니와 쉬리와 버들치와 송사리를 손질하였다.// … // 별똥별이 밤하늘을 가르며 지붕 낮은 가선리 집집마다 우수수 떨어질 무렵 강냉이가 나오고 외할머니 옛날 옛적 이야기는 은하수처럼 꿈속으로 흘러들었다

시인은 금강 상류에 자라는 쏘가리, 꺽지, 빠가사리(동자개), 뿌구리(동사개), 참마자, 쉬리, 고딩이(다슬기), 조개 등이 나오고, 까막까치, 소쩍새, 호호새 등이 등장하는, 그리고 외할머니의 옛이야기가 있는 정겨운 곳으로 추억하고 있다. 그곳을 지나 금강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뚜벅뚜벅 계속 걸었다. 선배님은 사보 화보로 쓰일 만한 멋진 풍경이 나올 때마다 수동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 특히 서쪽으로 기울어가는 햇살이 금강 얼음 위에 비친 모습은 더 장관이었다. 사진이나 영상 속의 풍경과는 차원이 다른,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선물이었다. 이른 점심을 먹고 천내리에서부터 걷기 시작한 우리 일행은 해가 넘어간 시간에 충북 영동 양산에 도착했다. 민박집을 잡고 준비해 간 버너와 코펠로 참치김치찌개를 끓여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방으로 들어가니 창호지를 바른 미닫이문틈으로 찬바람이 숭숭 들어왔다. 누가 방문 옆에 잘 것인지 가위바위보를 하였는데, 내가 져 방문 옆에 자게 되었다. 방은 따뜻했지만 외풍과 웃풍이 세어 몸을 웅크리고 잤다. 다음 날 간단하게 조식을 먹고 양산 송호리로 향했다. 빽빽이 들어선 솔밭이 장관이었다. 신라 가요인 <양산가(陽山歌)>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안타깝게도 가사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곳을 지나 큰댁이 있는 양강면 청남리를 거쳐 최종 목적지인 영동 심천에 이르렀다. 금강을 따라 장장 60리길을 걸은 것이다. 곳곳에 있는 눈길과 빙판길을 걸어 신발에 물이 들어온 탓인지 발에 동상이 생기기도 했지만, 매서운 추위를 뚫고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는 적잖은 희열감을 맛보게 되었다.

선배님의 뜻밖의 제안으로 다녀온, 금강 따라 걸은 60리길에 대한 추억은 평생 잊히지 않은 졸업 선물이 되었다. 그때 만난 파란 하늘과 하얀 눈이 덮인 설산(雪山), 그리고 얼음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금강의 아름다운 풍경은 자연과 문학을 더 사랑하게 되는 커다란 자양분이 된 것이다. 2월이 가기 전, 자신의 주변에 있는 유유히 흐르는 겨울 강을 따라 걸으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데 적잖은 삶의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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