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오늘 보훈했다"고 자랑스럽게 외치자

강귀영

충북남부보훈지청장

더위가 가시는 듯 싶더니 어느새 거리마다 금빛으로 물든 가로수가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계절 늦가을이다. 가을은 쓸쓸하다고 말하는 이가 많으나 청주의 가을은 쓸쓸함이 아닌 아름다움으로 뒤덥혀 있다.

창밖으로 가을을 만끽하다가 무심히 고개를 돌리니 금년도 달력이 눈에 들어온다. 11월, 이제 금년도 몇일 안남았구나! 저 벽에는 조만간 새로운 달력이 걸리고, 달력의 쓰임 만큼이 내가 충북남부보훈지청장으로서 보훈가족을 위하여 봉사할 수 있는 공적 기간이라는 걸 다시금 되뇌이게 된다.

나에게 부여된 첫 기관장 충북남부보훈지청장, 그리고 35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 할 이곳에서 내게 허용된 14개월 동안 어떤 일을 해야 보람있게 공직생활이 끝내는 것이 될까를 생각해 본다. 본부에서 나름 치열하게 근무하다가 지방 기관장으로 처음 오니 편안하게 운동하고 취미생활하면서 노후를 준비하라고 권하는 지인도 많다. 그런 유유자적한 생활도 나 자신에게 나쁘지는 않으나, 35년을 마무리 하는 마지막 1년은 좀 더 보람있게 후회없이 일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이곳 청주는 매월 1일 아침 8시에 보훈단체장님들과 함께 충혼탑 참배를 한다. 참배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 고령이고, 그 중에서도 6·25참전유공자회 지부장님은 97세로 거동이 살짝 불편하심에도 불구하고 비바람이 몰아쳐도 빠지지 않고 참배를 오신다. 국가보훈부에서 드린 영웅의 제복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국가를 위해 공헌하고 희생하다가 먼저 세상을 떠난 전우들을 그리며, 매월 1일 충혼탑에서 정성스럽게 분향을 하고 묵념을 드린다. 양쪽으로 부축을 받으며 힘들게 계단을 올라가시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보훈지청장으로써 내가 이분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 드려야 좋을까 고민하다가 '모두의 보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국가보훈부에서는 '모두의 보훈'이란 정책을 새롭게 추진하고 있다. 전국민이 보훈에 함께 참여하자는 의미에서 모두의 보훈이란 명칭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일반 국민들은 보훈을 약간은 낯설어하는 경향도 있으나, 보훈을 함께하는게 어렵거나 특별한게 아니다. 재능이 있는 사람은 재능기부로 함께하고, 어린 학생들은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이미 보훈을 함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반 국민 모두 정성이 깃든 기부를 통해 함께할 수 있도록 '모두의 보훈드림'이란 참여 프로그램도 마련해 놓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모두의 보훈드림'을 검색하면 쉽고 간편하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 국민 한사람 한 사람의 정성이 담긴 기부금은 전액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들을 위해 사용하도록 규정이 만들어져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등 여러나라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국민들이 사망하고, 부상입고, 이리저리 떠도는 피난민들을 보면서 74년 전 우리국민들의 참혹했을 모습이 떠오른다. 그 위험한 전장에서 나라를 지킨 국가유공자들의 희생에 다시금 감사한 마음이 든다. 지금은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함에도 앞서 간 전우를 위해 매월 충혼탑에 헌화를 하시는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들! 이제라도 늦은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모두의 보훈 드림'에 참여해 보자. 참여한 당신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 뭉클해 질 수 있다. 한없이 뿌듯한 감정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내가 직접 대한민국을 위해 전장에 나가지는 못했지만, 나 대신 이 나라를 지켜주신 영웅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렸다는 것이 자기 자신에게 얼마나 큰 자긍심이 되는지 몸소 체험해 보자.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외치자. "나도 오늘 보훈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