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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10.17 15:49:07
  • 최종수정2024.10.17 15:49:07

김진균

청주시체육회장

얼마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한글날을 앞두고 전국 초·중·고 교원 5천848명을 대상으로 '학생 문해력 실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91.8%('저하됐다' 53%, '매우 저하됐다' 39%)가 과거보다 학생들의 문해력이 저하됐다고 발표하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해당 학년 수준 대비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이 21% 이상이라고 응답한 교사가 절반에 가까운 48.2%였다. 31% 이상이라는 응답도 19.5%였다. 또 글의 맥락과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21% 이상이라고 답한 교원도 46.6%나 됐다.

아울러 뉴스에서는 우리 아이들의 문해력 저하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다음과 같은 사례를 들어 제시하였다. "두발 자유화를 토론하는데 두발이 두 다리인 줄 알았다네요." "족보를 족발 보쌈 세트로 알고 있습니다." "시발점이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욕하냐고 하더라고요." 단순히 웃고 넘길 일은 아니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글을 읽고 이해하려면 글의 앞뒤 맥락과 연결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그렇다면 왜 요즘 아이들은 과거의 아이들보다 문해력이 저하 된 것일까. 어떤 이들은 독서의 부족을 그 원인으로 진단하고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는 해결책을 내어놓기도 한다. 물론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문해력 저하를 독서 부족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올바른 진단도 해결책도 아니다. 독서 부족이 한 원인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문해력은 글의 앞뒤 맥락과 연결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어휘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문해력은 의사소통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말과 글은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이다. 어찌 보면 책을 읽는 것도 저자와 의사소통을 하는 한 방법일 수 있지만, 의사소통은 상황에 대한 이해이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같은 표현도 다르게 이해되고 그 의미도 달라진다. 따라서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문해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관계성이 매우 부족하다. 가정에서도 부모와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 친구들끼리 모여 있어도 친구들과 대화를 하기보다 자신의 휴대폰을 보고 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선생님들과 진지한 대화를 하는 학생을 찾아보기 힘들다. 잠시라도 시간이 있으면 게임을 하거나 SNS를 한다.

공부도 AI의 도움을 받는다. AI가 자동으로 답을 제시해 주거나 정보를 요약해 주면 그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심지어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개인 태블릿 PC를 나누어 주고 디지털 교과서와 함께 AI교육이 만능인 것처럼 AI를 활용한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아이들 문해력이 저하되었다고 아이들 탓만 할 것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처해있는 교육환경을 돌아보아야 한다. 그래서 문제가 있다면 교육환경부터 바꾸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문해력이 의사소통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우리는 아이들이 사람들과 얼마나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얼마 전 인권위가 학교에서 학생들이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휴대폰을 수거해 보관하는 것이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하였다.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아이들이 휴대폰을 하는 시간에 친구들과 대화하고 선생님과 대화할 시간을 더 가져야 한다. 그리고 가정에서도 아이들과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밥상머리 교육이 바로 대화를 통한 교육이다. 오늘부터라도 아이들이 자신들의 방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해보자. 그것도 어려우면 방문이라도 열어 놓고 대화할 준비라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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