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파 위성을 활용한 한반도 위험 기상 감시

장동언

기상청장

우리는 신체의 질병을 진단하기 위해 의료 장비를 이용한다. 엑스레이(x-ray)는 뼈와 같이 밀도가 높은 조직이나 치아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컴퓨터 단층 촬영(CT)은 뇌, 복부의 내부 구조나 종양, 출혈 등의 파악이 가능하다. 이처럼 장비에 따라 파악할 수 있는 질환이 다른데, 기상위성도 그 특성에 따라 관측할 수 있는 요소가 다르다.

기상위성은 지구가 방출하는 가시광선, 적외선, 마이크로파의 세기를 관측해 위험 기상 감시에 필요한 구름, 기상현상 등을 관측한다. 예를 들어 기상위성이 같은 구름을 관측하더라도 가시광선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구름 모양을, 적외선은 구름 꼭대기의 온도를, 마이크로파는 구름 내부의 온도와 수증기량을 관측할 수 있다.

기상예보를 위해서는 대기의 층별 온도와 습도 정보가 필수적으로 관측돼야 한다. 이 자료들은 라디오존데와 기상위성에서 수집할 수 있는데, 설치 지점의 한계로 해상의 대기 정보를 얻기 어려운 라디오존데와 달리 기상위성은 전체 지역에 대한 자료 수집이 가능하다.

기상청은 미국과 유럽의 저궤도 마이크로파 위성 자료를 활용해 대기의 층별 온도와 습도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마이크로파 위성은 전 지구궤도를 돌면서 한반도 주변을 하루 네 번 관측한다. 이 위성은 구름이 없는 청천(晴天) 영역뿐만 아니라 구름이 있는 영역도 관측해 구름 여부와 관계없이 육·해상 전 지역의 입체적인 대기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면 장마철에 발달한 정체전선은 한반도를 둘러싼 기단 간의 수축과 팽창에 따라 남북으로 이동하면서 비를 내리는데, 어느 지역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릴지 예측하려면 우리나라 주변 기단들의 흐름을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 이때 마이크로파 위성자료를 활용한 대기 연직 구조의 명확한 관측을 통해 구름 내부의 건조 공기의 상승·하강을 분석해 구름의 발달·약화 및 이동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

태풍을 분석할 때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로파 위성으로 태풍의 구조와 그 주변의 바람 정보를 생산해 태풍의 강도와 진행 방향을 예측하는 데 활용한다. 또한, 마이크로파 위성자료를 이용해 호우와 태풍 예보에 필요한 대기안정도와 대기 중의 가강수량 정보를 실시간으로 생산하고 이를 수치모델 입력자료로 활용한다. 이처럼 마이크로파 위성은 수치예보모델의 예측 성능 향상은 물론이고, 한반도에 발생하는 집중호우, 태풍 등의 신속한 예보와 재해 대응에도 기여하고 있다.

기상청은 정지궤도위성인 천리안위성 2A호와 국외 마이크로파 위성을 활용해 한반도 주변의 기상현상을 연속적으로 감시하여 기상예보에 활용하고 있다. 천리안위성 2A호는 구름의 발달과 소멸 전 과정을 연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고, 마이크로파 위성은 구름 내부와 대기의 연직 층별 온도, 습도를 관측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기상청은 더욱 입체적인 기상위성 관측을 통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천리안위성 2A호의 임무를 이어갈 천리안위성 5호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독자적인 마이크로파 소형 위성 개발을 위한 기획 연구도 진행 중이다.

기상청은 고성능 기상관측장비와 슈퍼컴퓨터를 활용하고 수치예보모델과 위성, 레이더, 항공 등의 기술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 앞으로 더 다양한 자료들을 활용하여 예보정확도를 높일 것이며, 위험 기상과 기후 위기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장동언 국가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