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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기다려도 허탕"…일용직 노동자들 '한숨'

청주 한 인력 사무소, 40명 모였다가 25명은 '빈손'
일용직 많이 찾던 건설 현장, 경기 한파에 인력 수요 줄어
"일하고도 돈을 못 받는 체불 문제까지 생겨"

  • 웹출고시간2024.02.06 20:01:53
  • 최종수정2024.02.06 20:01:53

일거리를 얻지 못한 일용직 노동자들이 발길을 돌리지 못한 채 사무실 주변에 앉아 있다.

ⓒ 임성민기자
[충북일보] 6일 오전 5시께 청주 한 인력사무소.

동이 트지 않아 칠흑같이 어두운 새벽임에도 두터운 외투에 모자를 눌러쓴 일용직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날 최저 기온은 영하 2도. 이들은 자판기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태우며 자신의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렸다.

20여 분이 지났을까. 하나둘 모인 인력사무소에 일감을 받으려는 대기자는 40여 명에 달했다.

그러나 일감을 잡은 이들은 그 절반에도 못 미쳤다.

건설 업계 현장이 어려워지면서 일거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을 찾은 노동자들의 사정은 저마다 제각각이었다.

6일 오전 5시 30분께 인력사무소에서 만난 일용직 노동자들의 작업화에는 이들이 그간 현장에서 열심히 일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 임성민기자
돈을 벌기위해 한국에 온 20대 외국인부터 설을 하루 앞두고 손주들 세뱃돈을 마련하기 위해 사무소를 찾은 80대 어르신까지 다양했다.

이날 일감을 잡은 노동자들은 환하게 웃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의 얼굴에는 허탈한 표정이 역력했다.

일감을 받지 못한 대부분 노동자들은 사무소장의 "오늘은 일거리가 없으니 내일 오라"는 말에 씁쓸히 발길을 돌려야 했다.

몇몇 노동자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발길을 돌리지 못한 채 사무실 주변을 서성였다.

근로자들에 따르면 요즘 들어 일거리 배정을 받지 못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호소했다.

6년째 인력사무소를 찾는 김모(73)씨는 이날 허탕을 쳤다.

김씨는 "과거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일을 했지만, 지난해부터 일거리가 확 줄어들었다"며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이곳을 찾았는데 일주일 동안 일감을 하나도 얻지 못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김씨를 포함한 일감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은 서로 저마다의 속사정을 얘기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꼭두새벽부터 이들이 나와 해 질 녘까지 일해 받는 돈은 15만 원 남짓.

하루 일당으론 나름 괜찮은 급여지만 인력사무소에서 수수료를 떼가고 식비와 교통비를 내면 이들이 손에 쥐는 돈은 12만 원 정도다.

이마저도 일감이 있는 '운수 좋은 날'에나 가능한 이야기다.

건설경기가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어쩌다 하나의 일거리가 생기면 다수의 노동자가 돌아가며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6일 오전 6시께 일거리를 배정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인력사무소를 벗어나고 있다.

ⓒ 임성민기자
또 다른 일용직 서모(72)씨는 "젊은 인력을 선호하는 건설 현장 특성상 65세가 넘어가면 잘써주지 않는다"며 "특히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다 보니 몸이 좋을 수 없는데 조금이라도 아프면 현장에서 내치는 경우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외국인 노동자까지 유입되면서 일감을 빼앗겨 고령 노동자들은 점점 설 자리도 잃어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를 바라보는 인력소장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청주에서 14년째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는 김 소장(67)은 "새벽 동트기 전부터 이곳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모두 일거리를 주고 싶지만, 일거리는 한정돼 있다 보니 매번 미안할 따름"이라며 "몇몇 노동자들은 사무소에 남아 일 좀 보내달라고 사정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 업계 경기 악화로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도 돈을 받지 못하는 임금 체불 문제까지 생겨나고 있다"며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이렇게까지 힘든 적은 없었다. 올해 일용직 노동자들은 보릿고개보다 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업계상황을 전했다.

/ 임성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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