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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9.14 17:03:41
  • 최종수정2023.09.14 17:03:41

장선배

전 충북도의장

기어코 내치겠단다. 육군사관학교 교내의 독립전쟁 영웅 홍범도 장군 흉상 말이다.

국방부는 반대 여론에도 홍범도 장군 흉상을 외부로 철거하고 김좌진 장군, 지청천 장군, 이범석 장군, 이회영 선생의 흉상은 육사 내 다른 곳으로 재배치하겠다고 한다. 국방부 청사에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도 철거한단다. 총리는 한술 더 떠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의 명칭도 바꾸겠다고 한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국군의 뿌리는 항일의병과 신흥무관학교, 독립군, 광복군으로 우리 독립투쟁의 역사와 정통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이유로 공산주의 활동 경력을 꼽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역사적 사실과 평가를 왜곡한 것에 불과하다. 홍범도 장군이 1927년 소련공산당에 가입했으나 독립운동의 일환이고 자신과 함께 싸웠던 독립군들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당시 소련은 미국과 함께 일본과 맞서 싸운 연합국의 일원이었다.

홍범도 장군은 해방 이전인 1943년에 순국했으며 김일성 정권 수립이나 한국전쟁과는 무관하다. 아내와 두 아들 모두 독립전쟁에서 희생됐고 70의 노구에도 자원해 일제와 싸우려던 장군이었다. 이역만리 카자흐스탄까지 쫓겨가서도 조국독립을 염원하다 순국한 독립군 대장이다.

그렇기에 한국 정부도 홍범도 장군의 독립운동을 기려왔다. 박정희 대통령은 건국훈장 2등급인 대통령장을 추서했고 북방정책을 추진한 노태우 대통령은 장군의 유해 송환을 최초로 시도했다.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는 반공에 묻혔던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김일성 중심으로 독립운동사를 왜곡하는 것에 대해 남한이 좌우의 독립운동을 모두 인정함으로써 정통성을 확고히 하기 위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잠수함을 '홍범도함'으로 명명해 진수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을 계기로 1등급인 대한민국장에 추서했다.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역대 정부에서 모두 홍범도 장군의 독립운동을 선양해 온 것이다.

그럼에도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하려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을 겨냥해 '반국가세력', '국가 정체성 부정 세력' 발언 이후 정부·여당이 확대하고 있는 이념전쟁 때문일 것이다. 뜬금없이 냉전 시대의 유물인 이념을 들고나와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겠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지금 세계 각국은 자국의 이익이라면 네 편, 내 편 가르지 않는다. 국익을 위해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경쟁할 것은 경쟁한다. 막대한 재원과 다양한 정책으로 신기술 개발과 미래산업 육성 경쟁을 하고 있다.

국내적으로 경제 상황도 심각하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를 약간 웃돌고 내년에도 1%대의 낮은 성장이 예상된다. 서민들의 생활물가는 치솟고 실질소득은 OECD 국가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민경제를 떠받치는 수출도 크게 줄고 있다. 실용으로 위기를 돌파해도 어려운데 썩어빠진 이념과 '반공 이데올로기 역사전쟁'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는 항일 무장 독립투쟁의 숭고한 역사를 지우고 국군의 뿌리와 정통성을 부정하려는 반역사적 행위다. 역사를 제 입맛대로 재단하는 정권은 준엄한 역사의 심판을 받는다는 것이 곧 역사의 정의다.

광복회를 비롯한 독립운동 기념사업 단체들이 흉상 철거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야당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우려는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며 결기를 세우고 있다. 독립전쟁 영웅 흉상 철거 백지화를 위한 '한민족 100만인 서명운동'도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독립된 조국에 돌아와서도 편히 잠들지 못하는 홍범도 장군.

그의 독립운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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