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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배

전 충북도의회 의장

감동이나 여운이 오래도록 가시지 않는 영화가 많다. 1990년대 나온 '브레이브 하트'는 내게 그런 영화다. 자유가 그냥 주어지는 것처럼 여겼던 막연한 기대감을 여지없이 깨뜨려준 영화, 엄청난 투쟁과 희생의 대가가 자유라는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준 영화다.

13세기 잉글랜드 왕의 폭정에 시달리던 스코틀랜드. 윌리엄(멜 깁슨)은 스코틀랜드인들을 규합해 잉글랜드와의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둔다. 그러자 잉글랜드 왕은 스코틀랜드 귀족을 회유하고 계략을 써서 윌리엄을 붙잡는다.

윌리엄이 런던으로 끌려가 처형당하는 장면은 잊히지 않는다. 잉글랜드에 자비를 구걸하면 갖은 고통을 겪지 않고 빨리 죽여주겠다고 회유하는 재판관, 그를 동정해 자비를 구하라고 외치는 군중. 그러나 윌리엄은 자비(Mercy) 대신에 자유(Freedom)를 외치면서 죽는다. 마지막 순간 있는 힘을 다한 그의 외침 '프리덤'에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유를 누리고 있는 사람은 그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자유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 절실함이 더없이 크다.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 요구에서 윌리엄이 외쳤던 '프리덤'이 겹쳐지곤 한다.

장애인들의 이동권 요구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수십 년 전부터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특히 지난해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며 휠체어 승하차 시위를 벌여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 그동안 정부와 자치단체는 부족하지만 시급한 것부터 이동권을 확대해 왔는데 현 정부 들어서 기조가 급변했다. 이동권 확대 논의 보다 시위의 문제점에 초점을 맞춰 강경하게 대응했다. 급기야 집권당인 '국민의 힘' 당시 이준석 대표는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반문명적 시위'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가능한 해결방안을 찾기보다는 장애인의 이동권과 시민의 불편함을 대립시켜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켰다.

올해도 이동권 보장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전장연은 서울과 광주, 대전, 부산 등 전국을 돌며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충북장차연이 시위를 벌였고 청주시장 등 자치단체장에게 이동권 증진을 위한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들에게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은 큰 장벽이며 부자유다. 장애인이 장벽에 가로막혀 집안에 갇혀 있다면, 개인의 삶의 질이 엄청나게 낮아질 것이다.

그래서 장애인 이동권은 기본권 중에서도 기본권에 속한다. 우리의 헌법과 법률에서도 이동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자유를 국정의 핵심 철학처럼 강조하고 있다. 다만 그 자유가 누구의 자유인지, 무엇을 위한 자유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간의 발언으로 짐작할 때 개인의 사적 소유권을 보장하는 자유, 자본주의 시장에서 경제활동과 이윤추구를 보장하는 자유를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고전적인 근대국가의 정치적인 자유에 가깝다.

그러나 현대 국가의 역할은 고전적 형태인 야경국가 개념을 넘어 복지국가를 지향한다. 자유도 정치적인 자유에서 경제·사회적인 자유로 크게 확대되고 있다. 장애인의 이동권 요구 시위에 대응하는 것을 보면서 윤석열 정권이 강조하는 자유가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강자들을 위한 자유, 기득권층을 위한 '그들만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선진국일수록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자유가 폭넓게 보장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반짝했던 사회적 관심이 시들해 지고 있다. 장애인들을 향한 관심은 일 년 내내 계속되어도 과하지 않다. 국가와 자치단체들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민들도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이해와 함께 인프라 투자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국가와 자치단체가 내년도 사업계획을 구상할 시점이다. 사업계획이 확정되면 그것을 바탕으로 예산을 편성하게 된다.

내년도 장애인 이동권 사업과 예산이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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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기업 돋보기 5.장부식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

[충북일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 국내 시장에 '콜라겐'이라는 이름 조차 생소하던 시절 장부식(60)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는 콜라겐에 푹 빠져버렸다. 장 대표가 처음 콜라겐을 접하게 된 건 첫 직장이었던 경기화학의 신사업 파견을 통해서였다. 국내에 생소한 사업분야였던 만큼 일본의 선진기업에 방문하게 된 장 대표는 콜라겐 제조과정을 보고 '푹 빠져버렸다'고 이야기한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에게 해당 분야의 첨단 기술이자 생명공학이 접목된 콜라겐 기술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분야였다. 회사에 기술 혁신을 위한 보고서를 일주일에 5건 이상 작성할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던 장 대표는 "당시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일본 기업으로 선진 견학을 갔다. 정작 기술 유출을 우려해 공장 견학만 하루에 한 번 시켜주고 일본어로만 이야기하니 잘 알아듣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견학 때 눈으로 감각적인 치수로 재고 기억해 화장실에 앉아서 그 기억을 다시 복기했다"며 "나갈 때 짐 검사로 뺏길까봐 원문을 모두 쪼개서 가져왔다"고 회상했다. 어렵게 가져온 만큼 성과는 성공적이었다. 견학 다녀온 지 2~3개월만에 기존 한 달 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