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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7.20 16:56:11
  • 최종수정2023.07.20 16:56:11

장선배

전 충북도의회 의장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넘었다. 집권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정권과 정책에 대한 호불호와는 별개로 우려스러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가의 운영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먼저,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변경에 대한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의사결정이다. 야당이 당초 노선안(양서면 종점안)을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는 곳'(강상면 종점안)으로 바꾸려 한다는 특혜의혹을 제기하자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야당의 사과를 요구하며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대규모 국책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로 사업성을 우선 평가한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비용편익분석(B/C)이 중요하다. 편익이 비용보다 커야 (B/C값 1.0 기준) 경제성이 있다고 본다. 여기에 정책적 요소까지 고려한 종합평가(AHP) 점수를 반영한다. 예타 이후에도 사업비가 크게 늘거나 계획이 많이 바뀌면 다시 타당성 재조사를 하게 된다.

예타를 통과한 양서면 종점안 대신에 사업비가 많이 증가하고 사업계획도 대폭 바뀌는 강상면 종점안으로 그냥 바꾸겠다니 논란이다.

더 큰 문제는 국가의 정책 결정 시스템을 무시한 원희룡 장관의 독단적인 백지화 선언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7년여 간의 행정절차를 거쳐 추진돼 온 지역 현안사업이자 국책사업이다. 1조7천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 장관의 말 한마디에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최종 정책 결정과 친인척 관리를 해야 할 대통령은 아무런 말이 없다.

이 일이 앞으로 어떻게 처리될지 모르겠지만 기존의 정책집행 시스템을 도외시한 비상식적인 것에는 분명하다.

지난달 단행된 윤석열 정부의 첫 개각도 내용을 뜯어보면 걱정스럽다.

개각에서 장관급 2명과 차관 12명이 교체됐다. 그런데 차관 12명 중 대통령실 비서관이 5명이나 포함됐다. 이전에 차관으로 내려온 2명까지 합치면 비서관 출신이 절반을 넘는다.

여러 가지 국정 난맥상을 풀기 위해 장관 교체 필요성이 대두된 시점이지만, 장관을 제쳐놓고 차관을 바꿨다. 인사청문회 등의 부담이 있는 장관 교체 대신에 '윤심'을 잘 아는 '실세 차관'으로 친정체제를 강화했다는 분석이다. 비서관을 임명한 부처도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가 걸려 있는 국토부,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부처인 환경부, 해수부, 과기부인 것도 공교롭다.

비서관을 정무직인 차관에 임명하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부처의 시스템을 고려한다면 긍정적이지 않다. 공무원들은 장관보다 실세 차관에 쏠리게 되고, 실세 차관이 정책과 조직을 좌우하게 될 공산이 크다. 대부분 비전문가 비서관이 낙하산 차관으로 내려오면서 대통령이 내세웠던 책임장관제도 유명무실해졌다. 행정관료들은 권력자의 눈 밖에 나지 않도록 '복지부동'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집중호우로 충북을 비롯해 전국에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냈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컨트롤타워와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가동되지 않았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됐다면 피해를 크게 줄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먼저 책임을 통감해야 할 '윗선'은 자신들은 빼고 말단 일선 담당자들의 책임을 추궁하겠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잘잘못은 따져야겠지만, 자칫 희생양으로 삼는 모양새가 되지 않을까 모르겠다.

권력자의 말 한마디면 다 되는 군사독재 시절이 있었다. 법과 제도나 규정을 무시한 국정운영이 횡횡했던 때다. 선진사회는 법과 제도가 갖춰지고 합리적인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사회다. 우리는 그런 사회를 이루기 위해 지난 몇십 년 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금 그렇게 쌓아 올린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하루빨리 정상적인 시스템 운영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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