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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5.18 17:16:13
  • 최종수정2023.05.18 17:16:13

장선배

전 충북도의회 의장

초강대국 미국과 후발주자 중국 간의 패권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 우선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그 사이에 낀 한국은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다.

중국의 경제·군사력 성장과 국제정치 영향력이 커지자 미국이 본격적인 패권경쟁에 나섰다. 미국의 대중국 패권경쟁은 두 갈래다. 하나는 통상부문 전반에 걸친 무역전쟁이며 또 다른 하나는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군사력 확장 억제다.

통상분야 압박은 중국의 국제기준 충족 요구와 함께 미국의 자체적인 공급망 확충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자 미국은 반도체와 원자재, 중간재 자체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의 국제적 분업 대신 미국 내에 공장을 유치해 생산량을 키우고 있다. 반대로 첨단무기와 전략산업에 필수품인 첨단 반도체의 중국 내 생산과 수출은 차단하고 있다.

미국이 공급능력 확충으로 전환하면서 국제 통상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자유무역주의가 급속도로 보호무역주의로 바뀌고 있으며 상호주의 원칙은 일방적인 미국 우선주의로 치환되고 있다. 무역장벽을 줄이기 위한 WTO(세계무역기구)나 협정국간 무역 특혜를 부여하는 FTA(자유무역협정) 체계는 이미 수명을 다한 듯하다.

패권경쟁의 또 다른 갈래인 중국 군사력 확장 억제는 신냉전을 부르고 있다. 미국은 중국 견제에 한국과 일본을 앞세우면서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한·미·일 동맹 강화에 대응해 북·중·러가 결속하고 있다. 한국은 신냉전의 틀 속에서 안타깝게도 교역량 1위인 중국과 원자재 수입국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큰 교역 손실을 볼지 모르는 상황이다.

패권경쟁은 각 분야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곧 동맹국의 희생으로 변환되고 있다.

시행을 앞둔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에 390억 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법은 자국과 동맹국 기업들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그런데 지원금 받는 기업은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증설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초과이익 환수와 군사용 반도체 우선 공급 등의 일방적 조항들이 포함돼 있어 기술 노출과 미국의 경영개입 우려도 크다.

이런 일방적인 조항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은 진퇴양난이다. 삼성전자는 총생산량의 40%, SK하이닉스는 48%를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중국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최신 반도체 장비가 증설되지 않으면 중국에 330억 달러(약 44조 원)의 막대한 투자를 한 삼성전자는 물론 다른 기업들도 생산을 포기해야 한다. 첨단 반도체 시설 투자와 증설이 이뤄지지 않으면,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

청정에너지 투자 등을 위해 지난해 제정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마찬가지다. 우려했던 대로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현대, 기아 전기차는 모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는 지원에서 제외됐고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차만 포함됐다. 이런 반도체와 전기차 문제가 우리의 핵심 현안이었으나 지난달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다.

우리 기업들은 지난 2년 동안 미국에 1천억 달러(우리 1년 GDP의 6%)가 넘는 막대한 투자를 했으나 미국은 더 많은 것을 원한다. 우리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하면 지역경제나 일자리 창출, 소득 등 우리 국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되는데도 말이다.

외교의 핵심은 국익이다. 미국은 국익을 위해 동맹국에 대한 도·감청 의혹에다 일방적인 자국 우선주의 등 모든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있다. 아무리 동맹이지만 우리도 요구할 것은 요구해서 국익을 확보해야 한다. 미·중 패권경쟁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고, 미국의 이익을 위한 동맹국의 부담도 계속될 것이다. 국익 앞에서 가치동맹이 공허하게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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