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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망' 얻던 기자에서 '망신' 당한 공직자 된 김의겸

  • 웹출고시간2019.04.10 17:39:32
  • 최종수정2019.04.10 17:39:32
[충북일보] 혈기왕성한 30대 기자였던 20여년전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당시 그는 진보언론이라 불리던 한겨레신문,기자는 대표적 보수언론 중 하나인 J일보 소속이었다.

기자실 한 구석에서 묵묵히 날카로운 기사를 쓰던 그는 기자를 포함한 선배들에게 신망을 얻던 후배였다고 기억된다.

신문사의 성향은 달랐지만,그가 그 후 쓴 여러 글 중에도 개인적으로 공감가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다음은 2011년 3월 15일 그가 쓴 '왜 아직도 박정희인가?'라는 제목의 칼럼 내용 중 일부다.

"…난 전셋값 대느라 헉헉거리는데 누구는 아파트값이 몇배로 뛰며 돈방석에 앉고, 난 애들 학원 하나 보내기도 벅찬데 누구는 자식들을 외국어고나 미국 대학으로 보내고, 똑같이 일하는데도 내 봉급은 누구의 반밖에 되지 않는 비정규직의 삶 등등. 가진 자와 힘있는 자들이 멋대로 휘젓고 다니는 초원에서 초식동물로 살아가야 하는 비애는 '도대체 나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낳게 한다.…"

기자는 아직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청와대이지만, 작년 2월 그가 그 곳의 대변인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잘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기까지는 1년 1개월여 밖에 걸리지 않았다.

3월 28일자 관보에 실린 그의 올해 재산공개 내용을 봤다면 "이 사람이 과연 사회정의를 부르짖던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인가"란 의문을 품은 사람은 기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우선 그의 재산이 예상보다 많은 데 놀랐다.

독립 생계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고지 거부를 했다는 모친 소유분을 제외하고도 갓 고위공직자가 된 지난해 공개 당시 재산 총액이 12억여 원, 부부 예금만 4억3천여만 원이나 됐다.

게다가 건물값만 5억3천여만 원이니, 지방에서는 '잘 나간다'는 세종시에서도 웬만한 아파트 2채를 살 수 있는 큰 돈이다.

그런데도 그는 무주택자였다. 종로구 옥인동의 104㎡(32평)짜리 다세대주택을 4억8천만 원에 전세로 살고 있다고 했다. 7년전 그가 '처절한 심정으로 쓴 것처럼 보이는' 칼럼 내용과는 느낌이 크게 달랐다.

1년 뒤인 올해 그의 재산은 아내의 퇴직금 2억여 원이 더해지면서 14억여 원이 됐다.

그런데 다세대주택 전세 기간이 끝났는데도 새로 들어간 주택은 없어 의문을 자아냈다. 대신 동작구 흑석동의 25억7천만 원짜리 상가주택이 새 재산 목록으로 올랐다.

그렇다면 대통령을 모시는 고위공직자인 그가 지은 지 39년이나 된 낡은 건물에 입주했단 말인가.

아니었다. 직장에서 2㎞도 되지 않는 곳에 있는 전셋집을 뺀 그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관사로 들어간 것이었다. 상가 투자에 이른바 '몰빵'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고액 부동산 투자에 대해 특히 기자와 같은 지방 사람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은행 문턱이 높아지면서 대다수 서민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2억~3억 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전 재산보다도 더 많은 14억 원의 빚을 내어 부동산 투자를 했다.

한 달 이자만 300만 원이 넘는 큰 돈이다. 7년 전 칼럼을 통해 세상을 한탄하던 그는 어느새 '재테크 달인'이 돼 있었다.

언론인으로 '신망'을 얻었던 김의겸은 결국 고위 공직자로서는 '망신'을 당한 뒤 사퇴했다.

그것도 동료나 선후배였던 기자들이 휘두른 '펜의 힘' 때문이었다.

인터넷과 SNS가 발달하면서 가짜 뉴스가 넘쳐나는 가운데 지난 7일은 '신문의 날'이었다.

권력 주변을 기웃거리지 않고, 팩트(Fact)를 찾아 진실을 전하는 '참 기자들'로 인해 세상은 점점 맑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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