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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1.07 18:09:37
  • 최종수정2016.01.07 18:09:36
[충북일보]옛 속담에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다'는 말이 있다.

믿을 수 없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맡겼다가는 도리어 그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속담을 곱씹어 보면 이미 사람들이 고양이의 식성을 비롯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고양이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고, 생선을 고양이에게 맡기면 안 된다는 사실까지도 알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결국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 많은 것을 잃게 된다는 격언이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이런 황당한 일들이 종종 생겨나고 있다. 특히 '눈먼 돈' 가져가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보조금 횡령'은 일상화 된 듯싶다.

최근 충북지역에는 노인복지 정부보조금 횡령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지역의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충북 증평군과 보은군에서 벌어진 이 일로 정부보조금 관리감독이 또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보은지역 65세 이상 노인 2천여 명에게 한 달간 지급할 수 있는 액수를 횡령한 보은노인회 취업지원센터 간부 A씨에 대한 수사에 경찰은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의 수사는 이제 막바지에 다음 중에는 자세한 내막을 발표하겠다는 뜻을 비치고 있다.

A씨는 지난해 보은군으로부터 지원받은 10억원의 노인일자리 창출사업 자금관리를 맡아 보면서 이 중 절반 정도인 4억5천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A씨는 경찰 수사 중에 횡령한 금액 중 2억원을 변제했다. 문제는 보조금 10억원을 집행하면서 절반 가량의 액수가 사라졌는데도 이를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관리감독이 허술하게 이루어졌다는 얘기다.

보은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A씨는 도박을 상당히 즐겼던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도박 때문에 공직도 사퇴해야 했고, 이 때문에 교도소까지 다녀온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횡령한 거액의 보조금 일부를 도박으로 탕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실은 지역주민들도 알고, 노인회에서도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사실이다. 헌데 이런 '고양이' 같은 사람에게 '생선(보조금)'을 맡긴 것이다.

조금만 세심하게 관리만 했어도 2천명이 넘는 노인들이 고통 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지난 연말 충북경찰은 충북도와 도내 시·군에서 추진하는 '9988행복나누미' 사업과 관련한 보조금 횡령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와 해당 시·군에서 보조금 지원으로 운영되는 행복나누미 사업은 농촌 경로당에 웰빙댄스, 한방치료 등 여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복지서비스다.

도와 각 지자체에서는 올해 51억원을 들여 도내 3천여 개 경로당에서 행복나누미 사업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을 수탁 운영하는 증평의 한 노인회에서는 2013년부터 최근까지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운영한 것처럼 속여 매월 많게는 80만원까지 강사료 등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강사들에게 허위 수업일지를 작성하도록 요구한 뒤 수업료를 되돌려 받아 노인회 운영비 등으로 사용한 의혹도 받고 있다. 노인회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횡령사실들이 경찰로부터 밝혀지고 있다는 사실이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보조금이나 지자체 보조금은 반드시 정산을 하게끔 법으로 규정돼 있다. 또 관리감독의 책임도 충북도와 지자체에게 있다. 돈을 주고 관리감독을 하지 않는다면 '눈먼 돈'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연말이면 각 지자체마다 다양한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고 떠든다. 노인복지분야는 단골 메뉴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보은군을 비롯한 몇몇 지자체는 이 분야 홍보에 열중이다. 이제 정책 홍보보다는 국민의 혈세를 노리는 고양이들로부터 지켜내는 세심함을 표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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