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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영

공학박사, 아름다운학교운동충북본부 상임대표

세월호 참사 속에서 맞는 가정의 달 5월은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그동안 건국화 ․ 산업화 ․ 민주화를 거치면서 안보 ․ 경제 ․ 민주, 그리고 최근 통합 복지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안전의 가치에 대해서는 소홀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 우리 역사의 산물이다.

특히 오늘날에는 안보의 개념이 확장돼 안전이라는 개념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이를 깊이 인식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더욱이 생명을 위협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음을 본다. 그러나 이제는 분명 달라져야 하며,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사건 사고만 터지면 일회성으로 안전대책을 쏟아 내놓았다. 그러나 이것은 면피용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똑같은 일이 재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안전은 삶이요, 생활이며 문화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안전문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한다.

안전문화를 구현하려면 법제와 안전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을 대응시스템은 동력 없는 철선에 불과하다. 안전문화는 일시적인 행동이 아니라 계몽과 홍보, 안전교육, 점검차단, 사후조치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연습은 실전같이 실전은 연습처럼 삶에 녹아들어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분야별로 해양안전, 항공, 철도, 홍수 등과 같은 자연재해, 부정부패, 국정 전반에 걸친 취약요소를 도출해 안전과제를 선정하고 창조적 안전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단기적인 성과와 효율성에만 치우친 우를 범해 온 것이 사실이다. 안전문화는 장기적인 과정이 되어야 한다. 안전의 핵심가치가 국민의 삶에 스며들어 생활화될 때 비로소 안전문화는 성과를 거둘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국민 모두가 슬픔에 빠져있다. 온 국민은 대한민국이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것처럼 분개하고 있다.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선장과 선원들은 수격의 행태를 보였다. 사고 수습과정에서 정부의 대응은 미흡했다. 선내에서 대기하라는 방송에 따른 어린 학생들은 꽃다운 목숨을 잃었다.

이달은 신록이 우거지고 만물의 활력이 넘치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입양의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각종 기념일이 집중돼 있다. 이들 기념일을 통해 가정의 존재 의미와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달이다. 이 소중한 가치와 행복을 앗아간 이들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시대를 아울러 통용되는 위로의 경구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한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사건도 그렇게 지나간다면 차디찬 바닷물에 스러져간 영혼에게 영원한 죄를 짓는 일이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지켜보며 세월호 참사가 일깨운 우리 사회의 적폐를 해소하자는 '국가 대개조'론은 단호하면서도 구구절절이 마음에 젖어든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도 끝까지 제자들을 구하려다 배와 함께 가라앉은 의로운 교사들이 있었다. 절체절명의 사고 순간, 그들이 없었다면 승객을 버리고 달아난 선장과 선원들이 안겨준 국가적 자괴감을 어떻게 떨쳐냈을까. 또한, 어린 동생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탈출시키고,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주고 또 다른 친구를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거나 세월호의 침몰 사실을 가장 먼저 119에 신고하고도 정작 본인들은 돌아오지 못한 의연한 어린 학생들, 마지막까지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 생을 마감한 세월호의 사무장과 몇몇 승무원들, 또 위험을 무릅쓴 민간 잠수사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본다. 이런 분들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 아니겠는가. 대통령은 일일이 이들을 호명하며 이제껏 보이지 않던 눈물을 흘렸다. 이를 지켜보며 속울음을 억제치 못하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아무리 큰 슬픔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묻히고 잊기 마련이다. 행여나 세월호 승선자의 억울한 희생이 점점 우리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진 않을까 우려가 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우리 모든 국민이 뼈를 깎는 고통의 각오로 거듭 태어나야만 하리라 본다.

5월 어버이날에 꽃을 달아주던 밝고 맑은 우리 아이들은 어디로 갔는가. 스승의 날 카네이션 한 송이 드릴 선생님은 왜 계시질 않는가. 유난히 가슴 먹먹한 가정의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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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