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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영

공학박사·충청대학교 건축과 겸임교수

사람은 세상을 떠날 때 유언을 남긴다. 이때 "내가 돈을 억만금이 있었더라면", "내가 장관이 되었더라면", "내가 성공했더라면"하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은 "여보, 미안해. 내가 더 잘해 줬어야 하는데", "애들 어디 있어· 애들이 보고 싶네."라고 말한다. 결국은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를 찾는다.

우리가 사는 이유는 사람 때문이다. 돈도 아니고 권력도 아니고 출세도 아니다. 사람보다 돈이 우선되는 사회는 살아있는 사회가 아니다. 따라서 살아가는 의미를 찾으려면 사람에게서 찾아야 되지 않을까. 그렇게 하면 인생을 살아가면서 후회하거나 허무함도 반감되리라 믿는다. 우리는 누구나 영원히 살지 못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마치 천년만년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간다. 자식들과 함께하고 놀아주면 좋아한다. 총 놀이를 좋아하는 아들과 뒹굴면서 놀아주면 아들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리란 것을 잘 알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딸에게 이솝이야기를 들려주고, 책을 읽어 주면 얼마나 신이 나서 좋아할까.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주말에 "오늘은 아이들과 외식하는 날"이라고 외치면 아내 입이 함지박처럼 벌어지며 좋아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요즈음은 입맛이 없다는 어머니 말씀에 "지금 어머니가 좋아하는 염소 탕 드시러 가요"라는 말 한마디에 파안대소하며 좋아할 어머니가 아닌가. 그러나 입 밖으로 말하지 못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나중에 하면 되잖아"라고 일축하며 뒷전에 밀쳐둔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들을 미뤄둔 사이, 아들은 총 놀이를 하기엔 너무 커 버리고, 딸아이는 책을 읽어 주기엔 멋쩍은 혼기의 나이가 되었다. 아내는 무언가를 기대하기에는 지쳐버렸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고 어머니는 연로하다. 그러니 무슨 일이든 지금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당장 사랑하자. 우리는 정말 바쁜 사회에 살고 있다. 그래서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외식을 못할 수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선물 준비도 못할 수 있다. 괜찮다. 마음이 담긴 말 한마디만으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여보알지· 당신이 내겐 최고야, 당신밖에 없어", "어머니, 늘 고마워요", "아빠는 내 딸이 제일 예뻐, 사랑해", " 아빠는 아들이 있어 든든해,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라며 따뜻한 정을 나눈다면 기꺼이 사랑으로 받아줄 것이다.

아무리 물질이 팽배해 있는 현대사회라 하더라도 사람에겐 가정, 사람이 소중하다. 마음을 따뜻한 말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가족은 행복해질 수 있다.

미래에 행복해지자고 현재의 행복을 대부분 희생시킨다면 미래의 행복은커녕 공허함만 남게 될 것이다. 자신이 현재를 희생하는 것은 미래의 행복을 위함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가족과 자신을 희생시키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 삶인지 깨달은 지금 세월은 저만큼 가 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준비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이 올바른 삶이 아닐까.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대부분 희생시켰는데 실제로 미래에는 행복해지지 못한 안타까운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실상이다. 현재를 희생한 뒤에 기대되었던 행복이 막상 미래에 얻어지지 않는 것은 비단 가정생활 뿐만은 아니다. 직장생활, 사회생활, 어디에서나 발견된다. '가는 세월 누가 막을 수 있나요'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세월은 이 순간에도 흘러가고 있다. 사랑하는 부부도 이 세상에서만 함께 살 수 있지 저 천국에서는 같이 살 수 없다지 않는가.

모처럼의 추석연휴를 가족과 함께하며 지난 세월을 반추해 보니 속울음이 복받친다. 지금 부터라도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놓지 말아야 되겠다. 100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하지만 누구라도 10년 후, 20년 후까지 살아남아있다고 대답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함께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오늘따라 추사 김정희가 쓴 이 세상 최고의 모임은 부부와 아들딸 손자가 함께하는 것이라는 고회부처아녀손(高會夫妻兒女孫) 글귀가 사뭇 머리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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