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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금관 가지는 사슴뿔아닌 계림의 나무"

박선희박사, 충북대박물관 특강
금관 북방 이주민 제작설에 가장 강력한 반격
사슴뿔에 새가 앉아 있는 모습은 논리적 모순
김알지태어난 계림상징, 새순 열매 같은 비유

  • 웹출고시간2013.03.18 19:25:3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경주 서봉총에서 발견된 신라금관으로 가지 위에 새(원)가 앉아 있다. 이는 가지가 사슴뿔이 아닌 계림의 나뭇가지를 상형한 것이라고 박선희 박사는 밝혔다.

"신라금관은 시베리아 북방 이주민이 가져온 것도 아니고, 또 그들의 영향을 받지도 않았다. 신라금관은 신라인이 만들었을 뿐이다."

상명대학 박선희 박사가 지난주 충북대박물관 제 19기 과정에서, ‘한국 금관문화의 창조력과 아름다움’제목의 특강 시간을 가졌다.

박 씨는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 심심찮게 제기됐던 ‘신라금관= 북방민족 영향설’에 대해 가장 강력한 반격을 가했다.

신라금관은 △마립간 시기의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묘)에서만 출토됐고 △관장식에 사슴뿔 모양이 가지가 들어가 있다.

이 때문에 금속을 잘 다뤘던 시베리아 스키타이나 알타이 종족이 동해안을 타고 내려와 금관을 만들었거나, 그들의 문화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견해가 존재해 왔다.

이를 지지하는 학자들은 시베리아 지역에는 한반도와 달리 사슴이 많기 때문에 금관에 자연스레 사슴뿔 모양의 조형장식이 들어갔다고 봐왔다.

그러나 이 주장은 ‘신라 마립간 정권= 시베리아 북방민족 이주민’을 인정하는 것으로, 당사자들도 이를 확대하는데 매우 조심스러워 했다.

박씨는 이날 특강에서 다양한 논리를 내세우며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그는 "신라금관은 고조선 것을 계승한 순수 한민족 문화의 산물"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 근거로 고조선(홍산문화 지칭)에 등장하는 ‘속관’이 고구려와 백제는 물론 신라에서도 나타나는 점을 들었다.

속관은 상투와 같이 머리를 틀어올리는 문화권에서 주로 나타나는 금관제조 양식으로, 중국과 일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는 밝혔다.

이런 신라금관은 앞서 서술한대로 특정 시기에만 나타나고 사슴뿔이 보이는 등 고구려와 백제 것에 비해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점이 ‘신라금관= 북방민족 영향설’을 주장하는 주요 근거가 됐다.

박 박사는 이에 대해 △마립간 왕권 강화설 △가지는 사슴뿔을 형상화한 것이 아니다 등의 논리를 내세워 북방민족 영향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신라는 내물왕부터 김씨 단일성으로 왕권이 계승되지만 눌지마립간에 이르러 왕권이 한층 강화하게 된다"며 "왕권이 강화된 만큼 복식제도의 일종인 금관도 보다 커지고 화려해질 필요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또 "마립간들은 계림(鷄林)에서 태어난 김알지의 후손"이라며 "따라서 왕관에 등장하는 가지는 사슴뿔이 아닌 계림을 상징하는 나뭇가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만약 가지를 사슴뿔로 보면 그것에 달린 새순(혹은 새싹)과 열매(곡옥)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며 "계림을 신성시하고 생명스럽게 여기다 보니까 나무, 새싹, 열매를 장식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다른 증거로 서봉총에 등장하는 새(鳥)를 언급, "나뭇가지에 새가 앉아 있어야지 사슴뿔에 새가 앉아 있는 경우는 상상할 수 없다"며 "이 모든 것은 마립간의 왕권강화에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 조혁연 대기자

홍산문화

중국 만리장성 북동부에 위치했던 신석기 말기 문화를 말한다. 여신상, 다양한 동물상 등이 출토돼 고조선 단군신화와 연결시키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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