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범죄혐의와 항변

최종웅의 세상타령

2020.05.26 15:56:35

최종웅

소설가

최백수는 중대한 결심을 한다. 코로나를 긴급체포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를 체포하기 위해서는 직책이 필요하다. 놀고먹는 백수로는 말발이 서지 않을 것이다.

역사상 인류를 이렇게까지 괴롭힌 것은 없다. 그 정도로 잔학한 코로나를 체포하자면 그만큼 직책도 거창해야 한다.

최백수는 중얼거린다. 요즘 한창 잘 나가는 서울 중앙지검장이라고 할까? 그 보다는 공수처장이라고 하는 게 낫겠다.

최백수는 일약 공수처장이 된다. 당장 코로나를 호출한다. 불호령이라도 칠 것 같은 표정이다.

대체 어떤 놈이 감히 나를 부르느냐는 표정으로 다가온다. 최백수는 당장 정체부터 밝히라고 호통 친다.

코로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면서 우린 원래 숙주가 없으면 못 사는 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아침부터 이 난리를 치느냐는 표정이다. 최백수는 자신을 숨기고 비겁하게 인간을 못 살게 구는 게 가장 큰 죄라고 꾸짖는다.

두 번째는 그 야비함을 벌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의 몸에 붙어서 살면 고마운 줄을 알아야 할 텐데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것이다.

남편에게 신세를 지면서 그 아내를 죽게 만드는 수법이 야비하다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인데 사람이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한 죄도 용서할 수 없다고 소리친다.

최백수가 공수처장으로서 긴급체포권을 발동하려고 하는 데도 코로나는 전혀 주눅이 들지 않는다.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가는 피식 웃기까지 한다.

최백수는 후안무치한 놈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조목조목 긴급체포 사유를 설명하지 않으면 순종하지 않을 놈이라고 생각한다.

잘 나가는 경제를, 그것도 세계 경제를 하루아침에 망가뜨린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책임은 사람을 상하게 한 죄보다 더 크다. 인간은 먹을 게 없으면 단 하루도 살 수가 없는데, 그 먹을거리를 모조리 박살내고 있다고 분개한다.

이 정도로 설명했으면 살려달라고 빌어야 마땅하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눈물을 흘려야 정상이다.

묵묵히 듣고만 있던 코로나가 갑자기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을 벙끗하다가 만다.

최백수는 그 모습이 더 얄밉다. 당장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싶다. 그렇지만 변명할 기회는 줘야 한다. 물론 변호인 선임권도 줘야한다. 그래야 법치국가 아닌가.

이윽고 코로나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한다. 중대한 결심을 하는 모양이다. 입에 거품을 물더니 장황한 변명을 하기 시작한다.

"어차피 죽는 것은 마찬가지 아닙니까· 벌써 잊었습니까· 작년 봄 내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당신들은 황사 때문에 못 살겠다고 아우성을 치지 않았습니까?

하늘을 뿌옇게 덮은 미세먼지 때문에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고 울부짖지 않았습니까?

그것을 벌써 잊었단 말이요? 올해는 어땠소? 황사가 심하게 분 적이 있었나요?

언제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은 적이 있었나요? 그게 누구 덕분인가요?

만약 그것을 인간이 고치려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도 불가능했을 거요.

그것을 다 내가 고쳐주지 않았소? 미세먼지로 죽으나 코로나에 걸려 죽으나 죽는 것은 마찬가지 아닙니까?

고마운 줄도 모르고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고 한 게 바로 당신들 인간이 아닙니까?"

최백수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더라도 피의자에게 주눅이 들 순 없다. 고문이라도 해서 잘못했다는 자백을 받아내야만 한다.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받아내야 한다. 최백수가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코로나를 제압할 무기를 찾고 있는 사이 코로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사라진다.

최백수는 당장 이리 오지 못 하겠느냐고 소리치고 싶은데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코로나가 되돌아온다.

답답해 죽겠다는 듯 입을 연다.

"나를 미워하기 전에 인간의 잘못부터 반성하시오. 내가 아니라도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고, 내가 아니라도 환경을 지킬 자신이 있으면 체포하시오.

누가 적이고 친구인지도 구분하지 못하면서 누굴 감히 체포하겠다는 것이요?"

최백수는 할 말이 없다. 당당히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다. 오늘따라 하늘이 유난히 맑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