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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시인·수필가

붉은 고추를 수확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 장마는 집중적으로 비를 쏟아부었으나 고추들이 병충해없이 잘 자라주어 고맙다. 첫번째 딴 거는 홍고추로 출하 예정인데 문제가 생겼다. 작년 폭우 때 무너져버린 식생블럭 아래 깔렸던 트럭1대와 운반기가 폐기처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남편과 나는 중고트럭을 할부로 구입하기로 결정내렸다. 새로 출시된 전기차에 관심을 두었으나, 차값이 만만치않아서 포기하기로했다. 그러나 마음만은 온통 새 전기차에 쏠렸다. 고민고민하다가 전주에 살고있는 사위에게 연락했다. 새거와 중고의 차이점에대해서 물어볼 참이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내게 문자가 왔는데 현대자동차에 차값으로 고액이 입금되었다는 내용이다.

'아니 이런일이 있다니 내 통장에서 그런 큰돈이 없는데 구입도 안한 차값이 출금되다니'

사위에게 다시 연락했다.

자기 친구에게 차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모의로 보낸것이니 걱정하지말라는 내용이었다. 스미싱 같은게 의심되어 다시 물었더니, 사위 친구와의 카톡 대화 내용까지 보여주면서 걱정안해도 된다는 것이다.

안심이되었다. 그런뒤로도 여러개 문자가 다시 왔다. Ept 써비스 안내 충전기 사용법 등등….

그래도 난 개의치않고 넘겼다.

어느날이었다. 트럭을 알아보러 사위와 딸이 올라온다한다. 새 차가 비싸니 중고라도 보러 다니자고했다.

점심을 먹기위해 예닮이라는 식당으로 향했다. 식사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나와보니 하얀색 트럭 새차 한대가 우리차를 막고있었다.

차를 빼야될 상태라서 차주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그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트럭주인과 내 남편 전화번호가 동일하였다.

"수빈아 이것좀봐 번호가 아빠전화번호랑 똑같아!! 이런일이 어떻게 있을수있어 요즘 내눈이 좀 흐리게 보여서 그런가" 다시 들여다봐도 똑같았다.

그런사이 어느새 가져왔는지 사위가 키를 주면서 하는 말은 "아버님 이 키로 차를 빼세요"

남편이 차를 오르려하자 그때 딸내미가 나타나서 편지와 작은 선물 상자를 열어보여줬다. 그안에는 새 전기차 트럭 보조키가 하나 들어있었다.

"아빠 그 선물 상자 열어보세요 편지도 있구요"

그때서야 트럭을 사위가 미리 사서 이곳에 세워 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고차라도 알아보자고했던 말도 우리가 의심하지않게하기 위한 속임이었던 것을 알게되었다. 남편과 내 눈에 눈물이 고였다.

지난날이 생각난다. 애닮에서 식사 도중에 사위와 딸이 중간에 나갔다가 한참후에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식당 바로 아래쪽에있는 현대자동차 매장에서 그때 전기차를 신청한 상태였고 차값을 내 이름으로 지불했던것이다. 차값 입금 문자를 보내온거를 내가 의심할까봐 그렇게 깜짝쇼를 했던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우리 부부는 딸내미가 준 편지를 읽었다. 그 마음이 아름답고 고마워서 그대로 옮겨 적는다.

To. 아빠, 엄마

아빠, 엄마 나 수빈이예요. 내가 내 아들 현민이 현종이를 수없이 부르는 것처럼 엄마 아빠도 입으로 마음으로 수없이 불렀을 이름 수빈이.. 는 진짜 행복한 사람이예요. 자존감도 높고 노력하는 사람이 된거같아서요. 그러나 저는 내가 진짜 잘난 줄 알았어요. 하지만 이젠 알아요. 아빠 엄마의 조건 없는 사랑과 무한한 지지로 지어진 성 속에서 자라난 예쁜 꽃이라는 걸요. 그 안이였기에 좋은 사람이 되었고 좋은 남편이라는 벌이 내게 날아올 수 있었다는 걸요. 그 성 안이 너무 포근해서 제 꿈도 그림 같은 집에서 아이 셋 키우는 가정을 꾸리는 것이었죠. 그리고 나의 처녀 때 또 하나의 꿈.. 직장생활해서 아빠에게 새로나온 고급 승용차를 선물해주는 것.. 아이를 키우고 바쁘게 살다 보니 잊고 있었던 그 꿈.. 어느 날 내 남편의 입에서 그때 못사드린 승용차를 이번 트럭으로 사드리자는 말에 순간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요. 엄마 아빠에게 미안한 마음에..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에.. 그리고 이 순간의 내가 나인 것이 행복해서.. 내 남편이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많이 썼어요. 누구는 말해요. 전생의 벌로 인간이 태어나는 거라고, 가끔은 그 말도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럼에도 나는 살아가는게 너무 좋아요. 엄마 아빠한테 받은 사랑을 나에게서 나의 가정에게로 이어지는 인생의 굴레가 좋아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것도 다 ~ 아빠 엄마 덕분이예요. 계속 그 사랑 갚을께요.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사랑해요.

"딸아 고맙구나" 내 눈가에 눈물이 다시 고인다.

시련 없는 성취가 어디 있으랴만, 가끔 내 마음 한복판에서 들리는 뉘우침 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도심의 지붕을 넘고넘어서 촌으로 내려와 자리잡은 시골살이~ 때로는 지치고 가슴이 시릴때도 있다. 무엇보다 내가 살고있는 후미리 집, 창고와 밭은 자신있게 시작한 산 개발로 2년전에 준공을 받았다. 그러나 무리한 투자로 힘에 부칠때가 종종있었지만, 그럴때마다 사위와 딸의 따스한 도움으로 다시 희망찬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오늘도 첫마디 입을 여는 참새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농사일을 즐기며 설렁설렁 무쳐낸 배추 것저리에 "뚝딱" 밥 한그릇으로 허기를 채운다. 우리 부부는 초록색 희망의 길을 걸으면서 행복한 농사일에 몰두한다. 일꾼들과 함께 홍고추따기에 최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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