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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완

충북문인협회장

난 얼마 전 친구로부터 의미 있는 선물을 받았다. 대나무 한그루다. 마당에 심어놓고 아침마다 일어나면 대나무를 살펴보게 된다. 연말이 되어 날씨가 추운데도 변함없이 싱싱함을 뽐내고 있다.

옆에 있는 나무 친구들이 모두 움츠리고 동면에 들어갔는데도 대나무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우리는 대나무 하면 대쪽 같은 절개와 지조를 연상하게 된다.

그런데 중국사람들은 우리와 달리 대나무를 성장과 번영을 상징한다고 한다. 둘을 합해도 대나무는 좋은 이미지만 갖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소동파(蘇東波)가 쓴 글 중에 '마음속에 대나무'가 있다. 내용 중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대나무가 막 움을 터 나올 때는 한마디 정도 되는 싹일 뿐이다.

여기에서 마디가 생기고 잎이 나온다. 처음에는 층층이 포개져 있는 마디가 마치 매미의 뱃가죽 같고 뱀이 허물을 벗어 놓은 것 같으나, 이것이 자라면 수십 길이 되어 검을 뽑아 하늘에 닿을 듯한 기상이 된다. 대나무에 대해 정확히 표현한 것이다.

한국에서나 중국에서나 절개와 지조, 성장과 번영을 희구하면서 집 주변에 대나무를 심고 찬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대나무를 즐겨 그렸다. 유명화가 작품이나 민화 모두에 대나무가 그려진 작품을 많이 볼수 있다. 소동파의 외종사촌형이자 북송시대의 뛰어난 문인화가 였던 문여가(文與可)의 대나무 그림은 특히 유명하다.

문여가는 '화죽이론(畵竹理論)' 즉 대나무 그리는 법을 후학들에게 가르쳤는데 그 중요한 내용은 '먼저 마음속의 대나무을 그리라'는 것이다. 즉 대나무를 그릴때는 반드시 먼저 마음속에 대나무를 완성하고 나서 붓을 들고 자세히 바라 보아야 그리고자 하는 것이 보일 것이니 그때에 서둘러 붓을 휘둘러서 그림을 그려야 좋은 그림이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마음속에 대나무를 그린다는 것은 먼저 마음속에 대나무의 싹을 심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싹 즉 죽순이 장대하게 뻗어 나가는 모습을 꿈꾸는 일이다.

말하자면 긍정의 마음 밭에서 희망의 죽순을 움트게 하고 장대한 대나무로 뻗어 나갈 것임을 낙관하며 꿈꾸는 사람만이 대나무를 온전히 그려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대나무의 처음 모습은 결코 우리가 생각하고 떠올리는 그런 대나무가 아니다.

소동파의 묘사처럼 대나무의 처음 모습 즉 죽순(竹筍)은 마치 매미의 뱃가죽 같다. 겉으로 보기에도 도저히 우리가 떠올리는 그런 대나무처럼 기상좋게 쭉쭉 뻗어 자랄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대나무의 장대함은 죽순의 그 짧고 초라함 안에 숨어있다. 그 처음 모습은 나중 모습에 비할 때 초라하기 까지 하지만 그 처음 움터 나오는 싹 안에 참으로 장대한 에너지가 숨어 있는 것이다. 때문에 처음은 미약하나 후일에 장대한 것이 대나무다. 이것이 대나무의 참 모습이다.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계획한대로 한 해를 실천하면서 제대로 보낸 기억이 별로 없다. 마음은 굳게 먹지만 작심삼일(作心三日)하기 일쑤였고 매사 일들도 용두사미 되기 십상이었다. 계획은 있었지만 실행이 따르지 못했고 다짐은 있었지만 지속이 결여됐던 것이다.

작고 미약한 죽순에서 크고 장대한 대나무가 뻗어나는 것과는 정반대 되는 모습이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추운 날씨에 더욱더 움츠려져 있다.

사회 곳곳에서 비관이 낙관을 누르고 부정이 긍정을 압도하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내일의 희망을 얘기하기란 어렵다.

그렇다고 웅크린 채 쪼그려 앉아 세월을 보낼 수는 없다. 내 자신의 마음속에 죽순을 심고 장대한 대나무를 키워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에겐 남다른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늘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와 희망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높고 미리 정해둔 목표를 향해 저돌적으로 내달렸다. 자신을 완전 연소시키면서 물론 힘들었겠지만 '힘들다'는 불평은 하지 않았다.

나에게 쉼표는 있을지언정 마침표는 없다는 식으로 계속 최고를 추진했다. 그리고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

쭉 뻗어 오른 대나무의 이상을 맛 보게 되는 것이다. 불황에, 사회반목에, 정쟁에 시달린 올해는 모두가 힘든 해였다. 그러나 이럴 때 일수록 나만의 최고의 걸작 죽화(竹畵)를 그려 보겠다고 각오를 새롭게 다져보면 어떨까? 그래서 내년을 '생애 최고의 해'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보자

'꿈은 이루어 진다'

눈을 하얗게 뒤집어 쓴 대나무가 나를 보고 미소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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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