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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삶의 양식이다 - 책은 도끼다

임미옥 수필가의 추천도서
얼어붙은 감수성을 일깨우는 천둥소리

  • 웹출고시간2016.03.03 19:25:39
  • 최종수정2016.03.03 19:33:30
뒤늦게 못 다한 학업을 마치고 신춘문예에 덜컥 당선되더니 그녀는 급기야 책 '음악처럼'을 세상에 내놓았다. 출판되자마자 교보문고에서 꽤 잘 팔리는 책으로 명성을 높이고, 여러 곳에서 저자 초청강연이 쇄도했다. 지난해에는 충북일보에 '충북명소 그림여행'을 매주 연재해 독자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얼마 전, 그녀의 출판기념회장에서 사회자가 '지금까지 글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가족이죠."
그녀의 글쓰기 시작은 40대 후반부터였다. 글을 쓴지 7년 만에 책을 출판하게 된 것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열정으로 채워진 세월만큼 그녀의 글은 언젠가는 '포텐'이 터질 것이라 예감했었다. 50대 중년이 된 그녀의 글맛은 이제 시작이다. 한번 터진 문학의 봇물이 세상을 적시고 있다. 그런 그녀가 늦은 오후, 들고 나온 책 한 권은 바로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였다.

어느 시인은 '은유야말로 이 세계를 가장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전혀 이질적인 것에서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해내는 행위는 곧 그 대상들을 관심과 사랑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책과 도끼의 동일시는 은유의 방식으로써 순간 낯설고도 파격적인 생명력을 발현한다.

저자 박웅현은 유명 광고인이다. 그의 이름은 몰라도 한국인이라면 자신도 모르게 그의 광고는 한두 번 접해 보았을 것이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마음 속에 들어왔다' '사람을 향합니다' 등의 익숙한 카피를 비롯하여 우리 귀에 익은 많은 광고를 제작하고 한때 다수의 광고대상을 휩쓴 힘은 그의 독서 이력에 들어있다.

"한 권의 책으로 다양한 장르의 작가를 만날 수 있어 좋았어요. 여러 작가들의 책에서 감동을 받은 문장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앞뒤 정황을 말해 주니까 호기심에서 그 책들을 모두 읽고자 하는 독서열도 생기죠.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고은의 시집이나 톨스토이 밀란 쿤데라 등 소설, 인문과학 서적까지 섭렵하게 될 겁니다. 풍성한 파급력을 주는 장점이 있어요."

임 작가의 말대로 좋은 책은 다른 책에 대한 독서열망을 불러일으키고 그 책을 통해 다른 세계를 더 알고, 탐구하고 싶은 열망이 생겨야 한다.
임 작가는 오랫동안 피아노 조율사로 일한 특별한 이력이 있고 피아노 연주도 수준급이다. 그래서 그녀의 책 제목도 '음악처럼'이다. 독서와 음악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좋은 책은 어떤 운율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의 리듬이랄까. 주제로 집약되는 효율적 짜임새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네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음악의 화음처럼 모든 내용이 절묘하게 연주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인문학적 감성이 풍부한 광고인답게 자신만의 독법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 흥미로운 설명에서 자신만의 선율이 느껴져요."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고 인상적인 부분을 물었다.

"많은 이들이 익히 알고 있는 헬렌 켈러에 대한 이야기예요. 아름다운 영미 에세이 50선에 드는 '삼 일만 볼 수 있다면'에서 헬렌은 이렇게 말했다지요. '내가 대학교 총장이라면 <눈 사용법>이라는 필수 과목을 만들겠다. 숲을 다녀온 사람에게 뭘 봤냐고 물었더니 그가 답하길 별 것 없었어요.'라고 하던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숲의 바람소리, 나뭇잎과 떡갈나무 몸통의 감촉 등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을텐데…"

헬렌 켈러의 말을 인용하는 그녀의 눈가도 촉촉해졌다.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는 눈, 스치는 향기를 감지하는 코, 작은 바람의 일렁임에도 설레는 뺨 등 그토록 풍성한 오감을 누리면서도 일상적으로 너무 익숙한 나머지 그것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이 아닌가 돌아보게 되는 말이었다. 이미 가진 우리의 감각과 생각으로 많은 것들을 창조할 수 있는데, 화려하고 새로운 물건만을 끝없이 탐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이 아닌가 하는 깨달음을 주는 메시지였다.

"사는 게 재미없다. 너무 반복되는 현실이 지겹다. 하시는 분한테 추천해드리고 싶다. 그만큼 이 책을 읽고 나면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바쁜 현대인들에게 권한다. 줄거리라기보다는 다양한 작가들의 시와 소설 등을 보여주는데, 지은이의 생각과 그 시나 소설에 담겨져 있는 숨겨진 의미를 요점만 발췌하여 꼼꼼히 짚어주므로 책을 읽으면서 굉장히 기쁘고 설렌다."

그녀는 책 중에서 '깊은데 마음을 열고 들으면 개가 짖어도 법문이다.(이철수의 개소리), '엄마, 엄마, 내가 파리를 잡을라 항께 파리가 자꾸 빌고 있어.(이오덕의 아이들의 시 모음)' 등 순간순간 발견한 깨달음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을 전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의 詩 <그 꽃>

목표만 보고 달려가다 보면 사소하지만 작은 행복을 보지 못하고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제 한 번 더 되돌아보며 그 사소한 것 하나하나 까지 다시 생각해보는 습관을 이 책을 읽으면서 배웠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녀는 한 가지 생각을 서서히 다가오는 봄날의 햇살에 풀어냈다.

"지식만을 쌓으려고 책을 읽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을 한다. 독서는 얼어붙은 머리의 감수성을 깨는 도끼가 되어야한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풀려 수많은 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봄이다. 땅을 깨치고 태어나는 새로운 생명에게 경의를 표하고, 내 안의 생각을 깨고 새로운 삶의 모습을 일깨우는 책이라고 임 작가는 권한다.

/ 윤기윤 기자

임미옥 수필가 약력

-한국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0년 푸른솔문인협회 등단(수필)

-2013년 푸른솔문인협회 우수작가상

-2013년 제20회 동양일보 신춘문예 신인문학상 당선

-2016년 수필 <음악처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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