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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남

음성문인협회 회원

따가운 가을 햇살이 등줄기에 내리 꼿히는걸 고스란히 받으며 고구마를 캤다. 몇이랑 되지는 않지만 이마에는 땀이 흐르고 호미질하는 팔은 천근잉양 힘에겹다. 우리가 심은 고구마는 아니지만 중간에 그 밭을 우리가 임대했기 때문에 고구마 수확은 우리차지가 된 것이다.

처음 그 밭에 갔을 때 한귀퉁이에 몇 줄 심어놓은 고구마는 새싹이 한 뼘쯤 뻗어 새 뿌리를 내리고 세력을 확장시키는 중이었다.

인삼을 심으려면 밭을 한 해는 묵혀야 한다며 남편은 고구마 싹을 갈아 엎으려고 했다. 이제 겨우 새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고구마가 아깝기도 하고 새 생명을 잉태하려는 싹을 자르는게 잔인한 것 같기도해서 기왕지사 심어놓은 것이니 수확할 때 까지 가꾸자고 간신히 사정을 해서 이 가을, 틈실하게 여문 고구마를 캐는 것이다.

호미질을 할 때 마다 땅속 아늑한 곳에서 살며시 고개를 내미는 고구마를 보니 육신의 피로는 어느새 사라지고 새로운 기운까지 솟아났다. 발그레한 색깔은 수줍음 많은 새색시 볼을 연상케 한다. 내 욕심만큼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먹을 만큼은 되니 그런대로 족하다.

지금이야 고구마가 아이들 간식거리고, 웰빙식품이고, 옛 맛이 그리울때 한번씩 쪄먹는 추억의 음식이지만 50여 년 전 까지만 해도 농가에서는 겨울의 반양식이라 하여 귀히 여겼다고 한다. 내 유년의 기억속에도 겨울이면 고구마 퉁가리가 윗방의 한구석을 차지했다가 이듬해 봄이 되어서야 그 자리가 치워지곤 했다. 발 같은 것으로 둥그렇게 둘러쳐 놓고 그 안에 고구마를 보관했는데 고구마의 남은 양을 가늠해보면 겨울이 어느만큼 깊었고 또 봄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를 궂이 달력을 보지않고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고구마는 그야말로 우리들의 훌륭한 간식이었다. 과일이 귀했던 시절이라 과일 대신 생고구마를 까먹었던 기억이 있다. 추운 겨울날 바구니에 고구마를 담아 문 밖에 두었다가 얼기 직전에 까서 먹으면 시원하고 아삭한 것이 배를 먹는 것 같았다.

우리 역시도 가난했었기에 고구마를 많이 심었다. 나는 어려서 고구마를 캤던 기억은 없고 고구마 캐는 언니들을 따라 다닌 기억이 있다. 고구마를 캘 때 내 위로 다섯 명의 언니들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까르르 웃음소리가 한팔이골 골짜기로 가득찼다. 고구마는 캐는 것도 힘이 들지만 집으로 거두어들이는 일은 그 보다 몇배 더 힘들었다. 요즘 같으면 차로 실어 왔겠지만, 경운기나 리어카도 없었고 설령 있다해도 가파른 산골짜기 따비밭 인지라 그런 것들이 다닐 수가 없는 길이었다. 머리에 이거나 지게에 지고 나르는 수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하니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고구마를 머리에 이고 나르느라 키도 못컸노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큰언니는 정말로 우리 십 일 남매 중에 키가 가장 작아서 안쓰럽고 마음이 아프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언니들 모두 예전에 고생했던 것을 보상이라도 받듯이 행복한 가정들을 꾸리고 있으니 더 바랄게 없다.해야겠다.

올 겨울, 흰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날에 언니들을 불러야겠다. 다섯 명의 언니들과 찐고구마에 살얼음 동동 뜬 동치미 한사발 내어 놓고 고구마에 대한 웃픈 추억들을 이야기 하며 긴 밤을 뜬눈으로 세워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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