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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남

음성문인협회 회원

어느 곳을 둘러봐도 꽃이 만발하다.

볼게 많아서 봄이라는 말을 날마다 실감한다.

친정집은 깊은 산속에 있는 시골 마을이다.

예전처럼 간절함이나 설레임은 없지만 친정에 가는 건 여전히 즐거운 일이다.

바람이 나무 사이로 지나가고, 그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 새들의 노랫소리와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까지.

친정가는 길은 사시사철 다른 모습으로 추억을 소환하게 한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아서 자주 가는 친정인데 오늘은 유난히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친다.

꼬불꼬불 고개를 넘어 도착해서 집으로 들어서는데 찬바람이 휭하니 스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부랴부랴 들어가서 이층 계단을 올라갔다. 복도 끝에 방문을 열었는데 빈 방이다. 주인을 잃은 방은 고즈넉하다.

아버지가 2년여를 누워계셨던 방, 3년 전에 남동생이 부모님과 누나들을 위해서 넓은 집을 지었을 때, 아버지는 가장 먼저 그 방을 차지하셨다. 누워서도 밖이 훤히 보이는 그 방을 아버지는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그런데 지금 아버지는 어디쯤 계시는 걸까.

꽃샘추위도 지나고 포근한 봄날에 아버지는 홀연히 머나먼 길을 떠나셨다. 아버지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아버지만 사뿐히 떠나가셨다.

언니들과 아버지 방을 정리하려고 왔는데 아직은 아버지가 안 계신 현실이 실감이 나질 않는다.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누룽지 사탕도 반 봉지나 남아있고, 이런저런 약봉지며 돋보기, 보청기 다 그대로 있다. 사탕이라도 다 드시고 가시지.

옷가지며 서랍들을 정리하다가 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했다.

몇 장을 넘기다가 아버지의 외로움이 잔뜩 묻어있는 어느 날의 일기를 발견한 우리는 그것을 읽으며 다들 훌쩍거렸다.

그 일기를 그대로 옮겨본다.

'허전하고 초라한 하루, 가을비가 하루종일 부슬부슬 나리고 있다. 집안에는 고양이와 나 뿐이다. 심심해서 밖에 나가 닭장을 보니 닭 세 마리가 모이를 먹고 있다. 감나무에 수많은 참새들이 무슨 소린지 요란스럽게 지저귀고 있다. 저수지를 바라보며 걸으며 산천을 바라보니 어느새 만추 되었음을 느끼게 된다. 얼마안가 겨울이고 새해 입춘이 지나면 수많은 생명이 소생하고 가지각색의 꽃이 제 모습을 뽐내겠지 상상을 하며 몇 집 안되는 집을 바라보니 사람이 있고 없는 것이 확인이 된다. 차가 없으면 빈집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군자리에 나 혼자인 것이다. 한편으로는 쓸쓸하고 외로운 느낌 같고 집에 들어와 텔레비전만 바라본다…. 2016년 10월25일 오후 2시'

8년전이면 아버지가 85세 였다.

그 때는 엄마와 두 분이 사셨는데 우리는 제각기 바쁘게 사느라 두 분의 외로움을 헤아리지 못했던 것 같다.

그나마 그때는 자유롭게 외출도 하시고, 보청기에 의지해서 듣기도 하시고 거동을 하실 때였는데도 외롭다고 하셨는데, 누워계신 2년동안은 얼마나 더 외로우셨을까나.

그 2년 동안은 보청기를 해도 들리지가 않아서 대화도 못하고 필요하면 글자로 소통을 했으니 얼마나 답답하고 힘드셨을까.

구석구석 묻어있는 아버지의 외로움을 뒤늦게 발견한 죄책감으로 울고 있는데 아버지의 음성이 들리는 듯 하다.

'얘들아 울지마라,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거란다.'

빈 방에 아버지의 음성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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