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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남

음성문인협회 회원

한낮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열대야도 아직 기승을 부리는데, 우리가 느끼는 무더위와 상관없이 때에 따라 제 할 일을 하는 자연의 섭리로 들판에는 벼이삭이 패여서 알곡이 들어앉고, 온갖 과일들은 탐스럽게 익어간다.

마당가에 가녀린 코스모스 줄기에서 진한 핑크색 꽃이 피었다.

다른 꽃들은 아직 봉우리도 생기지 않았는데 혼자만 외롭게 피어서 하늘거린다.

그 꽃을 보고 있노라니 내 어릴 적 추석이 생각난다.

추석이 다가오면 엄마는 많이 바빴다.

먼저는 방마다 문을 다 떼어서 누렇게 뜬 문 창호지를 우리에게 다 찢어내라고 하셨다. 그런 다음 빗자루로 문살의 먼지를 털어내고 깨끗하게 정리 한 다음, 풀을 바르고 새 창호지로 붙이는 작업을 하셨다.

그때마다 항상 갖가지 색의 코스모스를 꺾어다가 예쁘게 장식을 했다.

꽃을 넣고 붙이는 작업은 정성과 시간이 훨씬 더 들어갔는데 어쩌면 엄마는 소녀의 감성을 지니고 있었기에 기꺼이 그 수고를 감수했는지도 모르겠다.

문창호지를 발라서 햇볕에 말리면 풀 때문에 쭈글쭈글 했던 게 팽팽해지고 뽀얗게 예뻐져서 문을 달아 놓으면 새집이 된 듯 했다.

예전의 부엌은 가마솥을 걸어놓고 불을 때는 시절이어서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그을음으로 벽이 지저분했다. 그때 황토를 물에 개어서 벽에 ‰C 입혀 주기를 반복하면 부엌이 깨끗해진다.

나는 그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일을 왜 아버지가 아닌 엄마가 다 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는 놋그릇을 닦는다.

수세미나 세제가 있는 시대가 아니었기에 놋그릇을 닦는 일은 그야말로 중노동이었다. 지푸라기에 기와 가루나 재를 묻혀서 닦았는데 엄마의 성격상 반짝반짝 윤이 날 때 까지 닦았으니 얼마나 팔이 아프고 힘이 들었을까.

또 한가지 엄마를 힘들게 했던 일은 이불빨래를 하는 일이다.

세탁기는 물론 수돗물도 없었기에 개울에 가서 빨래를 했다.

열 네 식구가 깔고 덮고 자는 이불이 정말 많았는데, 그것을 빨아서 또 꿰매기까지 했으니 졸면서 이불을 꿰매다가 바늘에 손을 찔린 적도 여러번 있었다고 하신다.

이불 빨래를 해서 뺄래 줄에 널어 놓으면 우리는 그 사이로 빠져다니면서 장난을 치고 놀았다.

하얀 소창이 바람이 펄럭이면서 그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얼마나 예뻤는지 지금도 그 하늘빛이 눈에 선하다.

열 한 남매의 추석빔을 해주고 싶어도 가난한 농부의 아내였기에 다 사줄 수는 없고, 새 옷을 입히고 싶은 욕심은 있었기에 엄마는 밤마다 재봉틀을 돌려서 손수 우리들 옷을 만들어주셨다.

그래도 우리는 만든 옷 보다는 상점에서 사는 옷을 입고 싶다고 투정부리고 하나뿐인 남동생 옷만 새 걸로 사준다고 골을 부리곤 했었다.

엄마의 추석맞이가 어디 그 뿐 이었으랴.

우리는 그저 손꼽아 기다리면서 좋기만 했던 추석이 엄마에게는 힘듦과 고난이었음을 그때는 몰랐었다.

엄마가 우리 곁을 떠난지 2년, 추석이 다가오니 고운 한복에 행주치마를 두르고 분주하게 움직이던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 자식들이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우리 엄마는 좀 더 행복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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