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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영

세명대 교양과정부 조교수

사람들을 처음 만나게 되면 서로의 MBTI 유형을 묻거나 말과 행동을 통해 그 유형을 추측하는 것이 흔한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얼마 전 참여했던 대학 신입생 OT에서도 MBTI는 자기소개에 빠지지 않는 필수 항목인 것처럼 보였다. 수없이 다양한 사람들을 정해진 16가지의 유형으로 분류하는 것이나 또 너무 대중화되어버린 탓에 오남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MBTI가 무엇을 측정하는지, 그리고 자신은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MBTI의 기반이 된 이론은 칼 융(C. G. Jung)의 심리학적 유형론으로, 이는 정신과 의사로서의 임상경험과 학문적 동반자였던 프로이트와의 갈등, 다른 이론가들과의 대립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학설이다. 융은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입장이나 관점, 가치에 대한 전제가 다르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하고 결국 편견과 오해, 논쟁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융은 사람들의 마음은 각기 다르지만 몇 가지 특징적인 경향으로 나눌 수 있다고 제안하며 심리학적 유형을 태도와 기능의 차이로 설명한다. 우선, 태도는 개인이 내적 또는 외적 세계에 대해 관심과 에너지를 투여하는 방향성에 따라 외향성과 내향성의 두 가지로 구분된다. 기능은 사고, 감정, 감각, 직관의 네 가지로 분류되는데, 사고와 감정은 합리적 기능, 감각과 직관은 비합리적 기능이라고 구분한다. 이 중 사람들이 그나마 가장 쉽게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는 특성이 바로 외향성과 내향성의 차원인데, 그만큼 오해가 많은 영역이기도 하다. 흔히 외향적인 태도는 활발하고 사교적인 사람의 태도를, 내향적인 태도는 수줍음이 많고 소극적인 태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이 개념의 일부만을 설명하는 것일 뿐이다.

우연히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이 좋아하는 소설이 같다는 것을 알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대화가 깊어짐에 따라 이 두 사람은 자신들 사이에 메울 수 없는 거리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즉, 외향적인 사람은 주로 작가의 명성, 유명한 비평가의 평론, 유서 깊은 문학상 수여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내향적인 사람은 그 소설에 대한 자신의 느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내향적인 사람은 작가의 유명세나 수상 여부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주관적인 느낌에 집중하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그 소설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좋아하는 이유는 전혀 다른 것이다. 사실 이 두 사람은 모두 적극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외향형은 관심이 외부를 향하며 외부세계와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고 관여하는 반면, 내향형은 자기 자신을 지키는데 적극적이어서 외부 세계로 인해 자신이 침범당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을 뿐이다. 즉, 외향형은 에너지와 주의집중의 방향이 외부로 향해 있고, 내향형은 자신의 내적 생각이나 경험에 집중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융은 이 두 가지 태도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 같으며, 보통 사람도 쉽게 그 차이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서로 다르다고 보았다.

사회는 외향적인 태도를 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적극적으로 자기를 드러내고 폭넓은 대인관계를 형성하며 활발한 사회활동을 잘 해내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하고 비사교적으로 보이며 별 주장이 없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그 내면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사실은 외적 기준이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내면의 목소리에 충실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집중하는 사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난다면, 그리고 자신의 장점과 한계를 적절히 인식하고 있다면, 그 누구보다 활기 있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내향적인 사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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