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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2.20 13:28:51
  • 최종수정2024.02.20 13:57:39

윤진영

세명대 교양과정부 조교수

어느새 2월의 끝자락이니 곧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다가온다. 누군가는 새 학교, 새 학년, 새 친구를 만나게 될 생각에 기대와 설렘으로 부풀어 있을 것이고, 낯선 환경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에 대해 걱정과 불안이 한 가득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익숙한 장소와 사람들로부터 벗어나 새 출발을 한다는 건 일종의 도전이 될 수 있으며, 정도는 다를 수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긴장과 부담을 느끼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린이집을 졸업한 후 새로 입학한 유치원 가기를 거부하여 상담을 하게 된 아이가 있었다. 형제 중 맏이였던 그 아이는 영리하고 또래에 비해 의젓한 편이었다. 어머니는 아이가 잘 적응할 거라고 믿었지만 입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아침마다 여기저기 아프다는 핑계를 댔고, 나중에는 심하게 떼를 쓰거나 울면서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아이를 달래기도 하고 혼을 내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늘 신이 나서 어린이집에 가는 두 살 어린 동생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아이가 집에만 있은 지 두 달여가 지났을 때 어머니는 아이가 초등학교는 제대로 다닐 수 있을지 걱정이 몰려왔고, 결국 병원을 찾게 되었다. 사실 아이는 평소에도 다양한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보여 왔다. 엘리베이터 타는 것을 무서워하여 8층 아파트를 계단으로 다니고 싶어 했고, 거실에 둘러앉아 고기를 구워 먹기 위해 휴대용 가스렌지를 켜면 불이 나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전전긍긍했다. 아이는 분리불안장애로 진단을 받아 심리치료를 받게 되었다. 분리불안장애는 어린 아동에게 흔히 나타나는 불안장애의 한 유형으로, 아이의 타고난 기질, 부모의 양육행동, 그 외의 다양한 인지행동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여 발생하는 심리적 장애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언제 불안을 느끼는 것일까· 보통 뱀이나 멧돼지 같은 위험한 동물을 만나거나 자칫 하면 크게 다칠 수 있는 높은 절벽을 오를 때, 혹은 중요한 시험이나 면접을 앞두고 있을 때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실제로 위험하거나 위협적인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정상정인 반응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위험이 없는데도 불안을 느끼거나 혹은 위험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불안을 느끼는 경우, 그리고 불안을 유발한 위험요인이 사라졌음에도 불안이 계속되는 경우, 이는 정상적인 불안과 구별되는 병적인 불안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불안은 우리가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하도록 돕는 기능을 갖고 있다. 늦은 밤 홀로 길을 가는 중에 자신을 뒤따르는 발소리가 들린다면 공포와 불안에 휩싸여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거나 도움을 구하는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불안은 우리가 위험을 피하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게 하는 적응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불안반응이 부적절하게 작동하게 되면, 우리는 과도하게 긴장하고 걱정하며 불필요할 정도로 주변을 경계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는 고통과 불쾌감을 수반하고, 적절한 학업수행이나 사회생활, 직업수행에 손상을 초래한다.

불안은 어떤 면에서 카페인과 유사한 것 같다. 적정량의 커피는 정신을 맑게 하고 집중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만, 그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수면을 방해하는 등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마찬가지로 적당한 수준의 불안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과도한 불안과 긴장은 우리를 혼란 상태에 빠지게 한다. 혹시 지나친 불안 때문에 '불안'하다면, 이는 그 불안의 원인을 찾아 치유하기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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