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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1.21 14:40:42
  • 최종수정2015.07.08 13:30:58

이두희

공군사관학교 교수

생떽쥐베리의 소설 '어린왕자'는 그림이야기로 시작된다. 그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여섯 살 때 밀림 속의 커다란 보아뱀이 코끼리를 통째로 삼키고 소화를 시키며 자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그러나 어른들은 겉모습만 보고 '모자'를 그린 것이냐고 물었다. 이로 인해 주인공은 꿈꾸고 있던 '화가'라는 멋진 직업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만다. 이 이야기는 한 사람의 꿈이 바뀌게 된 이유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자기중심적 시각과 고착된 생각을 꼬집고 있다.

내가 글쓰기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다. 조종사인 나에게 하늘에 대한 무궁무진한 글의 소재가 있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높고 푸른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 자체가 동경의 대상이다 보니 그곳엔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구름처럼 떠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였었던 것 같다. 어느 날 지도교수님은 하늘에 대해 글을 써 오라고 했다. 그러나 머릿속에는 온통 숨 가쁘게 날아다니던 훈련장으로서의 하늘밖에 없었다. 며칠 동안 머리를 싸매고 쓴 글을 수업시간에 발표했더니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재미도 낭만도 없는 무미건조한 하늘이요, 딱딱한 글이라는 것이었다.

낭만이란 말처럼 근사한 말이 또 있을까. 풍성한 감성과 정서적 작용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게 하는 '낭만'이란 말. 그것은 기본적으로 '여유로운 마음'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가상의 적기와 공중전투를 해야 하고, 바다나 땅위의 목표를 찾아 공격해야 하는 전투조종사에게는 여유로움이 있을 수 없었다. 음속을 넘나드는 속도의 전투기를 몰고 다니는 조종사에게 낭만적인 하늘이란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늘을 동경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어쩌면 멀리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쉽게 가보지 못하면 그 너머에 무언가 있을 것처럼 신비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하늘을 이성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조종사에게 하늘은 그저 무덤덤하게 보이는 일상에 지나지 않았다. 가을 하늘의 푸른빛은 그 어떤 말로도 부족하리만치 아름답다. 하지만 그것을 햇빛과 공기입자 간에 일어나는 간단한 과학의 작용으로 생각하면, 그곳에 문학적 상상이 끼어들기란 쉽지 않았다. 서두에 언급한 생떽쥐베리 "어린왕자"의 뒷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문제의 '모자그림' 때문에 화가가 되는 꿈을 포기한 주인공은 비행기 조종사가 된다. 세상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면서 자신과 말이 통하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였다. 어느 날 비행기 고장으로 인적이 없는 사하라 사막 한 가운데 불시착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다른 별에서 온 '어린왕자'를 만난다. 어린왕자는 모자그림을 보고 '보아뱀 속 코끼리 그림'이란 걸 금방 알아챘다. 그리고 양을 한 마리 그려달라고 했다. 주인공이 그린 첫 번째 양은 병이 들어 싫다고 했다. 할 수 없이 다시 그린 그림은 양이 아니라 염소라고 했고, 세 번째 그린 양은 너무 늙었다고 했다. 고민 끝에 구멍이 뚫린 큰 상자를 하나 그려주고 그 속에 네가 원하는 양이 있다고 했더니 그때서야 만족해했단다.

나는 그동안 하늘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 그러면서도 멋있는 모습을 그려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 사람들의 아름다운 환상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아름다움이란 그 자체가 가진 특징이 아니라 바라보는 사람의 감성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시대를 앞서간 화가들의 그림은 실제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기 때문에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남다른 메시지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늘도 삶의 공간이다. 치열한 전투훈련을 해야 하는 조종사에게 하늘은 힘들고도 친숙한 삶의 터전이고, 비행은 삶의 일부분이다. 누구에게나 삶의 이야기는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고 아름답다. 그래서 하늘이야기는 실제의 아름다움을 말하기보다 삶의 일부분으로서의 모습을 그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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