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유권자가 현명해야 한다

4·11 총선 후보자 등록이 지난 주말 마감됐다. 이에 따라 선거전도 본격적으로 과열되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은 12·19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어 선거전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불탈법 선거가 가장 우려되고 있다. 총선과 관련해 특정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유권자나 후보자를 금품으로 매수하다가 입건된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18대 총선 당시 같은 기간 입건자의 두 배를 넘었다고 한다.

충북에서도 선거분위기가 과열·혼탁 양상을 띠고 있다. 충북도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22일 현재 도내에서 33건의 각종 선거사범을 적발했다. 이 중 9건 고발, 23건 경고, 1건 수사기관 이첩을 했다.

검찰도 21건, 36명에 대해 내·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도 20건, 39명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거나 입건했다. 이렇듯 현재까지 선관위를 비롯한 검·경에 적발된 선거사범이 1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전국적으론 여야가 공천한 후보 가운데서도 30명 이상이 수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검·경의 내·수사 대상에 오르거나 입건·기소된 선거사범 중 대부분이 기부행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금품선거에 대한 우려마저 일고 있다. 깨끗한 선거는 이미 물 건너간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총선이 끝난 뒤 수십 곳에서 재선거가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재선거가 무더기로 치러질 경우 그 부담은 국민 몫이다. 2003년부터 최근까지 각종 재·보선에 소요된 비용은 1천200억원 가량 된다고 한다.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하는 불법 선거운동이 막대한 국고 낭비까지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경제는 지금 밑바닥을 헤매고 있다. 현재의 위기상황에서 선거가 돈과 범법이 난무하는 혼탁한 선거로 변모한다면 이 어려운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공명선거가 뿌리내리는 버팀목이 돼야 한다. 그리고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을 추출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

우리는 선거법을 준수하지 않는 타락한 선거를 조장한 인물은 절대로 당선되지 못하는 선거풍토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우선 선거법을 준수하지 않고 선거운동에 임하는 후보자나 정당에는 절대로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

유권자들 역시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금품을 요구하거나 받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금품이 오고 간다면 고비용 정치구조가 되살아나게 된다. 이러한 고비용 정치구조아래에서 깨끗한 선거를 치를 수 없다.

그리고 지연·학연·혈연 등 연고에 얽매인 투표권 행사를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연고에 얽매인 투표는 21세기를 지향하는 민주시민으로서 올바른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 유권자가 갖고 있는 한 표는 건전해야 한다. 그래야 그런 한 표의 힘이 뭉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있다. 불법선거신고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게 결코 아니다. 좀 더 공정한 선거를 할 수 있는 밑거름이다. 자신을 희생해 다른 사람을 돕는 아름다운 봉사행위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 사회는 이번 선거를 통해 아름답고 정의로워 질 것이다.

정치인은 유권자의 거울이다. 무능한 정치인 뒤에는 무능한 유권자가 있다. 꼭 명심하자.